영화 신기전, 존재 자체가 힘이되는 무기를 말하다

강력한 무기, 그 존재 자체가 힘
출처: 영화 '신기전'

연일 미사일 발사 실험이다. 북한의 도발은 핵실험에 멈추지 않는다. 핵무기의 경량화와 이를 운반할 탄도체 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동북아를 넘어 세계는 북한의 폭주하는 군비 경쟁에 아연실색하면서도 이를 제어할 방법을 찾는 데 분주하다.

최근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의 국내 배치를 놓고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하고 있다. 사드는 종말단계고고도지역방어체계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로부터 군 병력과 장비, 인구 밀집지역, 핵심시설 등을 방어하는 데 사용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고도화된 현대전에서 무기체계의 완성은 필수불가결한 요건이다. 총과 대포 등 재래식 무기의 한계를 넘어 레이더 등 첨단기술이 접목됐을 때 적의 대응에 온전히 대응할 수 있다. 임진왜란 당시 조총으로 무장한 왜의 침입에 초반 밀린 이유도 무기체계 개발을 게을리한 뼈아픈 결과다.

출처: 영화 '신기전'의 한장면

조선시대 다연발 로켓포 ‘신기전’

영화 ‘신기전’은 조선 세종 때를 배경으로 다연발 로켓포 ‘신기전’을 두고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비밀병기 개발을 맡은 조선 화포연구소에 괴한이 습격한다. 연구소 도감 해산은 외동딸 홍리(한은정)에게 비밀무기 개발 과정을 기록한 ‘총통등록’을 맡기고 자폭한다. 홍리는 내금위장 창강(허준호)의 도움으로 보부상단 우두머리 설주(정재영)에게 도움을 청한다. 설주는 홍리가 가진 문서에 비밀병기 ‘신기전’ 제작 방법이 숨겨져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설주는 홍리의 요청으로 외세에 대항할 신기전 개발에 합류하게 된다. 설주는 홍리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왕의 명령으로 마침내 신기전 개발에 성공하게 된다. 

출처: 영화 '신기전'의 한장면

서양보다 300년 앞선 세계 최초 화포

‘신기전’은 실제로 1448년(세종 30년) 제작된 병기로 서양보다 300년이나 앞선 세계 최초의 다연발 로켓 화포다. 화약이 연소하면서 가스를 분출시켜 로켓처럼 날아갈 수 있는 무기로, 원거리 공격에 사용돼 전세를 바꿀 만한 당시의 신무기였다. 대신기전은 사정거리가 무려 2㎞에 달했고, 중신기전이 150m, 소신기전이 100m가량으로 추정된다. 신기전은 세종 30년에 완성돼 압록강에서 두만강까지 확장했던 세종대왕의 4군 6진 영토 회복 작전에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귀신 같은 불화살, 하늘을 날다’라는 영화의 홍보 문구처럼 시야를 넘어선 장소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신기전의 화살 세례를 피하기란 어려운 일이었을 게 분명하다. 실제로 신기전 개발에 이어 또 다른 최신식 무기가 당시 우리 조선의 군에 광범위하게 보급됐더라면 임진왜란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가정해볼 수도 있을 터이다.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김유진 감독은 “그동안 한국 영화는 가슴 아픈 역사를 주로 이야기했지만 나는 칭찬받을 만한 조상들의 업적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공녀와 환관까지 바치라 하는 강대국의 무리한 요구와 핍박을 자력으로 개발한 무기로 일거에 제압한다는 판타지적 설정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보는 이들에게 허구의 세계라기보다는 현실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또 저마다의 욕심에 사로잡힌 사대부와 달리 가족과 동료를 위해 자신의 희생을 마다치 않는 민초의 결단에 또 다른 감동을 얻게 된다. 

출처: 영화 '신기전'의 한장면

무기 둘러싼 주변국 갈등, 현재와 비슷

영화는 사드를 둘러싸고 드러난 주변 각국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의 현재를 떠올리게 한다. 신기전 개발을 두고 조선과 명나라, 그리고 여진족의 치열한 물밑 갈등이 영화의 주요 핵심축이다. 왕은 밖으로 신기전 만드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면 조선을 침공하겠다는 위협에 맞닥뜨린다. 안으로는 서양보다 300년이나 앞선 신기전을 둘러싼 조정 내 반명파와 친명파의 대립과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한때 신기전 개발을 포기했다가 결국 동북아에서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심정으로 개발을 재추진한다. 결국, 영화의 막판에 마치 벼락처럼, 천둥처럼 여진 잔당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대신기전의 폭발적인 위력은 적들에게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오늘 우리에게 사드라는 무기체계가, 그 존재 자체만으로 군의 사기와 위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역사적 방증을 남긴 사례라 할 수 있다.

신기전 (The Divine Weapon), 2008 감독: 김유진 / 출연: 정재영, 한은정, 허준호


『군과 영화』 | 고규대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