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여전히 나이키, 아디다스가 강세지만 글로벌 스포츠웨어 시장에선 룰루레몬의 존재감이 압도적이에요. 2022년 2분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8.8%나 올랐어요. 나이키(5%), 아디다스(15%) 성장세와는 차원이 달라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불과 2015년만 해도, 룰루레몬은 월스트리트저널 선정 ‘올해 안에 사라질 브랜드’로 지목당했어요. 한때 ‘비싸고 거품 낀 요가복’이라 비난받기도 했고요. 룰루레몬은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하고, 나이키 대항마가 된 걸까요?

Chapter 1. 나이키 없는 카테고리만 비집고 들어갔다

룰루레몬 시가총액이 아디다스보다 훨씬 높은 거 아셨나요? 22년 9월 21일 기준 룰루레몬 시총은 약 59조8494억원, 아디다스 시총보다 63.5%나 높아요. 글로벌 스포츠웨어 시장에선 나이키에 이은 시총 2위 기업이죠. 아직 체급 차이가 좀 나지만, 가장 강력한 ‘나이키 대항마’인 건 맞아요.

시총은 미래 가치를 상징해요. 현재 매출은 여전히 아디다스가 크죠. 2021년 기준 아디다스 매출이 32조원. 룰루레몬의 거의 네 배에 달해요.

그런데 룰루레몬 주식이 더 비싼 이유는? 성장세가 압도적이어서에요. 머잖아 룰루레몬이 아디다스보다 더 커질 거라고 투자자들은 생각하는 거죠.

룰루레몬, 나이키·아디다스에 비하면 역사는 너무 짧아요. 1998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출발했으니, 아직 서른 살도 안 된 브랜드에요.

룰루레몬의 창업자는 캐나다 출신 사업자 칩 윌슨. 원래 스노보드, 서핑보드를 팔던 촉 빠른 사업가였어요. 룰루레몬은 요가복으로 출발했어요. 1990년대 말엔 레저를 즐기는 여성이 늘고 있었거든요. 그 중심에 요가가 있었어요. 면 소재 요가복은 땀이 나면 몸에 달라붙었죠.

“운동하는 동안 옷에 신경을 써야 한다면, 그 옷은 운동에 적합하지 않다.

나는 운동복이 주는 불편함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항상 내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움직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는 옷을 갖고 싶었다.”

_칩 윌슨 룰루레몬 창업자

이때 레깅스가 크게 유행해요. 칩이 직접 ‘루온’이라는 특수 원단을 개발해 만들었어요. 가볍고 신축성이 좋고, 땀과 냄새도 잘 흡수했죠.

여기까진 다른 스포츠웨어도 비슷해요. 룰루레몬 레깅스의 핵심은 ‘플랫 심’이었어요. 옷 안쪽에 돌출된 솔기가 없어서 아무리 움직여도 살갗이 쓸리지 않죠. 칩이 철인3종 경기복을 디자인한 경험을 떠올려 만든 거예요.

당시 내놓은 레깅스 한 벌 가격이 100달러. 다른 요가복보다 3배나 비쌌죠. 하지만 칩은 자신 있었어요. ‘30대 전문직 여성’을 타깃 삼았거든요. 소득 수준이 높고, 건강과 운동에 관심 많은 그룹이 커질 거라고 확신한 거예요.

룰루레몬이 도약한 또 다른 비결은 ‘독특한 매장 경험’이에요. 매장마다 요가 클래스를 열거든요. 매장 오픈 1년 전부터 지역에서 유명한 요가 강사를 물색해요. 그렇게 뽑은 강사를 ‘커뮤니티 앰배서더’로 위촉하죠. 룰루레몬 요가복을 선물하고, 웹사이트나 매장에서 강사를 홍보도 해줘요.

매장 분위기도 커뮤니티 그 자체예요. 고객을 게스트, 매장 직원을 에듀케이터로 부르죠. 에듀케이터들은 운동에 대한 지식과 원단의 차이를 고객에게 가르쳐 줘요. 칩은 “직원 스스로 유용한 정보와 필요한 제품을 제안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레깅스가 거리 패션이 된 건 룰루레몬이 만든 유행이에요. 룰루레몬 요가 클래스 수강생들이 집에서 매장까지 레깅스를 입고 다녔거든요. 이게 마치 패션 트렌드처럼 보였던 거죠.

Chapter 2. 위기 : 길 잃은 경영 철학, 매출 손실 부메랑으로 돌아오다

요가 붐과 독특한 커뮤니티 문화로 승승장구하던 룰루레몬. 위기는 안에서 시작됐어요.

창업자 칩 윌슨은 자신이 경영인으로 부족하다고 느꼈대요. 금융·세무 업무에 어두웠고, 욱하는 성격 때문에 협상력도 좋지 않았죠.

고심 끝에 칩은 2005년 사모펀드와 손잡아요. 빅토리아시크릿, 갭 같은 대기업의 인수 제안을 고사하고 사모펀드 ‘어드벤트 인터내셔널’을 만났어요. 사모펀드에서 두둑한 자금과 사업 전략을 모두 얻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죠. 칩은 자신의 지분 48%를 어드벤트에 넘겼어요.

하지만 새 이사회가 꾸려지고, 전문경영인이 취임하면서 얘기는 달라졌어요.

절대 지분을 쥔 어드벤트는 칩의 요구를 무시하기 시작해요. “요가 시장을 장악해야 하니 전문 신발, 액세서리 시장에 진출하자”는 제안, “마음 챙김이라는 콘셉트를 회사 지향점으로 삼자”는 제안, “기능성 원단을 안정적으로 수급해야 한다, 대만 직물업체에 투자하자”는 제안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대요. “가만히 있는 게 회사를 돕는 것”이란 대답만 돌아왔죠.

칩은 “어드벤트는 눈앞의 이익에 혈안이 돼 운동과 건강이라는 회사 미션을 외면했다”고 주장했어요.

속이 곪아있던 2013년, 대형 스캔들이 터져요. 월스트리트저널에 <룰루레몬의 요가 바지에 문제가 있다>라는 기사가 올라왔거든요. 언젠가부터 바지 속이 훤히 비친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모아놓은 글이었어요.

논란이 커지자, 룰루레몬은 문제가 된 ‘여성용 루온 요가 팬츠’를 전부 리콜해요. 그만큼 논란이 컸던 거죠. ‘고품질, 고기능’ 애슬레저 웨어를 자랑했던 회사잖아요.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요가복에 보풀이 일어나는 문제가 일어났죠. 자존심이 크게 무너진 칩이 해명한다고 내놓은 발언이 또 한 번 논란이 돼요.

“일부 사람들이 몸매를 부각하려고 자기 체형보다 2~4 사이즈 작은 제품 구매하는 게 문제다. 원단과 심에 과한 압력이 가해져 보풀이 발생하는 거다” 라고 말한 거예요.

이 시기 룰루레몬이 집계한 매출 손실은 약 836억4000만원. 매출 증가율도 2012년 37%에서 2013년 16%로 떨어졌죠. 룰루레몬 내부 직원들도 칩과 이사회를 작심 비판했어요.

이사회는 칩을 이사회 의장직에서 해임해요. 칩의 이상 행동을 문서로 기록하고, 직원과 소비자 수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어요. 칩이 회사에 끼친 손해를 통계로 입증하려고 말이에요.

Chapter 3. 진단 : 구원 투수의 등장,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다

2018년, 이사회는 전문경영인을 투입해요. 캐나다 출신 유통 전문가 캘빈 맥도널드. 17년간 캐나다 최대 유통업체 로블로컴퍼니에서 일했고, 뷰티 브랜드 세포라 미국 법인의 대표를 맡았었죠.

캘빈은 대표직에 오르자마자 문제를 진단했어요. 먼저 룰루레몬이 ‘여성 운동복’ 시장에서 가진 입지부터 냉철하게 분석했어요.

가장 큰 문제는 차별화였어요. 경쟁사에 비해 ‘룰루레몬’ 만의 장점을 찾을 수 없었죠. 2010년 이후로 대기업이 여성 운동복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했거든요. 나이키, 언더아머를 시작으로 갭의 운동복 브랜드 애슬레타까지 말이에요.

경쟁업체 대비 비싼 가격에 품질 이슈까지. 꼭 룰루레몬을 살 필요가 없어진 거예요. 한 패션 전문가는 이렇게 지적했어요. “룰루레몬은 나이키보단 티파니를 닮은 것 같다”고. 살아남으려면 비싼 가격은 내리라고 덧붙였죠.

두 번째 문제는 리더십과 신사업의 부재예요. 그동안 “너무 오래 취해있었다”는 게 패스트컴퍼니, WSJ 등 주요 언론의 지적이에요.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요가복은 여전한 캐쉬 카우였거든요. 매년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으니까, 경영인의 목소리가 줄어도, 새 기획이 안 나와도 10년 동안은 잘 지낸 거죠.

캘빈은 2019년 룰루레몬의 새 경영계획을 발표했어요.

1. 2023년까지 남성 운동복 매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 2. 옴니 채널 사업에 진출하겠다. 3. 글로벌 시장 수익을 4배 넘게 늘리겠다.

그리고 업계의 관심사였던 ‘가격 인하’에 대해선 이렇게 말해요. “타협 없다.”

“실적 악화로, 지도부는 매일같이 질문하고 씨름했습니다. 제조업체에 주문을 덜 넣을 것이냐, 매장 건물주와 임대료 동결을 논의할 것이냐, 직원을 해고할 것이냐…이 중 하나라도 타협하기가 싫었습니다. 정체성을 잃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차라리 높은 가격에 당위성을 부여할 ‘브랜드 이미지’부터 회복하기로 했죠.”

_캘빈 맥도널드 룰루레몬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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