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탠딩아웃 칼럼=노아민]
영화 마진 콜(Margin Call)의 존 털드는 말한다. "이 판에서 살아남는 법은 세 가지뿐이지. 남보다 빠르거나, 똑똑하거나, 아니면 사기를 치는 것." STANDINGOUT이 목격한 현실은 이 중 가장 비겁한 세 번째 방식, 즉 '사기적 기지'를 '선진적 결단'으로 포장하는 기술을 '리더십'이라 착각하는 가스라이팅이다. 우리는 그 오만한 제스처와 비정한 폭탄 돌리기를 리더십의 표본이라 숭배하고 있지는 않은가?

존 털드가 부하 직원에게 "아이에게 설명하듯 쉽게 말해보게"라고 요구하는 장면은 이 엘리트주의적 가스라이팅의 정점이다. 그는 본질을 꿰뚫는 혜안이 있어서가 아니라, 복잡한 수식과 도덕적 죄책감을 거세한 채 오직 '내 생존'이라는 단순한 결론으로 판을 몰아가기 위해 그 질문을 던진다. 남들이 시장의 붕괴와 수만 명의 실직을 걱정하며 데이터의 함정에 빠져있을 때, 그는 가장 먼저 버튼을 눌러 쓰레기를 이웃에게 팔아치운다. 이것은 경제적 예측이 아니라 도덕적 불감증에 기반한 '비정함의 기술'일뿐이지만, 대중은 이를 '동물적 감각'이라며 찬양한다.

대한민국의 금융권과 스타트업계에 포진한 이른바 유학파 리더들은 이 존 털드식 '태도'를 복제하며 권위를 획득한다. 진짜 실력으로 난제를 해결하기보다, 안경을 고쳐 쓰며 "핵심만 말해봐"라고 상대를 압박하는 제스처가 훨씬 싸게 먹히는 권위라는 것을 그들은 안다. 미국 자본가들이 거대한 자본력과 법률적 구멍이라는 안전장치 위에서 도박을 벌일 때, 한국형 복제 모델들은 알맹이 없는 오만함만 배운 채 '서사 만들기'에만 집착한다. 결국 실력이 아닌 '스타일'이 과대평가되는 구조 속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먹고 자라는 가짜 전문가들이 양산되는 셈이다.

대중은 불안할 때 강한 확신을 가진 자에게 의지하려는 속성이 있다. 마진 콜의 경영진이 보여주는 카리스마는 사실 "나도 모르지만 일단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는 무책임의 극치다. 하지만 시장이 붕괴하는 공포 속에서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은 대단한 인사이트로 착시를 일으킨다. 한국 사회가 이들의 아집을 '철학'으로 격상시켜주는 이유는 여전히 미국식 자본주의를 완성형 모델로 숭배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보여주는 사기적 기지가 '선진 금융 기법'이나 '과감한 리스크 테이킹'으로 오역되는 순간, 비판의 칼날은 무뎌지고 그들의 뻔뻔함은 '전설'이 된다.

이 '엘리트 가스라이팅'의 정수를 국가 단위의 거대한 쇼로 확장하면, 바로 도널드 트럼프의 스포츠 문법과 맞닿는다. 트럼프에게 스포츠는 고결한 경쟁의 장이 아니라, 존 털드가 쓰레기 자산을 팔아치우듯 대중의 야성을 선동하여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전쟁터'다. 그가 UFC 옥타곤 제일 앞줄에 앉아 데이나 화이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피와 비명이 낭자한 현장에서 '승리라는 단 하나의 정의'를 전유하기 위함이다.

북중미 월드컵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 역시 존 털드의 "아이에게 설명하듯 말해보게"라는 태도와 일치한다. 그는 복잡한 글로벌 화합이나 스포츠 외교 같은 수식어들을 단칼에 베어내고, 월드컵을 미국의 압도적 자본력과 인프라를 과시할 '거대한 매물'로 단순화한다. 리스크 관리에 매몰되어 엑셀 시트 뒤로 숨는 국내 유학파 리더들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고민하며 주저할 때, 트럼프는 스포츠라는 쇼를 통해 대중의 공포와 열광을 먹고 자라는 '승자의 서사'를 집행한다.

결국 "아무도 그를 못 이긴다"는 말은 그의 실력이 압도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타인의 고통을 수익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그들의 비인간성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자조 섞인 항복 선언이다. STANDINGOUT은 이 가짜 엘리트들이 구축한 가스라이팅의 성벽을 무너뜨리고자 한다. 엑셀 시트 뒤에 숨어 '본질'을 운운하는 그들의 언어는 리더십이 아니라, 판이 깨질 때 가장 먼저 도망치기 위한 비겁한 예고편에 불과하다. 트럼프가 옥타곤 위에서 증명하듯,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련된 미국식 서사가 아니라 현장의 비린내를 감당하며 진짜 승리를 쟁취하는 투박한 야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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