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포드가 남긴 재치 있는 추도사… 유쾌했던 카터의 마지막 길
제39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국가장례식이 워싱턴DC의 국립대성당에서 9일(현지 시각) 진행됐다. 카터의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고(故)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이 생전에 써놓은 추도사로 인해 장례식은 울음보다는 웃음이 가득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정적(政敵)이었던 고(故)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이 준비한 추도사를 포드의 아들이 대독했을 때 장례식장 분위기는 유쾌했다. 포드 전 대통령은 부통령이었던 1974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하면서 대통령직을 승계한 이후, 1976년 대선에서 카터와 맞붙었지만, 카터 전 대통령이 당선됐었다. 이후 카터와 포드는 정치적 경쟁을 넘어 당파를 초월한 우정을 보여줬고, 두 사람은 생전에 서로의 장례식에서 읽어줄 추도사를 미리 써놨다. 지난 2006년 12월 포드가 93세로 사망했을 때, 카터 전 대통령은 그의 장례식장에서 그를 기리는 추도사를 읽은 바 있다.
포드의 추도사는 그의 셋째 아들 스티븐 포드가 읽었다. 포드는 아들이 대독한 추도사에서 “한때 지미 카터와 저는 라이벌이었다”며 “이제 지미가 저보다 10년은 더 오래 살 것 같으니, 저는 제 추억을 아들(스티브)에게 맡겨두려 한다”고 했다. 포드는 “우리가 공유한 가치가 있었기에, 지미와 저는 서로를 경쟁 상대로 인정했음에도 나중에는 친애하는 친구가 될 수 있었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지미가 제 신경을 건드린 적이 없다고는 말 못 하지만, 정치를 하는 사람 중 상대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은 사람이 있던가요?”라고 했다.
이어진 추도사에서 포드는 “1976년 선거에서 지미는 제가 지닌 정치적 취약점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물론 저는 그게 달갑지 않았지만, 그때는 그 선거 결과가 제게 얼마나 깊고 오래가는 우정을 가져다줄지 꿈에도 몰랐다”면서 “1981년 여름, 우리는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에어포스원에 같이 타고 카이로로 가는 길이었다. 흔히들 ‘한 방에 대통령이 둘 있으면 하나는 너무 많다’고들 하는데, 저 역시 그 긴 여정이 얼마나 어색할지 살짝 걱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돌아오는 길은 오히려 너무 짧게 느껴졌다. 대서양 상공 어디쯤에서, 지미와 저는 정치를 뛰어넘는 우정을 맺게 됐다”며 “가족, 신앙 이야기, 그리고 백악관에서 물러난 뒤에도 인생이 계속된다는 놀라운 경험들, 우리 모두 대통령 도서관 건립 비용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한탄했고, 더 안타까운 건 그 막대한 기금을 전직 대통령 본인이 직접 모아야 한다는 사실이었다”고 했다.
포드는 “정직과 진실함은 지미 카터라는 이름과 동의어였다. 지미 카터에게 정직은 그저 이상적 목표가 아니라 그의 영혼 자체였다”며 “저와 지미 둘 다 선거에서 패배하는 고통을 겪었고, 그것이 얼마나 쓰라린 경험인지를 잘 알았다. 그러나 동시에 정치적 패배가 가져다주는 ‘자유’를 깨닫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포드는 “이제 작별 인사를 건넬 시간이 왔나 보다. 우리는 이 훌륭한 분을 알았다는 사실에서 오는 기쁨과 감사로 조금이나마 위로받고 있다”며 “제 입장에서는, 지미,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에게는 나눌 이야기가 여전히 많다. 대통령님. 오래된 벗이여, 이제 집으로 돌아오십시오”라고 했다.

카터의 손자인 제이슨 카터가 가족을 대표해 10여 분간 낭독한 추도사에서도 조문객들은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카터의 손자는 카터의 검소함과 평범함을 강조했다. 그는 “할아버지 집에 가면 할아버지는 1970년대풍의 짧은 반바지와 크록스를 신고 집 앞에 나타나실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전화기는 여전히 코드가 달린 채 부엌 벽에 고정되어 있어서 마치 박물관 전시품 같았고, 대공황 시절에 배운 절약 습관 때문에 싱크대 옆 선반에는 지퍼백을 씻어 말리는 모습도 보였다”고 했다.
이어 그는 “시대가 바뀌며 할아버지도 결국 휴대전화를 사셨는데, 어느 날 휴대전화로 제게 전화를 걸어오신 적이 있다”며 “’여보세요, 할아버지’라고 했더니 할아버지는 ‘누구냐’고 물으셨다. ‘접니다, 제이슨이요’ 했더니 ‘거기서 뭐 하고 있니’라고 하시더라”고 했다. 카터의 손자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는데요, 할아버지가 전화주신 거잖아요’라고 했더니 ‘난 전화 안 했다. 사진 찍고 있었는데?’라고 답하시더라”고 했다.
장례식에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이 자리했다. 전·현직 대통령들은 장례식 전에 비공개로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뒤 생존한 전·현직 대통령의 비공식 모임인, 이른바 ‘대통령 클럽’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오바마 전 대통령 옆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AP통신은 “이는 극도로 분열된 미국 정치에서 목격된 이례적인 화합의 모습”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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