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위기대응 행동나섰다..5조 긴급투입에 증안펀드까지(종합2보)
'증안펀드' 재가동 준비..저신용 기업 회사채·CP 신속 매입
정부 "추가 시장안정조치 검토"..대외변수 여파에 효과 주목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신호경 박용주 기자 = 주가 급락과 환율·금리 급등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산되자 정부가 28일 채권시장에 총 5조원의 자금을 긴급 투입하기로 하고 '증권시장 안정펀드'(증안펀드) 재가동까지 준비하는 등 본격적인 위기 대응 조치에 착수했다.
정부는 그동안 외환보유액과 대외자산 등이 충분하고 '컨틴전시플랜'이 갖춰져 있다며 심리적 불안감을 진정시키는 데 주력해왔으나 금융시장의 동요가 진정되지 않자 구체적인 행동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금융시장의 불안은 국내적인 요인보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등 대외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이번 조치가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할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본격적인 행동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시장을 안정시키는 심리적인 효과는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주가·원화 가치·채권값 '트리플 폭락'…시장 위기감 증폭
이날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카드를 내놓은 것은 코스피가 또다시 급락해 2년 2개월 만에 2,200선 아래로 주저앉는 등 금융시장 상황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연준이 3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밟은 지난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침체 공포가 시장을 급속히 냉각시키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54.57포인트(2.45%) 내린 2,169.29에 장을 마쳤다.
연저점 경신은 물론 종가 기준 지난 2020년 7월 10일(2,150.25) 이후 최저 수준이다.
코스피가 2,200선 아래에서 마감한 것도 지난 2020년 7월 20일(2,198.20) 이후 2년 2개월여 만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2조9천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1조2천억원 각각 시총이 증발해 하루 새 증시에서 시총 54조원 가량이 증발했다.
원/달러 환율도 가파르게 올라(원화가치 하락) 오전 중 1,440원을 돌파했다. 환율은 이후에도 고점을 높여 한때 1,442.2원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장중 1,44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 16일(고가 기준 1,488.0원) 이후 처음이다.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4bp(1bp=0.01%포인트) 올랐고(채권값 하락) 10년물 금리도 연 4.332%로 12.4bp 상승했다.
정부, 국채 안정에 5조원·증안펀드 재가동 준비
이런 금융시장 불안에 맞서 정부는 강력한 맞대응 카드를 꺼내 들었다.
우선 정부와 한국은행은 국채시장 안정을 위해 총 5조원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2조원 규모의 긴급 국채 바이백(조기상환)을 실시한다고 밝혔고, 한국은행도 3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발표했다.
정부와 한은의 이런 움직임은 글로벌 긴축 가속화 우려로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나온 시장안정 조치다. 국채를 사들여 채권 금리 급등 상황을 진정시키려는 것이다.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이날 거시금융회의에서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거시금융회의에서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시장 대응에 만전을 다해달라"면서 "필요하면 주식·회사채시장 불안심리 완화를 위한 시장변동 완화조치도 적극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금융위원회도 이날 오후 금감원과 함께 금융시장 합동점검 회의를 개최해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해 증안펀드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음을 공개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증안펀드 재가동 등 금융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를 적기에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위원회는 증안펀드 재가동과 관련해 증권 유관기관 등 출자기관과 이미 실무 협의에 착수한 상황이다.
증안펀드는 증시 안정을 위해 증권사·은행 등 금융회사와 유관기관들이 공동으로 마련한 기금이다.
증안펀드는 2020년 3월 코로나19에 따라 증시가 폭락하자 금융당국이 10조원 넘게 조성했으나, 주가가 반등해 실제 사용되지는 않았다.
또한 금융위는 회사채 시장 안정화 방안에 따라 확보된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매입 여력을 활용해 시장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저신용 기업을 중심으로 회사채와 CP 발행 물량을 최대한 신속히 매입해달라고 요청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추가적인 시장 안정 조치의 필요성과 조치 여부에 대해서도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면서도 검토하고 준비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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