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강우성 쇼팽과 리스트의 여정을 따라가다

김진형 2022. 9. 1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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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과 리스트는 19세기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다. 두 사람의 삶과 여정은 무척 달랐다. 자기 세계관이 뚜렷했던 쇼팽이 내면에 집중했다면, 리스트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의 철저한 자기화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주도했다. 그들의 연결점은 단 하나, ‘감정’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전체와 하나 사이에서의 선택은 음악가들에게 있어 영원한 숙제와도 같다.
 

▲ 강우성 피아니스트의 독주회가 최근 강원대 백령아트센터에서 ‘두 사람의 여정’을 주제로 열렸다.

강우성(사진) 피아니스트의 독주회가 지난 7일 강원대 백령아트센터에서 열렸다. 그가 강원대 교수로 임용된 이후 춘천에서 처음 가진 독주회다. 이날 독주회는 ‘두 사람의 여정’이라는 주제 아래 쇼팽과 리스트의 대표곡을 한자리에 모아 해설이 있는 음악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강우성 피아니스트는 쇼팽과 리스트의 난곡을 악보 없이 연주하며 수준 높은 음악적 역량을 선보였다. 딱딱한 분위기 대신 위트있는 대화와 영상 설명으로 두 사람이 가졌던 삶의 궤적을 그리며 관객과의 친숙함 또한 높였다.

 

▲ 강우성 피아니스트의 독주회가 최근 강원대 백령아트센터에서 ‘두 사람의 여정’을 주제로 열렸다.

1부에서는 폴란드 출신 쇼팽의 ‘녹턴 20번’을 시작으로 ‘발라드 1번’과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 작품 22’가 연주됐다. 대표작 발라드 1번에서는 웅장한 도입부와 함께 의도적으로 템포를 조금 빠르거나 느리게 연주하는 ‘루바토’ 주법으로 쇼팽에 접근하며 내재적인 우울함을 이끌어냈다. 음악이 이끌어내는 감정은 이미 가을에 훌쩍 다가와 있었다. 섬세한 터치마다 영롱함이 느껴졌고, 무게감 또한 깊었다.

폴로네이즈 작품에서는 잠시 눈을 감고 들었다. 쇼팽이 가진 시적 감성을 오로지 음악으로만 느껴보고 싶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회상적인 분위기와 함께 오롯이 음악에 빠져든 연주자의 분위기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이어 폴란드 민속 춤과 귀족 춤인 ‘마주르카’와 ‘폴로네이즈’가 잇따라 펼쳐지며 서정적이면서도 광기처럼 느껴지는 감정의 몰아침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마지막 터치 후 피아노에서 손을 떼는 시간조차 음악이었다.
 

▲ 강우성 피아니스트의 독주회가 최근 강원대 백령아트센터에서 ‘두 사람의 여정’을 주제로 열렸다.

강우성 피아니스트는 “폴란드 출신의 쇼팽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았던 조국에 대한 굉장한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며 “그는 스타일을 쫓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도 쇼팽의 작품 흐름이 변화하지 않는 것은 그가 오롯이 내면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부 무대는 리스트의 연작 피아노 솔로 작품집 ‘순례의 해’ 중 1837년부터 1849년 사이에 작곡된 ‘두번째 해-이탈리아’의 수록곡이 연주됐다. 잠깐의 휴식을 마친 강 피아니스트는 클래식 공연에서는 이례적으로 청바지를 입고 무대에 등장했다. 어찌보면 연주자의 마음이 조금은 리스트 쪽에 기울어져 있는 듯 싶었다.

 

▲ 강우성 피아니스트의 독주회가 최근 강원대 백령아트센터에서 ‘두 사람의 여정’을 주제로 열렸다.

이탈리아 시인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작품 47, 104, 123번이 먼저 흘러나왔다. 라우라를 사랑했던 페트라르카의 시가 화면에 흘러나오며 곡에 대한 감정도 쉽게 연상할 수 있었다. 연주 순간마다 쉼의 공간이 있었고 이미지가 그려졌다. 연주하는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좋았다. 사랑은 고통을 동반하기 때문에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진리를 음악으로서 연주하는 듯 느껴졌다.

 

▲ 아리쉐퍼의 ‘단테와 베르길리우스에게 나타난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의 유령(1835년 작)’

이어진 ‘소나타 풍의 환상곡 단테를 읽고’는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에서 모티브를 받은 작품이다. 네덜란드 화가 아리쉐퍼 등이 ‘신곡’을 주제로 그린 그림이 이어지면서 회화적인 분위기가 공연에 묻어나왔다. “콰쾅”하는 엄중한 첫 두음부터 심장을 두드렸다. 현란하면서도 혼란스러웠고 섬세하면서도 묵직했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정성을 다한 피아노의 강약 조절은 애달프도록 마음을 녹였다. 음악의 흐름에 따라 배치된 그림의 흐름 또한 자연스러웠다. 피아니스트는 탄성이 흘러나올 정도로 온전히 무대를 감당했다.
 

기술적인 부분을 떠나 음악적 방향이 대조적인 두 피아니스트의 곡을 연주하는 것은 보통 체력이 소요되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강원대 음악학과장을 맡아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는 연주자의 학구적인 노력과 깊이를 짐작할 수 있었다. 강 피아니스트는 앙코르곡으로 쇼팽의 녹턴 2번을 연주하며 관객의 호응에 화답했다.

 

▲ 강우성 피아니스트의 독주회가 최근 강원대 백령아트센터에서 ‘두 사람의 여정’을 주제로 열렸다.

강우성 피아니스트는 “음악은 귀로만 듣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클래식 음악이 꼭 딱딱하고 조용할 필요도 없다”며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음악회를 통해 관객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강 피아니스트는 연주회 이외에도 다양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이어나가고 있다. 오는 22일 양구 석천중에서 ‘예술로 바라보는 세계사’ 교육을 진행하며 24일에는 강원대에서는 마스터 클래스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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