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낙동강 물을 ‘초순수’로 정제하는..유록스, 요소수 생산공장 가보니
[울산=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디젤차(경유차)의 촉매제로 활용되는 요소수는 암모니아 성분의 수용액을 일컫는데, 요소와 물을 32.5 : 67.5 비율로 적절히 혼합해 만들어진다.
디젤 세단이나 디젤 SUV, 디젤 트럭은 주행 중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를 불러 일으키는 유해가스인 질소산화물(NOx)을 배출한다. NOx는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쌓이면 평생 배출되지 않고 암 등 다양한 질병도 일으킨다. 요소수는 이 같은 NOx를 제거는 역할을 맡는다.
어찌보면 요소수의 제조 과정은 상대적으로 쉬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요소수의 핵심은 과연 얼마만큼의 깨끗한 물인지, 초순수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극도로 작은, 눈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 불순물이 섞인 요소수가 선택적환원촉매(SCR) 시스템의 촉매제로 활용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온다.
롯데정밀화학의 류희석 수석은 “불량 요소수, 조금이라도 불순물이 섞인 요소수를 사용하는 경우 EURO 6 배출가스 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한 후처리 기술인 SCR의 고장뿐 아니라 심지어는 디젤차가 정상적인 주행을 할 수 없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탑승자의 안전뿐 아니라 차량을 고치는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얘기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행되고 있는 55만여대의 디젤 트럭을 비롯해 200만대 이상의 디젤 세단이나 디젤 SUV 등은 NOx 저감을 위해 요소수를 반드시 주입해야만 한다.
지난달 21일 오후 2시. 울산시 남구 여천동에 위치한 롯데정밀화학공장. 이곳은 38만평의 면적으로 무려 축구장 176개 규모다. 지난 1964년 한국비료공업이 모태로 불리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초대 사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맡았다.
롯데정밀화학공장에서는 셀룰로스 계열과 염소 계열, 요소수, 암모니아 등 정밀화학이나 일반화학, 전자재료 등의 제품이 생산된다. 공장 인근에 도착하면 살짝 매콤한 냄새도 느껴진다.
■ 낙동강 물을 초순수로 정제
공장 출입은 예사롭진 않다. 경비실부터 신분을 철저히 관리한다. 안전방재센터에서는 공장 내부 이동자나 주요 작업 상황을 CCTV, 컴퓨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24시간 체크한다. 전국으로 배송되고 있는 제품의 위치도 확인된다.
화학공장인 만큼 가스누출 감지기를 비롯해 5800여기의 화재 감지기 등이 설치됐다. 소방차도 상시 대기한다. 이상이 감지되면 안전방재센터에서 즉시 출동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센터에는 총 12명이 4개조로 나눠 1년 365일 실시간으로 공장 상황을 점검한다.
이곳 요소수 생산 공장은 크게 3단계의 공정을 거친다. 최고의 품질을 생산하기 위한 ‘생산제조’에 이어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품질검사’, 마지막으로 품질을 완성하는 ‘포장’ 단계가 바로 그것이다. 공장이 넓은 만큼 각각의 공정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승용차를 타고 이동한다. 공장 내에서는 시속 20km 이내를 유지해야만 한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취수장. 울산은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만큼 취수는 일반 수돗물 대신 낙동강 물을 받아 사용한다. 취수장에는 시간당 1600톤, 하루 약 4만톤 가까운 낙동강 물이 유입된다. 취수장에서는 단지 낙동강 물, 공업용수를 받는 것 이외에 1차로 깨끗한 물로 정제하는 과정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취수장에서는 두께가 얇은 막인 멤브레인을 저수조에 직접 침지시켜 원수(낙동강 물) 중에 포함된 부유물질과 콜로이드성 입자들을 낮은 흡입 압력으로 여과하는 과정을 밟는다. 멤브레인은 약 2500 가닥 단위로 모듈화 됐는데, 개별 가닥에는 0.01μm 정도의 작은 구멍으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원수에 떠있는 낙엽이라든지 바닥의 흙, 모래 이외에도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세균과 미생물, 박테리아, 대장균, 심지어 코로나 바이러스 등이 이곳 취수장에서 1차로 제거돼 고품질의 공업용수를 생산하게 된다. 말은 공업용수지만 우리가 마실 수 있는 정도다.
그러나 이렇게 식음이 가능한 물도 요소수로는 사용할 수 없다. 물 속에는 무기 이온이 포함된 까닭이다. 이온은 SCR에 들어가게 되면 NOx와 만나 금속염을 불러일으켜 분사노즐 등을 막히게 하는 원인이 된다.
그래서 이곳 취수장에서는 다시 역삼투압 방식을 이용, 5단계에 걸쳐 역삼투막 멤브레인을 통해 대부분의 물 속 이온들을 걸러낸다. 전기전도도가 무려 0.08μs/cm에 달하는 ‘초순수’를 얻게 된다.
롯데정밀화학의 환경운영담당 김재호 대리는 “낙동강 물을 멤브레인 등을 통해서 정제해 하루에 이곳에서 생산되는 초순수의 양은 약 6000톤에 달한다”며 “이 같은 초순수는 요소수뿐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서 반도체 생산할 때에도 사용된다”고 말했다.
■ 요소와 초순수로 조제된 요소수..극강의 품질 구현
공장 내 창고에 적재된 요소는 트레일러를 통해 요소수 제조 공정에 투입된다. 요소는 초순수와 32.5 : 67.5 비율로 혼합되어 용해조에서 믹싱된다. 그러나 요소수 제조 공정이 이것으로만 끝나는 건 아니다.
이렇게 생산된 요소수는 롯데정밀화학이 확보한 최신 필터링 시스템을 다시 통과해야만 한다. 취수장에서만 5단계로 필터링된 초순수로 만들어진 요소수는 추가로 9번의 필터링 시스템을 거쳐 출하된다.
롯데정밀화학의 캐미칼운영담당 소현지 대리는 “이곳에서의 이뤄지는 별도의 필터링은 눈에 보이지 않는 0.01µm 크기의 미립자까지 제거하기 위함”이라며 “이를 통해 롯데정밀화학의 기술력이 담긴 깨끗한 요소수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완벽하게 필터링돼 극강의 품질을 확보한 요소수로 변신하게 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요소수는 하루 평균 430톤이 생산된다. 사일로에서 용해조를 거쳐 필터링돼 완성되는 요소수의 공정과정은 별도의 조정실에서도 실시간으로 체크된다.
요소수 제조공장 현장에서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제조 설비가 자동화 돼있어 조정실에서 원격으로 설비를 제어하기 때문이다.
롯데정밀화학 조정실의 캐미칼운영담당 김성섭 기장은 “요소수 유록스를 제조하는 공정은 자동화 시스템을 갖춰 효율적으로 생산되고 있다”며 “이곳 조정실에서는 취수와 요소, 용해조, 멤브레인 필터링 등을 거쳐 생산되는 요소수 공정과 벌크 작업, 탱크로리를 통해 출하하는 과정까지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품질관리..법규보다 까다로운 품질 분석
이처럼 다양한 공정을 통해 제조된 요소수는 극강의 품질력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품질관리가 이어진다. 롯제정밀화학의 품질분석동에서는 케미칼류, 그린소재류, 전자제품류 등 3종의 분석이 따로따로 진행된다.
요소수의 경우에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요소의 농도, 밀도, 굴절율을 비롯해 금속류에 속하는 철, 니켈, 크롬 등 법정 항목에 따라 총 18개의 품질 분석이 기본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이게 다는 아니다. 실험실에서는 법정 항목 이외에 요소수의 탁도나 농도, 이물질, 필터 색상, 실제 고객들의 요구사항 등 특수분석에 이르기까지 추가적인 3~4개의 자체 기준에 따라 품질을 분석한다.
실험실에는 요소수의 농도를 분석하는 2000만원 상당의 굴절계를 비롯해 1억원이 넘는 UPLC라는 분석기를 통해 미세한 불순물도 찾는다. NOx 저감에 불필요한 요소 분자가 3개가 붙은 ‘트리우렛’도 이 기기를 통해 유무 확인이 가능하다. 국내 요소수를 판매하는 업체 중 UPLC 기기를 확보한 곳은 롯데정밀화학이 유일하다는 귀띔이다.
눈으로는 확인이 안되는 이물질도 체크할 수 있다. 필터링을 통해 검출된 이물질은 탄소 테이프를 이용해 4억원대 특수 현미경(SEM-EDX)으로 캡처한 뒤, 컴퓨터 기기로 140배 확대해 표면을 살펴보면, 이물질의 원소나 함량, 심지어 성분까지도 분석이 가능하다. 요소수 제조 과정에서 만의 하나라도 오류가 발생한 공정을 찾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롯데정밀화학의 품질보증담당 이경훈 대리는 “유록스 요소수는 법규에 따른 18개 항목뿐 아니라 훨씬 더 까다로운 내부 관리항목 3개 등 총 21개의 품질 분석이 진행된다”며 “요소 원료부터 생산 과정, 출하에 이르기까지 각 공정별로 별도의 깐깐한 분석 실험이 더해진다”고 강조했다.
■ 극강의 품질 유지하는..포장도 과학
생산된 요소수를 포장하는 건 극강의 품질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남다른 기법이 동원된다. 요소수 포장은 생산을 거쳐 마무리 단계인 만큼 ‘화룡점정’이나 마찬가지다.
롯데정밀화학은 포장 단계에서도 요소수의 오염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밀폐 공정으로 포장 용기를 직접 생산한다. 포장 용기는 사출된 프리폼을 회전시키면서 쿨링과 열을 가한 후, 금형에 따라 성형된다.
포장 용기는 다시 기밀검사기를 통과해야 하는데, 공기를 불어넣는 과정에서 미세한 흠집이나 구멍이 발생된 용기는 별도로 분리돼 제외된다. 기밀검사기를 통과한 10ℓ짜리 용기는 주입기를 통해 고품질의 요소수가 채워진다. 하루에 평균 2만개가 생산된다.
요소수가 주입된 용기는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이동하면서 휴대하기 편하도록 핸들이 체결된 뒤 케이스팩커로 박스에 담겨진다. 박스는 데이터 코딩기로 제조 날짜 등이 찍히면서 테이핑까지 자동으로 진행된다.
포장이 마무리된 요소수는 산업용 로봇에 의해 5개씩 이동돼 75개 또는 50개 박스가 한 묶음으로 팔레트로 옮겨진다. 완제품으로 변신한 유록스 요소수는 총 896개의 팔레트를 적재할 수 있는 창고로 옮겨져 보관된 후 출하된다.
롯데정밀화학의 장남주 팀장은 “디젤 트럭이나 디젤 승용차 등 디젤차의 질소산화물을 배출을 저감시키기 위해 SCR 촉매제로 사용되는 요소수는 무엇보다 품질이 중요하다”며 “유록스는 요소와 물 등 원료부터 제조 공정에 이르기까지 까다로운 품질관리를 통해 최상의 품질력을 확보했다”고 자신했다.
한편, 유록스(EUROX)는 국제 요소수 품질 기준인 애드블루(AdBlue) 인증을 획득한 요소수로 15년 연속으로 국내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타타대우상용차, 메르세데스-벤츠, BMW, 볼보, 푸조, DS, 스카니아, MAN(만트럭버스)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에 순정 부품으로 납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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