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ECRET] 현대차 기아 남양기술연구소를 가다!

자동차는 현대 산업기술의 꽃이라 불린다. 달리고, 돌고, 서고를 반복하는 기계지만 인류는 자동차와 함께 발전해 왔다. 그러나 자동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관심이 있거나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4만 개가 넘는 개별 부품, 안정과 효율을 추구하는 첨단 소프트웨어, 다양한 환경에 대응하는 하드웨어까지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데 투입되는 인원은 수 천명에 이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작년 전 세계에 약 723만 대를 판매하며 3년 연속 글로벌 자동차 판매 3위를 기록했다. 유럽과 미국, 일본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자동차 생산에 뛰어든 지 60여 년 만의 결과다. 아시아의 작은 변방 국가에서 이제는 당당하게 자동차 생산국으로 완전하게 자리잡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저력은 하루에 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도전과 연구, 실패를 반복했음은 물론이고, 그 중심에는 1996년 설립된 혁신의 심장이라 불리는 남양기술연구소가 있다.

자동차회사의 기술연구소는 그 출입 과정부터가 매우 까다롭다. 당연히 일반인들은 자신들이 타고 있는 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연구소라는 공간은 매우 은밀하고 거기서 만들어진 기술이나 정보가 소비자에게 전달 될 때는 때는 자동차가 완성되었을 때다. 남양기술연구소를 둘러 볼 수 있는 기회는 그래서 매우 특별했다. 언론에 공개된 공간은 전체 시설의 약 10% 미만이지만 전동화 모델의 핵심 기술을 연구하는 곳이라는 상징성을 생각하면 현대자동차그룹이 가진 자심감을 간접 체험하기에는 충분했다. 이번에 언론에 공개된 공간은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1급 기밀로 분류하는 공력시험동, 다양한 기후 조건으로 열관리 성능을 연구하는 환경시험동, 핸들링과 승차감 성능을 개발하는 R&H 성능개발동, 소음과 진동을 해석하고 감성 품질을 연구는 NVH동 등 5개 시설로 자동차 개발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영하 30도, 영상 50도를 오르내리는 환경시험동

가장 먼저 찾은 환경시험동은 다양한 기후 조건에서 자동차의 성능을 검증하는 출발점이다. 이곳은 자동차의 열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모든 시스템의 성능 개발을 진행한다. 구체적으로는 엔진과 변속기의 냉각 성능, 냉난방 공조 성능, 실내 쾌적성까지 자동차 내 주요 열 관련 시스템의 모든 연구를 담당한다. 특히 전동화 비중이 확대되면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배터리, 수소전기차의 스택, 전장 부품, 자율주행제어기 등 열에 민감한 전기, 전자 부품의 회로 설계와 성능 검증, 공조 전비 개선까지 담당 범위를 넓히며 역할이 한층 확대되고 있다.

환경시험동의 핵심 시설은 전 세계 다양한 기후와 주행 조건을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는 환경 풍동 챔버다. 환경 풍동 챔버는 온도, 습도, 풍속, 밝기 등 다양한 환경 조건을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으며, 자동차의 주행 부하와 속도까지 정교하게 제어 가능하다.

환경 풍동 챔버는 시험 환경에 따라 고온 풍동, 저온 풍동, 강설 풍동으로 구분되어 다양한 사용 조건을 재현한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섭씨 영상 50도 고온의 중동 지역, 영하 30도 혹한 지역의 강설 환경 등 세계 각지의 극단적인 기후를 그대로 구현하며, 냉난방 공조 시스템과 배터리 열관리 성능을 검증한다.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는 단순한 열효율 향상을 넘어, 주행 안정성과 실내 쾌적성, 전비 효율까지 전반적인 차량 성능을 최적화하는 데 활용된다.
고온 환경 풍동 챔버에서는 고성능 전동화 모델인 아이오닉 6 N의 평가 검증이 한창이었다. 아이오닉 6 N은 섀시 다이나모미터(Chassis Dynamometer) 위에 단단히 고정돼 있었고, 시속 50km로 설정된 속도에 따라 바퀴를 굴리고 있었다. 위로는 수많은 조명 장치에서 눈부시도록 밝은 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이는 솔라(Solar)라고 하는 인공 태양광 제어 램프로 최대 1,200W/㎡의 일사량으로 태양광 노출 환경을 재현한다.
챔버 내 설치된 전광판이 고온 시험 환경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기온은 무려 50℃, 주행풍 속도는 시속 50km를 가리키고 있다. 시험 중인 자동차 안에는 인체 모형에 다수의 온도 센서를 부착한 서멀 마네킹(Thermal Manikin)이 탑승하고 있었다. 열에너지차량시험1팀 송대현 책임연구원은 "서멀 마네킹은 실제 사람을 대신해 자동차 내부의 열적 쾌적성을 측정하는 장비다. 에어컨 송풍구 위치나 공조 시스템의 작동 방식에 따라 체감 온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실내 쾌적성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섭씨 50도의 고온 환경 풍동 챔버 맞은 편의 저온 환경 풍동 챔버에서는 최근 선보인 기아 PV5가 시험 중이었다. 챔버 내부 온도는 섭씨 영하 20도로 설정돼 있었고, 표면에는 성애가 얇게 내려앉아 있었다. 차가운 주행풍을 맞으며 다이나모 위를 주행 중인 PV5는 마치 혹한의 북유럽 겨울 도로 위를 달리는 듯했다.

이곳에서는 실내 난방 성능, 모터나 배터리의 저온 제어 성능 등을 시험한다. 두꺼운 방한복을 입은 연구원들은 혹한 조건에 노출된 상태를 자세히 살피면서 난방 성능과 저온 제어 시스템 관련 데이터를 꼼꼼히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겨울철 전기차 배터리 효율의 검증 역시 이곳에서 이뤄진다. 담당 연구원에 따르면, 고효율 히트펌프를 비롯해 최소 전력으로 최대 난방 효과를 내는 기술의 시험과 평가가 이뤄진다고 한다.
여러 환경 챔버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곳은 강설 강우 환경 풍동 챔버였다. 이곳에서는 앞서 방문한 저온 환경에 더해, 눈과 비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장치가 추가로 구동되고 있었다. 챔버 내부 온도는 섭씨 영하 30도로 설정돼 있었고 아이오닉 9이 시험대에 올라 있었다. 시험이 시작되자 앞에서 거친 눈보라가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챔버 내부를 가득 채울 정도로 눈보라가 거세졌다.

강설 분사와 주행풍 속도를 줄이고 챔버 내부로 들어가 볼 수도 있었다. 입장 전 두꺼운 방한복을 걸쳤지만, 영하 30도는 그야말로 살을 에는 듯한 추위였다. 이곳에서 연구원들은 강설이 자동차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히 관찰하고 있었다.

전기차는 충전구와 프렁크의 눈 유입 여부도 굉장히 중요한데, 연구원들은 눈이 쌓이는 위치와 실링 구조의 밀폐 상태를 세밀하게 점검했다. "눈이 쌓여 배터리나 전장 계통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프렁크에도 눈이 들어가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열에너지차량시험2팀 홍환의 연구원이 해당 시험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참고로 이 날 기온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영상 35도를 기록했는데, 잠깐 사이에 영하 30도와 영상 35도를 넘나드는 특이한 체험이 덤으로 따라왔다.

작은 소음도 놓치지 않는다! 음향 마법사들의 공간 NVH동

자동차에서 NVH(Noise, Vibration, Harshness)로 통칭되는 이 분야는 부정적인 영향과 싸우고 그 해결책을 찾아가는 어쩌면 가장 주관적이고 가장 어려운 분야다. 시대가 흐를수록 주행 중 느끼는 정숙성과 편한함은 소비자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인데 이는 전동화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특히 전동화 모델은 엔진 소음이 없기 때문에 작은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 미세한 진동 등을 소비가 훨씬 민감하게 느끼게 된다.
남양기술연구소의 로드 노이즈 시험실은 주행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노면 소음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서 발생하는 노면 가진(주행 중인 자동차가 노면의 불규칙성으로 인해 받는 진동)을 구현해 자동차 내부에서 들리는 소음을 평가한다.
로드 노이즈 시험실은 10×14m 규모로, 벽면은 두꺼운 흡음재로 빈틈없이 둘러싸여 있다. 덕분에 실험실 내부는 소리의 반사가 없는 무향의 공간이다. 내부에 설치된 섀시 다이나모는 타이어와 맞닿아 있는 롤 표면에 실제 도로를 본뜬 패치가 부착돼 있는데, 시험 조건에 따라 아스팔트, 콘크리트, 험로 등 실제 도로의 노면 질감을 그대로 구현한 패치로 교체가 가능하다. 소음진동기술팀 서재준 팀장은 "실제 도로와 최대한 동일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3D 스캔과 재료 반발계수까지 반영해 패치를 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일반 국도의 거친 노면을 재현한 패치로 시험이 진행됐다. 테스트가 시작되자, 롤 위를 굴러가는 타이어에서 특유의 낮은 방사음이 들려왔다. 주행 속도에 따라 톤과 음량이 달라지는 것이 모니터의 그래프와 함께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마이크를 운전석과 뒷좌석에 설치해 주파수별 소음을 계측한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엔진음이 없기 때문에 이런 노면 소음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한다.

로드 노이즈 시험 목적은 단순히 소리를 측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소음의 발생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고 설계와 소재 개선을 통해 근본적인 소음원을 줄여 나가기도 한다. 로드 노이즈 시험실은 타이어와 노면의 마찰로 발생한 작은 진동이 현가장치나 차체 구조에서 어떻게 증폭되는지 파악하고, 이를 줄이기 위해 부품의 소재와 설계를 조정한다.

다음으로 찾은 시험 공간은 몰입 음향 스튜디오. 이곳에서 진행하는 몰입형 가상 평가 환경(VR)은 실제 도로와 유사한 시각, 청각 환경을 구현해 음향 성능을 검증한다. 평가실 내부에는 대형 디스플레이와 VR 장비가 설치돼 있었고, 연구원들은 VR 헤드셋을 착용한 채 다양한 도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며 사운드를 평가했다.

VR은 외부 시험로, 교차로, 터널, 실내 주차장 등 매우 다양한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으로 구현된 VR은 글로벌 연구소와도 실시간으로 합동평가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제네시스소음진동해석팀 복다미 책임연구원은 "물리적으로 같은 크기의 소리라도 청각 정보만 주어지면 실제보다 더 크게 인지되는 경향이 있다. VR을 활용해 시각 정보를 함께 제공하면 몰입감을 높이고 실제 주행과 유사한 조건에서 사운드를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상환경 평가실은 단순한 음향 재생에 그치지 않고, 특정 모델의 음향 전달 특성까지 반영된 버추얼 사운드를 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기차의 보행자 보호음(Acoustic Vehicle Alerting System)은, 스피커 장착 위치에 따라 보행자가 듣는 소리가 달라지는데, VR 환경에서는 자동차의 이동 상황과 소리의 방향, 거리감까지 실제처럼 재현할 수 있다. 이런 평가 방식은 각 국가별 기준에 부합하면서도 소비자가 불쾌하지 않게 느끼는 음향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몰입 음향 청취실은 실제 자동차에 탄 듯한 청각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었다. 청취 좌석을 중심으로 수십 개의 스피커가 정교하게 배치돼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대형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있었다. VR 헤드셋을 착용하면 가상 도로 환경 속에서 주행 상황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는데, 이와 동시에 돌비 애트모스(7.1.4채널)와 4차 앰비소닉(25채널)을 모두 청취할 수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이곳은 소비자가 실제로 느끼는 소리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앰비소닉 모드는 측정된 공간의 음장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실제 주행 환경과 가장 유사한 음향을 구현하며, 돌비 애트모스는 엔터테인먼트 음향을 개발할 때 사용된다. 제네시스소음진동해석팀 노정욱 책임연구원은 "주행음 뿐 아니라 인포테인먼트 음향까지 모두 평가할 수 있어 고객 관점에서 종합적인 사운드 품질을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전기차 보행자 보호음(AVAS), 주행 중 실내 유입음, 로드노이즈 등 다양한 NVH 성능을 동시에 검토할 수 있다. 특히 64채널 마이크 어레이와 자체 개발한 헬멧 마이크로폰 어레이 장비로 실제 자동차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활용해 가상 사운드를 구현하기 때문에 고객이 실제 주행에서 듣는 소리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평가가 가능하다. 제네시스소음진동해석팀 박종서 책임연구원은 "전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조건으로 음향 평가를 진행할 수 있어 개발 기간 단축과 효율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사람의 오감에 객관화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R&H성능개발동

자동차의 주행 감각은 단순히 수치로만 평가할 수 없는 영역이다. 노면의 충격을 얼마나 부드럽게 걸러내는지, 선회 시 차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운전자는 안정감과 동시에 주행의 즐거움을 느낀다. 특히 R&H(Ride & Handling) 성능은 파워트레인의 종류와 관계없이 모든 차종에 공통으로 요구되는 기본 역량이다. 내연기관, 전기차, 수소전기차를 막론하고 R&H 성능은 차량 완성도의 핵심 지표로 평가된다.

특히 전기차 시대로 진입하면서 R&H 성능은 차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전기차는 과거 슈퍼카 급에서나 구현 가능했던 가속력을 낼 수 있어 고속 영역에서의 주행 안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뿐 아니라, 공차 중량이 늘어 나면서 서스펜션과 타이어에 가해지는 부담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남양기술연구소의 R&H성능개발동은 자동차의 주행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하고 개발하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 시험 시설이다. 지면에 닿는 타이어부터 서스펜션 모듈과 실차 평가에 이르기까지, 현대차 기아의 R&H 연구개발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주행 성능을 결정하는 R&H 개발은 모든 주행 성능의 근간이 되는 타이어 개발로부터 시작한다. 가장 먼저 살펴본 것은 고속 타이어 유니포미티(Uniformity) 시험기였다. 시험실 안에서는 커다란 드럼 위에 고정된 타이어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주행성능기술팀 최고봉 책임연구원은 "타이어는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미세한 불균형으로 진동이 발생한다. 해당 시험기는 타이어 진동 유발 정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게 주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시험기는 최대 시속 320km까지 회전하는 드럼 위에서 타이어를 굴려 진동 발생 여부를 측정한다. 또한 드럼 위에 작은 클릿(Cleat)을 부착해 타이어가 요철을 통과할 때 움직임을 파악하고 승차감 특성까지 평가할 수 있다.
바로 옆의 타이어 특성 시험기는 타이어의 강성과 접지 특성을 분석하는 데 초점이 있다. 앞서 살펴본 시험기와 다른 점은 실제 도로와 유사한 평평한 벨트 위에서 타이어를 굴린다는 점이다. 회전하는 타이어의 조향각이나 캠버각을 변화시켜 타이어가 만들어내는 힘과 반응 속도를 정밀하게 측정한다. 시험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는 시뮬레이션용 가상 모델을 만드는 데 활용된다. 주행성능기술팀 박성호 책임연구원은 "자동차의 주행 성능은 타이어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차량에 가장 적합한 타이어를 선정하기 위해 타이어 특성 시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핸들링 특성을 연구 개발하는 핸들링 주행시험기는 국내에 딱 한 대 있는 귀한 장비다. 거대한 기계 장치 위에는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이 단단히 고정돼 있었다. 앞에는 120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가상의 주행 환경이 그대로 표시됐다. 운전석에는 운전자 대신 주행 로봇이 설치돼 있는 상태. 이 로봇은 스티어링 휠이나 페달 조작은 물론 수동 변속기도 정밀하게 조작할 수 있다고 한다.

시험이 시작되자 코나 일렉트릭은 제자리에서 바퀴를 굴리기 시작했고, 마치 실제 도로 위를 달리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어서 주행 시뮬레이션에 따라 선회 상황을 재현했다. 이는 차체와 지면 사이의 미끄러짐 각도(Slip angle)를 구현해 핸들링 성능을 측정하는 것이다. 주행성능기술팀 김성훈 연구원은 "실제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주행하지 않아도 이 시험기를 통해 다양한 노면 조건과 한계 상황을 반복적으로 시험할 수 있다. 특히 스티어링 응답이나 거동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분석하는 데 큰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승차감 주행시험기는 다양한 노면 조건에서 차체의 반응을 정밀하게 평가하기 위해 개발된 장비다. 플랫 벨트와 유압 액추에이터로 구성된 시험기는 실제 도로의 노면 변화를 그대로 재현해 타이어 접지면에 전달한다. 플랫 벨트 위에는 차량이 아닌, 아이오닉 5의 후륜 차축 모듈(리어 서스펜션과 타이어로 구성)만 올라가 있었다. 곧이어 플랫 벨트가 회전하면서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위에 올라간 타이어와 서스펜션은 시험기의 움직임에 따라 빠르게 반응했다.

초당 최대 40회까지 입력이 가능한 승차감 주행시험기는 부드러운 아스팔트부터 요철이 많은 도로까지 여러 주행 환경을 시험할 수 있다. 또한 실차 뿐 아니라 모듈 단위로 시험이 가능해 보다 정밀하게 목표한 승차감을 구현할 수 있다. 주행성능기술팀 정종민 책임연구원은 "실제 도로에서 테스트하면 날씨나 운전자 성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이 시설은 그런 변수를 통제한 상태에서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승차감 주행시험기의 또 다른 특징은 세계 각 지역의 노면 환경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미, 유럽, 중국 등 각 시장의 대표적인 노면 데이터를 시험기에 적용해, 현지와 동일한 조건에서 승차감을 평가할 수 있다.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축적되는 이 데이터는 단순히 승차감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시장의 요구에 맞는 주행 품질을 확보하는 데 핵심 자료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