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현대 산업기술의 꽃이라 불린다. 달리고, 돌고, 서고를 반복하는 기계지만 인류는 자동차와 함께 발전해 왔다. 그러나 자동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관심이 있거나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4만 개가 넘는 개별 부품, 안정과 효율을 추구하는 첨단 소프트웨어, 다양한 환경에 대응하는 하드웨어까지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데 투입되는 인원은 수 천명에 이른다.

자동차회사의 기술연구소는 그 출입 과정부터가 매우 까다롭다. 당연히 일반인들은 자신들이 타고 있는 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연구소라는 공간은 매우 은밀하고 거기서 만들어진 기술이나 정보가 소비자에게 전달 될 때는 때는 자동차가 완성되었을 때다. 남양기술연구소를 둘러 볼 수 있는 기회는 그래서 매우 특별했다. 언론에 공개된 공간은 전체 시설의 약 10% 미만이지만 전동화 모델의 핵심 기술을 연구하는 곳이라는 상징성을 생각하면 현대자동차그룹이 가진 자심감을 간접 체험하기에는 충분했다. 이번에 언론에 공개된 공간은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1급 기밀로 분류하는 공력시험동, 다양한 기후 조건으로 열관리 성능을 연구하는 환경시험동, 핸들링과 승차감 성능을 개발하는 R&H 성능개발동, 소음과 진동을 해석하고 감성 품질을 연구는 NVH동 등 5개 시설로 자동차 개발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영하 30도, 영상 50도를 오르내리는 환경시험동
가장 먼저 찾은 환경시험동은 다양한 기후 조건에서 자동차의 성능을 검증하는 출발점이다. 이곳은 자동차의 열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모든 시스템의 성능 개발을 진행한다. 구체적으로는 엔진과 변속기의 냉각 성능, 냉난방 공조 성능, 실내 쾌적성까지 자동차 내 주요 열 관련 시스템의 모든 연구를 담당한다. 특히 전동화 비중이 확대되면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배터리, 수소전기차의 스택, 전장 부품, 자율주행제어기 등 열에 민감한 전기, 전자 부품의 회로 설계와 성능 검증, 공조 전비 개선까지 담당 범위를 넓히며 역할이 한층 확대되고 있다.
환경시험동의 핵심 시설은 전 세계 다양한 기후와 주행 조건을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는 환경 풍동 챔버다. 환경 풍동 챔버는 온도, 습도, 풍속, 밝기 등 다양한 환경 조건을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으며, 자동차의 주행 부하와 속도까지 정교하게 제어 가능하다.



섭씨 50도의 고온 환경 풍동 챔버 맞은 편의 저온 환경 풍동 챔버에서는 최근 선보인 기아 PV5가 시험 중이었다. 챔버 내부 온도는 섭씨 영하 20도로 설정돼 있었고, 표면에는 성애가 얇게 내려앉아 있었다. 차가운 주행풍을 맞으며 다이나모 위를 주행 중인 PV5는 마치 혹한의 북유럽 겨울 도로 위를 달리는 듯했다.


강설 분사와 주행풍 속도를 줄이고 챔버 내부로 들어가 볼 수도 있었다. 입장 전 두꺼운 방한복을 걸쳤지만, 영하 30도는 그야말로 살을 에는 듯한 추위였다. 이곳에서 연구원들은 강설이 자동차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히 관찰하고 있었다.
전기차는 충전구와 프렁크의 눈 유입 여부도 굉장히 중요한데, 연구원들은 눈이 쌓이는 위치와 실링 구조의 밀폐 상태를 세밀하게 점검했다. "눈이 쌓여 배터리나 전장 계통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프렁크에도 눈이 들어가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열에너지차량시험2팀 홍환의 연구원이 해당 시험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참고로 이 날 기온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영상 35도를 기록했는데, 잠깐 사이에 영하 30도와 영상 35도를 넘나드는 특이한 체험이 덤으로 따라왔다.
작은 소음도 놓치지 않는다! 음향 마법사들의 공간 NVH동



이날은 일반 국도의 거친 노면을 재현한 패치로 시험이 진행됐다. 테스트가 시작되자, 롤 위를 굴러가는 타이어에서 특유의 낮은 방사음이 들려왔다. 주행 속도에 따라 톤과 음량이 달라지는 것이 모니터의 그래프와 함께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마이크를 운전석과 뒷좌석에 설치해 주파수별 소음을 계측한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엔진음이 없기 때문에 이런 노면 소음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한다.

다음으로 찾은 시험 공간은 몰입 음향 스튜디오. 이곳에서 진행하는 몰입형 가상 평가 환경(VR)은 실제 도로와 유사한 시각, 청각 환경을 구현해 음향 성능을 검증한다. 평가실 내부에는 대형 디스플레이와 VR 장비가 설치돼 있었고, 연구원들은 VR 헤드셋을 착용한 채 다양한 도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며 사운드를 평가했다.
VR은 외부 시험로, 교차로, 터널, 실내 주차장 등 매우 다양한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으로 구현된 VR은 글로벌 연구소와도 실시간으로 합동평가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제네시스소음진동해석팀 복다미 책임연구원은 "물리적으로 같은 크기의 소리라도 청각 정보만 주어지면 실제보다 더 크게 인지되는 경향이 있다. VR을 활용해 시각 정보를 함께 제공하면 몰입감을 높이고 실제 주행과 유사한 조건에서 사운드를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전기차 보행자 보호음(AVAS), 주행 중 실내 유입음, 로드노이즈 등 다양한 NVH 성능을 동시에 검토할 수 있다. 특히 64채널 마이크 어레이와 자체 개발한 헬멧 마이크로폰 어레이 장비로 실제 자동차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활용해 가상 사운드를 구현하기 때문에 고객이 실제 주행에서 듣는 소리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평가가 가능하다. 제네시스소음진동해석팀 박종서 책임연구원은 "전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조건으로 음향 평가를 진행할 수 있어 개발 기간 단축과 효율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사람의 오감에 객관화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R&H성능개발동
자동차의 주행 감각은 단순히 수치로만 평가할 수 없는 영역이다. 노면의 충격을 얼마나 부드럽게 걸러내는지, 선회 시 차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운전자는 안정감과 동시에 주행의 즐거움을 느낀다. 특히 R&H(Ride & Handling) 성능은 파워트레인의 종류와 관계없이 모든 차종에 공통으로 요구되는 기본 역량이다. 내연기관, 전기차, 수소전기차를 막론하고 R&H 성능은 차량 완성도의 핵심 지표로 평가된다.
특히 전기차 시대로 진입하면서 R&H 성능은 차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전기차는 과거 슈퍼카 급에서나 구현 가능했던 가속력을 낼 수 있어 고속 영역에서의 주행 안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뿐 아니라, 공차 중량이 늘어 나면서 서스펜션과 타이어에 가해지는 부담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주행 성능을 결정하는 R&H 개발은 모든 주행 성능의 근간이 되는 타이어 개발로부터 시작한다. 가장 먼저 살펴본 것은 고속 타이어 유니포미티(Uniformity) 시험기였다. 시험실 안에서는 커다란 드럼 위에 고정된 타이어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주행성능기술팀 최고봉 책임연구원은 "타이어는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미세한 불균형으로 진동이 발생한다. 해당 시험기는 타이어 진동 유발 정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게 주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시험이 시작되자 코나 일렉트릭은 제자리에서 바퀴를 굴리기 시작했고, 마치 실제 도로 위를 달리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어서 주행 시뮬레이션에 따라 선회 상황을 재현했다. 이는 차체와 지면 사이의 미끄러짐 각도(Slip angle)를 구현해 핸들링 성능을 측정하는 것이다. 주행성능기술팀 김성훈 연구원은 "실제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주행하지 않아도 이 시험기를 통해 다양한 노면 조건과 한계 상황을 반복적으로 시험할 수 있다. 특히 스티어링 응답이나 거동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분석하는 데 큰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초당 최대 40회까지 입력이 가능한 승차감 주행시험기는 부드러운 아스팔트부터 요철이 많은 도로까지 여러 주행 환경을 시험할 수 있다. 또한 실차 뿐 아니라 모듈 단위로 시험이 가능해 보다 정밀하게 목표한 승차감을 구현할 수 있다. 주행성능기술팀 정종민 책임연구원은 "실제 도로에서 테스트하면 날씨나 운전자 성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이 시설은 그런 변수를 통제한 상태에서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승차감 주행시험기의 또 다른 특징은 세계 각 지역의 노면 환경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미, 유럽, 중국 등 각 시장의 대표적인 노면 데이터를 시험기에 적용해, 현지와 동일한 조건에서 승차감을 평가할 수 있다.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축적되는 이 데이터는 단순히 승차감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시장의 요구에 맞는 주행 품질을 확보하는 데 핵심 자료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