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엔]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화려한 비상'과 그의 '괴짜 패션'


2015년 글로벌 패션업계는 「에르메스」의 나데주 바니 시뷸스키(Nadege Vanhee-Cybulski), 「메종 마르지엘라」의 존 갈리아노, 「니나 리치」의 기욤 앙리 등 많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데뷔 무대를 가졌다.


하지만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어 데뷔 기성복 컬렉션을 선보인 알렉산드로 미켈레처럼 전폭적인 지지와 주목을 받은 디자이너는 없었을 것이다.


셀러브리티 킴 카다시안과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말이 필요없을만큼 미디어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2016년 가장 주목해야 할 디자이너로 미켈레를 선정한 것은 단지 에디터의 디자이너에 대한 관심 때문만은 아니다.

데뷔 1년차 디자이너였지만 그는 런웨이 컬렉션 뿐 아니라 그  스스로 브랜드를 통해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구찌」는 연간 매출 35억 유로(4조 5천만 원)를 기록하고 있는 메이저 패션 하우스다. 이는 커링 그룹이 보유한 다른 럭셔리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와 「생 로랑」을 합친 금액보다 더 많은 매출이다.


 단명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던 「지방시」의 리카르도 티시(2005년 지방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어 12년째 장수 중)와 12년 동안 「구찌」의 평 사원으로 일했던 무명 디자이너에서 일약 스타의 반열에 들어선 42세의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그 어떤 디자이너보다 첫 데뷔 컬렉션에서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알렉산드로 미켈레를 둘러싼 미스테리는 그가 전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프리다 지아니니의 액세서리 부서에서 일했던 거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기 때문에 지난 2015년 2월 그의 여성복 컬렉션 데뷔는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그는 2015년 1월 「구찌」 남성복 쇼를 처음 선보였지만 쇼가 끝나고 며칠 후에야 「구찌」의 공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었다.


여배우 올리비아 와일드와 가수 로드의 스타일리스트인 칼라 웰치는 “그가 대중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 디자이너였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이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그는 유명 디자이너와 브랜드 조합 공식을 깬 것을 물론 「구찌」를 슈퍼스타가 필요 없는 ‘잇’ 브랜드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찌」를 말할 때, 톰 포드 시대를 떠올리며 네크라인이 깊게 파진 섹시한 드레스와 도발적인 섹시 광고를 연상할 것이다.


톰 포드의 후계자인 프리다 지아니니의 옷은 여전히 젯셋 라이프 스타일을 일깨우지만, 구찌의 섹시한 측면에서 보면 다소 절제된 느낌이 강하다.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선보인 첫 「구찌」 컬렉션은 「구찌」와 익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익숙하지 않다.


첫 컬렉션에는 G 마크와 레드 스트라이프가 연동되는 ‘호스빗 로퍼(horsebit loafers)’와 같은 유명 패션 하우스의 시그너처가 들어 있었다. 그러나 빈티지 밍크 코트, 앤드로지너스 슈트, 월 페이퍼 플로랄, 경사가 진 베레모 그리고 긱-시크 선글라스와 결합되어 섹시를 연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웨스 앤더슨 감독 영화의 오합지졸이 모인 듯한 글래머를 연상시켰다.


<뉴욕 타임즈>의 패션 디렉터 바네사 프리만의 설명에 따르면 그것들은 마치 “오뜨 벼룩시장 세계의 소년과 소녀들을 위한 요소를 재결합했으며, 빈티지 보물이 가득한 상상 속 다락방 트렁크를 탐구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지휘 아래, 오늘 날 「구찌」는 섹슈얼리티(sexuality)가 아닌 센슈얼리티(sensuality)를 선보이고 있으며 특히 분명한 선택과 프린트 믹싱의 유니크한 이탈리아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 데뷔 1년 만에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세계 여성복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급부상했으며 미우치아 프라다와 피비 필로, 에디 슬라만과 같은 스타 디자이너 대열에 합류했다.


시대는 한꺼번에 쓸어 담을 수 있는 움직임이나 트렌드가 아니라 각각의 부족(「셀린느」 부족, 「생 로랑」 부족 등)으로 정의되기 때문에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다소 잊혀진 그룹에 대한 배너를 제기하고 있다.


화려하고 태평한 괴짜 패션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의 패션 평론가 로빈 기브한은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컬렉션에는 확실히 더 큰 의미의 자유와 다양성이 담겨있다. 모른 아이템이 크로스 코디의 자유로운 스타일링으로 매력적인 룩을 연출한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디자인은 여성 패션 추종자들을 흥분시키는 요소가 많은편이다. 이때문에 남성의 입장에서는 그의 젠더 유동성(gender-fluid)을 표현하는데 있어 다소 혼란스러움을 느낄수 있다. 


전통적으로 구찌는 남성복과 여성복 컬렉션을 각각  ‘머스큘린’과 ‘페미닌’으로 구분해 양분화시켜왔다.


그러나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남성과 여성 모델을 함께 캐스팅해 남녀 구분을 해체시켰다. 남여 컬렉션을 같은 울타리안에서 레이스, 슈트, 플로랄 등을 구분없이 적용했다.

루이 13세 깃털, 눈에 띄는 주얼리, 플로랄 슈트 등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구찌의 새로운 아이덴터티를구현했다.



패션 평론가 로빈 기브한은 “미켈레는 남성들의 전통적인 옷입는 방식에 큰 변화를 부여했다.”고 하며 “보통의 남자들은 레이스 슈트 입기를 꺼려하지만 미켈레가 남자들의 옷을 입는 방식과 스타일링에 대한 고민을 이끌어냈다.”고 덧붙였다.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미켈레의 옷에 대한 접근방식과 디자인은 바이어들도 높은 공감을 표하고 있다.


소식통에 의하면 일부 보수적인 리테일러들은 구찌의 다소 괴짜스러운 패션에  대한 투자를 줄였지만, 대다수 리테일러들은 실질적으로 주문량을 늘려가고 있다고 한다.


네타포르테의 사라 럿슨 글로벙 바잉 부회장은 ‘네타포르테’에서 「구찌」는 현재 「생 로랑」에 이어 두 번째로 매출이 높다고 말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첫 컬렉션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일 때 곧바로 구찌를 바잉한 통찰력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다.


한편 ‘매치스패션닷컴’은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이후, 「구찌」 바잉 물량을 두 배 이상으로 늘렸으며 여성복 컬렉션 뿐 아니라 남성복 컬렉션에도 역시 투자를 하고 있다.


 ‘매치스패션닷컴’의 바잉 디렉터 나탈리 킹험은 “우리는 곧바로 구찌 컬렉션을 바잉했다. 우리는 미켈레의 미학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소비자들이 기존 옷장에서 꺼낸 옷들과 혼합할 수 있는 ‘강력한, 매우 웨어러블한’ 피스들로 가득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을 열광하게 만든 비결은 단지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새로운 디자인 뿐 만은 아닐 것이다.


알렉산드로는 12년 동안 구찌에 근무하면서 구찌의 히스토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로 구찌를 부활시키는 최적의 선택이었으며 이는 2016 봄/여름 「구찌」컬렉션으로 증명되었다.


벨트와 로퍼를 포함한 전통적인 「구찌」 제품의 판매 역시 좋았다고 말했다.



옛날 속담에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말이 있듯 올 2016년에는 알렉산드로 미켈레에 대한 압력은 크게 두 가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컬렉션을 통해 선보인 모멘텀을 지속하고 매출에 대한 성과다.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첫 데뷔 컬렉션은 「구찌」의 3분기 매출에서 아직은 아주 제한적인 부분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소유주인 커링 그룹은 구찌 직영 매장의 매출이 서유럽과 일본에서 각각 27%와 24%로 신장하면서 브랜드가 이미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돌아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그의 데뷔 컬렉션은 전혀 할인 없이 정상 판매를 고수, 가격인하를 기대했던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았지만 회사 측에서는 노세일 정책을 고수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커링 그룹은 다음 밀라노 패션 위크가 시작되기 일주일 전인 2월 18일에 1년간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패션엔 유재부 기자

kjerry38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