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림역 등 ‘묻지마 범죄자’, 옛 청송교도소에 모은 이유는

유종헌 기자 2024. 10. 2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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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 전담 시설 지정, 20명 이감
흉악범 전담 교도소로 거론되고 있는 경북 청송군 진보면 경북 북부 제2교도소(옛 청송교도소) 전경.

교정 당국이 전국 교도소에 분산 수감돼 있던 이른바 ‘묻지 마 범죄’(이상 동기 범죄)’ 가해자들을 경북북부제2교도소(옛 청송교도소)로 이감시킨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당국은 이들을 상대로 맞춤형 심리 치료 프로그램 등을 진행해 사회 교화를 돕는다는 계획이다.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법무부 교정본부는 경북북부제2교도소를 이상 동기 범죄 등 흉악범 전담 시설로 지정하고 지난달까지 묻지 마 강력·흉악 범죄자 20명을 이감했다.

‘신당역 살인사건’ 가해자로 지난해 10월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전주환도 이송됐다. 전주환은 2022년 9월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자신이 스토킹하던 역무원을 흉기로 살해했다. 또 수감 중 동료 수용자를 이유 없이 공격한 수용자, 당국이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수용자 등도 이감 대상에 여럿 포함됐다고 한다.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으로 지난달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조선도 분류심사를 거쳐 이곳으로 이감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서현역 칼부림 사건’으로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인 최윤종, 피해자 보복 협박 등 혐의로 추가 재판을 받고 있는 ‘부산 돌려차기’ 가해자 이모씨 등은 형 확정 뒤 이송 여부가 결정된다. 반면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 주범 안인득의 경우 중증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만큼 정신질환자 전담기관인 진주교도소에 남아있을 전망이다.

묻지 마 범죄자 20명이 옮겨진 경북북부제2교도소는 국내 유일의 중(重)경비 교도소다. 과거부터 흉악범을 주로 수용해 ‘교도소 중의 교도소’로 불리는 악명 높은 곳이었다. 조직폭력배 김태촌과 조양은, 대도 조세형, 탈옥수 신창원, 여중생 성폭행 살해범 김길태, 초등학생 성폭행범 조두순, 토막 살인범 오원춘 등이 이곳에 수감됐었다.

경북북부제2교도소는 800여 개 수감실 중 700여 개가 5~6㎡ 넓이의 독방으로 이뤄져 있고, 방 안에는 24시간 CCTV가 작동한다. 수용자는 하루 1시간 운동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을 모두 독방에서 지내야 한다. 운동 시간에도 수용자끼리 만나지 않도록 동선이 철저히 분리돼 있고, 외부인 접견 등도 엄격하게 통제된다.

교정 당국이 묻지 마 강력·흉악 범죄자들을 이곳에 모은 이유는 심리 치료 프로그램 및 전문 상담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범죄 성향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조망수용능력’ 강화에 초점을 둔 맞춤 교육을 실시해 이들의 자기통제 능력을 키우고, 피해자 입장을 공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상 동기 범죄자들을 전담 교도소에 함께 수용할 경우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이들의 교화를 돕기가 쉬워진다”고 말했다. 수용자들에 대한 교육은 이감 후 3개월간의 격리 기간이 끝나면 본격 진행된다.

묻지 마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 단지에선 백모(37)씨가 일면식도 없는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살해했다. 9월 전남 순천에서도 박대성(30)이 길을 걷던 10대 여학생을 이유 없이 쫓아가 살해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부터 올 6월까지 총 68건의 묻지 마 범죄가 발생했는데, 이 중 살인과 살인미수가 19건으로 28%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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