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학생 같은데 40대 아이 엄마라는 여성의 정체

독보적 손예진 특별전의 기자회견

7월 5일 현대백화점 중동점에서 독보적 손예진 특별전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현장에는 정지영 조직위원장, 손예진 배우가 참석했다. 24년 동안 연기 생활을 해 온 손예진은 여러 선배의 뒤를 이어 특별전에 앞선 소감과 배우론(論에), 근황을 전하며 깊은 이야기를 전했다.

배우가 직접 뽑은 6편의 영화와 메가토크, 사진전, 특별 책자, 무대인사, 관객과의 만남 등 풍성한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손예진은 “필모그래피 초반에는 멜로가 많았다.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골랐다”며 6편의 선정 이유를 꼽았다.

정지영 조직위원장은 감독 입장에서 배우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아름다운 외모는 배우 인생에 유리한 조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를 극복한 배우가 손예진이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손예진은 “오히려 외모 때문에 주변에서 배우를 추천한 적은 없었다. 워낙 내성적이라 마음속에서 어떠한 감정을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을 때, 감정을 표출하는 직업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고등학생이 되니 한 번쯤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며 화답했다.

배우란 외모 보다 연기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사람이다. ‘배우’, ‘연기’의 의미와 ‘좋은 배우’에 대해 묻자 “처음 일할 때는 그저 연기가 하고 싶었다. 연기를 하면서 배우라는 말이 멋져 보여, 배우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었다”며 “좋은 배우란 아직 저도 잘 모르지만, 연기 잘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 같다. 관객에게 울림과 희로애락을 보여주고, 마음을 달래주는 배우가 좋은 배우가 아닐까”라고 답했다.

이어 “배우의 직업을 시작했을 20대에는 여성 배우로 보여줄 이미지가 한정적이었다. <연애소설>, <클래식>, <내 머릿속의 지우개>처럼 청순가련한 작품이 많았다. 그 이미지로만 소비되고 국한되고 싶지 않아 매버ㆍ 다른 역할을 하고 싶어 몸부림쳤던 것 같다. 한계를 정하고 싶지 않았다”라며 30대를 맞아 과감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요즘 과거 소환 영상이 자주 뜨더라. 20대 초반의 얼굴을 다시 보니 풋풋하고 예쁘더라. 저 때 저런 눈빛과 표정을 지었구나 깨닫게 되었다. 그때는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갔었는데 더 즐기지 못한 게 아쉽더라. 누구나 20대 때는 자신만의 리즈시절이 있다. 절대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때를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며 “지금은 아름답게 나이 들고 싶다. 저를 책임질 수 있는 얼굴을 갖고 싶다. 이게 앞으로의 목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손예진은 지난 2년 동안 인생의 큰 변곡점이라 할만한 결혼과 출산을 지나왔다. BIFAN의 배우 특별전을 기점으로 복귀를 선포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었다.

“2년 동안 많은 일을 겪으면서 인생의 챕터 1이 끝났다. 20년이 지났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눈 깜짝할 사이에 경력이 쌓였다. 채찍질하면서 참 치열하게 열심히 달려왔다. 스스로 객관화하기 힘들었는데 다행히 운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아 조금은 보람과 의미를 찾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혼과 출산은 완전히 다른 세계더라. 그전에는 일이 전부였고 그 속에서 고군분투했었다. 저와 일을 따로 분리하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결혼하고 2년 가까이 육아하면서 일상의 소중함을 알았다. 오늘 하루 무사히 지나갔다는 데 행복을 느끼고 있다”라며 일상을 공유했다.

“BIFAN의 특별전을 통해 과거를 돌이켜 보고 정리하며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도 열심히 일하겠지만 채찍질만 하지 않고 조금 더 넓고 여유 있게 연기하고 싶다”며 20년과 2년을 정리하는 소회를 밝혔다.

또한 역할에 한계를 두고 싶지 않다며 “뭣 모를 때는 이혼 여성, 아이 엄마, 남편도 둘이나 가져보는 호사를 누렸는데, 지나고 보니 다시 찍는다면 다르게 연기할 것 같다. 저도 어떤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앞으로 열어 갈 손예진 챕터 2에 대해 “수명이 긴 배우가 되고 싶다. 최대한 다양하고, 길게, 자주, 오랫동안, 곁에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오랜 무명을 겪다가 빛을 발하는 배우도 많다. 꿈을 가졌다면 인생은 한 번뿐이니 끝까지 해보라는 말을 드리고 싶다”며 배우를 꿈꾸는 후배를 향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손예진은 얼굴에 책임질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연륜이란 얼굴 주름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인생의 나이테 같은 거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손예진의 인생 2막이 시작되었다. 결혼과 출산이라는 인생의 큰 관문을 통과해, 이제 어떤 주름이 생기게 될지. 배우의 길에 접어든 손예진의 발걸음이 기대된다.

글 & 사진: 장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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