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아시아 쿼터, 20만 달러로 누구를 살 것인가

2026시즌부터 KBO가 아시아 쿼터를 연다. 겉으로 보면 “외국인 3명 + 1명 추가”라는 단순한 산술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선수 시장·전력 설계·마케팅·리그 규정이 한데 얽힌 큰 판의 재구성에 가깝다. 핵심 규칙은 뚜렷하다. 아시아야구연맹(BFA) 소속 국가와 호주 국적 선수 중, 직전 또는 해당 연도에 아시아 리그(일본·대만·호주·동남아 등)에서 뛴 이력의 선수를 팀당 1명까지 보유할 수 있다. 계약은 총지출 상한 20만 달러(연봉·계약금·옵션 실지급액·이적료 합산) 안에서만 가능하고, 재계약 때는 연봉 상한을 해마다 10만 달러씩 올릴 수 있다. 비(非)아시아 국적과의 이중국적 선수는 쿼터 대상이 될 수 없고, 포지션 제한은 없다. 제도만 놓고 보면 “리스크가 낮은 비용으로 아시아 인재를 시험할 수 있는 트랙”을 하나 더 만든 셈이다.

문제는 이 트랙을 누가, 어떻게 가장 알차게 쓰느냐다. 우선 시장 구조를 직시해야 한다. 20만 달러 상한은 NPB 1군 주전이나 CPBL 최상위급 타자·마무리를 데려오기엔 명백히 낮다. 그래서 초기 수급지는 자연스럽게 일본 2군 유망주·전력조정 대상, 일본 독립리그의 ‘원석형’ 투수, 호주 ABL의 선발·스윙맨, 대만의 중·하위 연봉군, 그리고 동남아 야구 강국의 특화 자원으로 좁혀진다. 비용 제약이 강하니 “완성형”보다 “조정하면 뜰 수 있는 스킬셋”을 사는 접근이 맞다. 변화구 한 가지가 특급이거나, 제구·하이퍼포먼스의 결이 좋은 1~2툴을 보고 들여와 한국식 코칭으로 껍질을 깨게 하는 방식이다.

실제 구단들의 움직임도 그 방향에 가깝다. KIA는 일본 좌완 이마무라 노부타카를 캠프에 불러 테스트하고 있다. 140㎞ 후반의 직구에 포크볼을 섞는 타입, 2군에서는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고 구종 운용이 비교적 깔끔한 카드다. 상한 안에서 “즉전 불펜 혹은 선발 5선발”의 가성비가 나올 만한 프로필이니, 현장 코칭과 데이터 파트가 손을 잡으면 빠르게 전력화가 가능하다. 테스트에 흔쾌히 응했다는 대목도 중요하다. 아시아 쿼터는 “둘 다 서로를 시험”하는 제도다. 연봉이 높지 않은 대신, 본인이 그라운드에서 증명하면 해마다 10만 달러씩 올릴 수 있고, 1군에서 던질 이닝과 타석을 보장받을 확률이 커진다. 의지가 있는 쪽이 결국 득을 본다.

LG는 한발 더 빠르다. 올여름 키움에서 대체 외국인으로 잠깐 맛을 본 호주 좌완 라클란 웰스와 아시아 쿼터 계약에 근접했다는 말이 나온다. 상한 내 단기 계약으로 KBO 스트라이크존·공인구·출장 스케줄을 이미 겪어 봤고, 딜리버리 안정성·제구·이닝 이팅을 보여준 선수라면 불펜 보강이나 롱릴리프/스팟 스타터로 바로 꽂을 수 있다. LG 입장에선 “우승권 로스터에 리스크 낮은 좌완 변수를 하나 더”라는 계산이 선다. 반대로 선수에게는 “KBO 적응을 마친 몸”으로 들어오니 첫해 변수가 줄어든다. 제도가 태어난 첫해, 이런 상호 이해가 맞물린 계약이 ‘1호 성공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다른 팀들은 어디를 볼까. 한화·롯데처럼 외국인 스카우팅에 최근 몇 년 간 공을 들여 온 구단은 일본·대만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단기 대체용이 아닌, “풀시즌 플랜-A/플랜-B를 동시에 깔아 두는 카드”로 아시아 쿼터를 본다. 외국인 3명이 동시에 흔들릴 때 쿼터 선수가 땜질이 아니라, 매주 한 번 씩 흐름을 바꿔줄 ‘용처의 다양성’이 열쇠다. 예컨대 선발 5선발/롱릴리프·좌타 대타/수비 특화 중견수 같은 “뾰족한 역할”을 설정해 들어가면 상한 제약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두산·삼성처럼 투수 운용이 촘촘한 팀은 포크·스플리터 완성도가 높고 스트라이크 투 볼 전개가 빠른 투수를 선호할 공산이 크다. NC·SSG처럼 불펜 뎁스가 시즌 중 고갈되기 쉬운 팀은 “3일 간격 멀티이닝”이 가능한 스윙맨을 1순위로 둘 수 있다. KIA·KT처럼 좌우 밸런스에 민감한 팀은 “좌투수/좌장타자”의 희소가치를 높게 본다.

한편 비용·규정은 구단 운영의 창의력을 강제한다. 상한 20만 달러는 “한정된 칩으로 무엇을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매번 던진다. 가장 쉬운 답은 ‘기술적 스킬의 선명함’이다. 포크볼이 이미 KBO 스트라이크존과 공인구에서 먹힌다는 크로스체크가 잡히면, 평균 구속이 1~2마일 부족해도 즉전 불펜이 된다. 반대로 150㎞ 초중반 직구가 있어도 존 승부가 느리고, 투구 설계가 투구수만 늘리는 유형이면 상한 안에선 리턴이 낮다. 타자라면 존 관리·컨택 품질·수비 포지션 멀티가 1순위다. 파워는 보너스다. 구단들이 일찌감치 일본 2군·독립리그의 STATCAST 계열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호주 ABL의 트래킹 샘플을 모으는 이유가 여기 있다. 작은 돈으로 사려면, 작은 성공확률을 여러 개 쌓아야 한다.

제도의 의도는 분명히 긍정적이다. 외국인 3인 체제에 더해 “리스크 낮은 실험칸”을 하나 만들면, 시즌 중 전력 변동폭이 커지는 KBO의 현실과도 맞아떨어진다. 여름에 선발 두 장이 빠지면, 그동안은 불펜 총력전으로 버티다 무너졌다. 이제는 아시아 쿼터 투수 한 명을 돌려 쓰며 불펜 과열을 줄일 수 있다. 더불어 마케팅 레이어도 생긴다. 일본·대만·호주의 괜찮은 선수가 입으면 해당 국가 팬들의 주목이 자연스레 들어온다. 원정 응원과 중계 협력 같은 부가가치도 덤이다. 2020년대 들어 KBO의 미디어·스폰서 환경이 다양해진 만큼, “새로운 이야기”는 분명 상품성이다.

그렇다고 장밋빛만 볼 일은 아니다. 국내 선수 기회와의 충돌, 특히 불펜이나 외야 백업 자리에서의 출전 경쟁은 예민한 질문을 부른다. 여기서 상한·자격 기준이 사실상 ‘안전장치’다. 쿼터 선수는 즉시 팀의 핵심을 대체하기 어렵고, “빈 자리를 메우는 특화 카드”에 가깝다. 국내 선수가 성장할 기회는 여전히 살아 있다. 오히려 선의의 경쟁이 생기고, 팀은 역할에 맞는 선수 프로파일을 더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또 하나의 숙제는 교체 규정이다. 연 1회 수준의 교체 유연성은 ‘성공률’을 끌어올리는 대신, 스카우팅 초기 품질을 더 높게 요구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시즌 내내 발목이 잡힌다. 그래서 테스트와 데이터 교차검증, 현장 적응 평가가 중요해졌다. KIA가 캠프에서 불펜·라이브까지 보겠다고 한 이유, LG가 KBO 유경험자를 1순위에 둔 이유가 모두 같은 결이다.

팀별로 조금 더 현실적인 그림을 그려 보자. 우승권에서는 LG처럼 “이미 증명된 소규모 샘플”을 선호할 것이고, 두산·KT는 투수의 분업 설계가 뚜렷해 불펜 멀티형을 찾을 확률이 높다. SSG·NC는 시즌 중 뎁스 변동을 크게 겪는 편이라 내구성이 좋은 스윙맨이나 수비 멀티 내야수를 눈여겨볼 수 있다. KIA·롯데·한화는 적극적 스카우팅을 바탕으로 일본 2군 상위·독립리그 파워암을 조기 선점하는 쪽이 어울린다. 삼성은 리틀 리빌드와 경쟁의 경계에 있어 “즉시전력 + 클럽하우스 적응력”을 같이 본, 위험이 낮은 타입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키움은 네트워크 강점을 살려 호주·일본 양쪽 풀을 넓혀 보겠지만, 재정의 효율성을 따져 가장 가성비 높은 옵션을 고를 공산이 크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제도 1년 차의 합리적 추정일 뿐, 스카우팅의 깊이와 코칭의 디테일이 변수다.

이 제도가 KBO를 어떻게 바꿀까. 단기적으로는 경기력의 “틈새 복원력”을 키울 것이다. 시즌 중 구멍이 생겼을 때 메울 수 있는 카드가 하나 더 생겼다는 건, 상위권과 중위권의 승차가 덜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아시아 스카우팅의 표준이 올라갈 것이다. 데이터·의료·트레이닝·언어·생활지원이 패키지로 움직여야 성공 확률이 뛴다. 이 과정을 통해 구단 내부의 선수개발 역량도 자연스레 다층화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첫해의 “성공 사례”다. 웰스든, 이마무라이든, 혹은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누군가든, 한두 팀이 아시아 쿼터를 전력·마케팅 모두에서 잘 쓰는 장면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팬과 현장 모두가 제도의 의도를 신뢰한다.

결국 아시아 쿼터는 질문 하나로 귀결된다. “작은 돈으로 큰 변화를 만들 자신이 있는가.” 답은 현장에서 나온다. 스카우트의 눈, 데이터의 설득, 코치의 손, 선수의 의지, 그리고 구단의 인내. 다섯 톱니가 맞물리면 20만 달러의 상한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2026년 봄, 낯선 이름의 투수가 8회 위기에서 포크볼로 땅볼을 두 개 유도해 경기를 끝낸다면, 우리는 금세 깨닫게 될 것이다. 판을 크게 흔드는 건 항상 큰돈이 아니라, 정확한 선택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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