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앓던 민희진 "처절했던 기자회견 '밈'이 돼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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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는 처절한 얘기인데 희화화되고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되는 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그룹 뉴진스를 기획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와 경영권 갈등 후 지난 4월 연 기자회견 모습이 희화화된 것에 대해 "너무 큰 상처였다"며 27일 이렇게 말했다.
민 전 대표의 강연은 이날 오후 11시 10분까지 두 시간 넘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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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과 프로듀싱 분리? 이 할 의미 없어"
뉴진스 미완성 신곡도 깜짝 공개
"저한테는 처절한 얘기인데 희화화되고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되는 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그룹 뉴진스를 기획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와 경영권 갈등 후 지난 4월 연 기자회견 모습이 희화화된 것에 대해 "너무 큰 상처였다"며 27일 이렇게 말했다.
당시 민 전 대표는 노메이크업으로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비속어를 써 가며 경영권 찬탈 의혹을 제기한 하이브를 맹비난했다. 그 틀을 깬 그 모습으로 '국힙(국내 힙합) 원톱' 등으로 불렸다. 그의 말과 의상 등이 곳곳에서 패러디되며 웃음 소재로 쓰이는 게 불편했다는 게 민 전 대표의 말이다.
"공황장애 진단... 너무 힘들면 욕이라도 해"
이 얘기는 민 전 대표가 27일 오후 9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진행된 ‘2024 현대카드 다빈치모텔’ 행사에 강연자로 나서면서 나왔다.
본격적인 강연 전 첫 기자회견 에피소드를 꺼낸 그는 "기자회견을 하고 집에 갔는데 할 말을 해서 물론 후련은 했지만 ('밈'이 돼) 씁쓸했다"며 "그런데, 지인들이 뉴진스 '디토'를 활용한 '밈'을 보내줬는데 그걸 보고 슬픈데도 웃음이 나더라. 그때 '이걸로 슬퍼하는 게 의미가 없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 당시 그의 욕설이 부각된 것에 대해서도 난처해했다. 그는 "13년 전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며 "스트레스를 잘 풀지 못한다고 의사 앞에서 울었는데 너무 힘들면 욕이라도 하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경영권 찬탈? 희대의 사건... 다큐 찍을 것" 소송비로 23억원 써
이 자리는 지난달 27일 민 전 대표가 어도어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된 후 첫 공식 석상이다. 그는 어도어의 대표이사직을 포기할 뜻이 없음을 다시 한번 내비쳤다.
민 전 대표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분리되면 이 일을 할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경영권을 둘러싼 하이브와의 법적 다툼에 대해선 "내가 이길 것이다. 죄가 없기 때문에"라고 자신했다. 아울러 "내가 회사(어도어)를 나간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나와 결을 같이 하는 우리 (뉴진스) 멤버들도 억울할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민 전 대표는 "이것은 희대의 사건"이라며 "다큐멘터리를 꼭 찍어 모든 과정을 밝힐 것"이라며 웃기도 했다.
그는 하이브와의 소송으로 23억 원을 썼다. 그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만큼 내가 부자가 아니다. 소송비 때문에 집을 팔 것"이라며 "욕을 한 번만 하겠다. 'X발' 이겨야 한다"고 했다. 그가 비속어를 써 하이브와의 '끝장 소송' 의지를 내보이자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강연은 표가 매진됐다. 행사장 인근엔 '민희진 대표님의 용기에 경의를 표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든 지지자도 등장했다.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아야"
민 전 대표는 이날 'K팝의 공식을 깨는 제작자, 민희진의 프리스타일'을 주제로 강연했다. 2002년 SM엔터테인먼트 입사 후 겪은 시행착오부터 들려줬다. 그는 "회사 시스템이 없는 황무지였다. 디자이너 부서도 없어서 입사 1, 2년 때는 그냥 나갈까 생각했다. 말이 안 통해서 너무 힘들었다"며 "그때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가 단체 메일을 보내 '옷 등 스타일링에 대해선 얘(민 전 대표) 말 들어라'고 하면서 하나씩 권한이 생겼다"고 옛일을 들려줬다. 그러면서도 "시스템에 얽매이지 마라"고 강조했다.
민 전 대표의 강연은 이날 오후 11시 10분까지 두 시간 넘게 이어졌다. 강연 말미엔 뉴진스의 비공개 신곡 데모(미완성 음원)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하니가 랩을 해보겠다고 이 데모를 가져갔다"고 귀띔했다. 강연은 유튜브로도 생중계됐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2만여 명의 시청자가 몰렸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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