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스케치 남도의 풍경] 전남대학교 대운동장 [6]

'공원스러운' 캠퍼스 풍경
2026년 4월 12일 일요일 오후 전남대학교 대운동장
'공원스럽다'는 말은 1차적으로 '공원다운', 또는 '공원에 있을 법한'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공원의 속성이 반드시 공원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 정도의 '스러움'은 도시의 다른 장소에서도 충분히 발견될 수 있으며, 오히려 어떤 경우에는 그런 장소가 더 공원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만약 그러한 활동들이 도시 곳곳에서 보다 쉽게 가능하다면, 굳이 공원을 찾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행위를 받아주는 공간이 부족하거나 흩어져 있어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결국 공원이 그 대안을 맡게 된다. 공원이 대안적 공간이 된다는 사실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이는 본래 도시 곳곳에 존재하던 다양한 풍경을 공원이 한데 모아놓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공원에 있을 법한 것들을 모아놓은 상태'를 가리켜 '공원스럽다'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전남대학교 대운동장의 현재 모습은 20년 전인, 2006년에 리노베이션한 결과다. 과거 흙 운동장이었던 공간을 인조잔디와 우레탄 트랙을 갖춘 시설로 정비하는 것이 당시 사업의 주요 목적이었다. 정문을 들어서면 바로 마주하는 운동장과, 그 주변을 둘러싼 약 2미터 높이의 잔디 둔덕은 일종의 경계처럼 작동하며 다소 상투적이고 답답한 인상을 주었다. 자유로운 대학 캠퍼스라기보다는 연병장을 연상시키는 이미지였다. 현재도 남아 있는 본부석 측의 건물형 스탠드를 제외하면, 이 둔덕은 체육행사 시 관람석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정식 설계 프로젝트는 아니었지만, 대학 시설과가 주관한 이 공사에 조경학과 교수로서 자문을 하게 되었다. 운동장 자체의 체육시설 계획은 기존 안을 따르되, 그 주변 공간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가 나의 주요 관심사였다(추가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전제였다). 우선 관람석 역할을 하던 둔덕을 제거하고, 대학본부와 운동장 사이에 있던 개잎갈나무(히말라야시다)와 향나무 등 대형 수목을 이식한 뒤, 그 자리를 단순한 풀밭으로 정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그림 속의 개잎갈나무는 가로수 역할을 하도록 일부 남긴 것이다).
지형적 조건을 넓게 보면 운동장은 상대적으로 낮은 지대에 위치해 있어, 둔덕이 없어도 완만한 경사의 잔디밭이 자연스러운 관람 공간이 될 수 있었다. 이러한 점을 근거로 해당 공간을 수목으로 채우려던 당초 계획을 재검토하도록 설득했다. 결과적으로 그곳은 완만하고 넓은 잔디밭으로 남게 되었고, 최소한의 느티나무만 그늘목으로 식재되었다. 탁 트인 운동장 너머로 무등산이 시야에 들어오는 조망은 의도하지 않은 경관적 보너스였다(현재 진행 중인 혁신파크 신축으로 이 조망이 일부 가려진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운동장 주변 둔덕을 제거하며 나온 상당량의 토사는 이 잔디 언덕을 다듬는 데 활용되었다. 일부 둔덕은 과거 운동장의 기억을 남기는 요소로 존치시키면서, 일종의 대지예술(Land Art)처럼 재구성했다. 정문에서 운동장을 바라볼 때 코너를 부드럽게 가리는 낮은 성토부가 그것이다. 형태를 설명하기 어려워 포클레인 기사와 함께 현장에서 직접 조형 작업을 진행했다.
이 완만한 능선은 사람들이 앉아 운동장을 조망할 수 있는 장소가 되었고, 바람길처럼 이어지는 곡선은 지형 사이를 파고들며 아이들이 오르내리는 자연스러운 놀이 공간으로 기능하게 되었다. 그 사이사이에 식재된 메타세쿼이아는 시간이 흐르며 드리우는 그늘로 지형의 흐름을 더욱 강조하는 요소가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운동장 일대에는 전에 없던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돗자리를 펴고 피크닉 기분을 내는 사람들, 오래된 캠퍼스의 나무 그늘 아래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유모차를 세워두고 아이들이 잔디 위에서 뛰노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익숙한 '공원스러운' 장면이면서도, 캠퍼스에서는 어딘가 낯선 풍경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대학 캠퍼스를 공원처럼 이용하는 현상은, 역설적으로 광주의 대형 도시공원에서 그러한 공간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기도 하다. 도시공원의 많은 공간은 산책로와 시설물, 그리고 수목과 화목류로 채워져 있으며, 비워진 공간은 쉽게 허용되지 않는다. 특히 광주에는 넓은 잔디광장을 갖춘 공원이 드물고, 기존의 잔디 공간마저 각종 수목 식재와 정원화로 채워진 사례도 적지 않다.
공원을 도시의 여백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그러나 그 여백은 도시가 수행해야 할 기능을 대신하거나, 시민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공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원은 무엇인가를 '채우기 위한' 여백이기보다, 오히려 비워냄으로써 사람이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전남대학교 조동범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