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광복회 예산 6억 줄였는데···광복절 기념사한 단체는 3억 늘려
정부가 광복절 경축식 참석을 거부한 광복회장 대신 기념사를 맡았던 순국선열유족회의 지원 예산을 3억1000만원 늘려 편성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광복회 예산은 32억원에서 26억원으로 6억원 삭감됐다. 일부에서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두고 윤석열 정부와 각을 세운 광복회의 힘을 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내년도 국가보훈부 예산안에 따르면 광복회 외 독립분야 공법단체로 추진하려 했던 순국선열유족회 월간지 <순국>의 구입 비용이 2024년 1억9000만원에서 2025년도) 5억원으로 늘었다. 월간지 <순국>은 1988년 1월에 창간돼 2021년부터 국가보훈부의 발간 지원을 받고 있다.
순국선열유족회는 정부가 유일한 독립 분야 공법단체였던 광복회의 힘을 빼기 위해 힘을 싣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단체다. 지난 8월15일에는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한 이종찬 광복회장을 대신해 이 단체 회장이 기념사를 했고, 일주일 뒤인 8월22일에는 보훈부가 이 단체를 “공법단체에 지정하려는 준비를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공법단체가 되면 법적 지위가 생기고 정부로부터 운영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순국선열유족회는 독립운동을 하다 순국한 선열의 유족들로 구성된 단체다. 현재 회원은 300여명 정도다.
반면 광복회 예산은 올해 32억원에서 내년도 예산안 26억원으로 6억원 줄었다. 보훈부가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며 독립운동사에 대한 학술연구를 목표로 하는 광복회학술원 사업비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광복회가 내년 광복 8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으로 추진하려고 신청한 독립운동사 편찬 사업, 독립운동 상징 조형물 사업 등 기념사업비 10억원도 반영되지 않았다. 광복회는 지난달 성명을 내고 “광복 80주년사업 예산을 행사의 주체가 돼야 할 독립유공자 단체인 광복회와 단 한 번의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편성한 것은 극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보훈부는 순국선열유족회 월간지 구입 예산 증액에 대해 “월간 <순국>지는 역사 전문 학술지 대비 독립운동 관련 정보를 일반 국민들이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독립운동계 정기 간행물”이라며 “그간 <순국>지 배포 확대 필요성에 대해 지속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보훈부는 또 “기존에는 예산의 한계로 인해 광복회 등 보훈단체, 일부 공공도서관·지자체 등에 제한적으로 배포했다”며 “광복 80주년을 계기로, 독립유공자 공훈 선양 및 독립운동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자 많은 국민들이 이용하는 주민센터, 도서관 등에 보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인영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광복회 힘 빼기 정황이 예산 편성 과정에서도 발견됐다”며 “정권의 입맛에 맞춘 독립운동 단체 길들이기와 갈라치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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