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박’ 빌려주고 못 받은 돈…증여세까지 대신 내야?

코미디언 이진호 ‘불법도박’ 여파
1억 빌려준 BTS 지민 등 ‘불똥’
누리꾼 A씨, 돈 빌려준 연예인들 수사 의뢰
제3자 간 금전거래 ‘증여’로 보기 어려워

BTS 지민(왼쪽)과 이진호(오른쪽). 각 인스타그램

코미디언 이진호가 자신의 불법도박 사실을 알린 가운데, 이진호에게 돈을 빌려준 보이그룹 BTS(방탄소년단) 지민, 가수 하성운·영탁 등 동료 연예인이 증여세를 연대 납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코미디언 이진호가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020년부터 자신이 온라인 불법도박을 한 사실을 인정하고, 채무 변제를 약속하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진호는 대부업체뿐만 아니라 가수 하성운·영탁, 개그맨 이수근 등 동료 연예인과 PD·작가 등 방송 종사자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 불법도박 자금을 충당했고, 총 23억원에 달하는 채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방탄소년단 지민은 1억원을 빌려주고 돈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지민의 소속사 하이브 측은 “보도된 것처럼 금전 피해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며 차용증을 쓰고 대여해준 것이 전부”라고 입장을 냈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진호에게 돈을 빌려준 연예인들을 국세청에 신고했다’며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는 누리꾼 A씨의 글이 올라왔다.

A씨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 4조 1항에 명시된 증여세 과세 대상에 따라 연예인들이 이진호에게 빌려준 돈은 받지 못하는 증여의 형태이며 ‘무상으로 이전받은 재산’이라고 주장했다.

증여세란 타인(증여자)에게 재산을 증여받은 사람(수증자)이 부담하는 세금을 말하는데, 이진호가 현재 추징 능력이 없으므로 돈을 빌려준 사람이 증여세를 연대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진호가 연예인들에게 빌린 돈이 ‘증여’로 인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가족이 아닌 제3자 간의 금전거래를 증여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또 반환을 전제로 차용증을 썼거나 구두 약속이 오간 경우 무상으로 이전받은 재산이라 보기 어렵고, 증여가 아닌 대여로 볼 수 있다.

다만 이진호의 불법 도박 사실을 알고도 돈을 빌려줬다면, 돌려받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민법 제 746조(불법원인급여)에 따르면 도박과 같은 불법 행위에 사용되는 것을 알고도 돈을 빌려줬다면 채권자는 반환 청구를 할 수 없고, 채무자는 갚을 의무도 없다.

한편, 15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신청된 A씨의 민원에 따라 이진호의 상습도박, 사기 혐의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