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안 믿고는 자유”… ‘노무현 수사’ 회고록 낸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에게 직접 물었다

이진수 기자 2023. 3. 1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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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 who] “노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잘못된 억측 인터넷 떠돌아 진실 밝혀야겠다고 생각”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동아DB]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65·사법연수원 14기, 현 변호사)이 3월 24일 회고록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조갑제닷컴)'를 출간한다. 532쪽 분량의 회고록에는 '박연차 게이트'로 알려진 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불법 로비사건에 관한 회고가 담겼다.

왜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14년 만에 책을 펴냈을까. 이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무법인 바른에서 쫓겨난 뒤 노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잘못된 억측이나 허위사실이 인터넷상에 떠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검찰을 위해 진실을 밝혀야겠다는 생각으로 2018년부터 5년 간 준비해왔다"며 "노 전 대통령 수사 (공소시효가) 만료된 다음에 책을 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인규 전 대검중수부장의 저서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사진제공 조갑제닷컴]
이 변호사의 회고록에는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중수부에 출석해 조사받던 중 사전 질문지에 없던 피아제 명품시계 수수 혐의를 두고 "이 부장! 시계는 뺍시다. 쪽팔리잖아"라고 말한 상황이 담겼다. 이 변호사는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원인으로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무책임을 직격하기도 했다. 회고록에는 "의견서 한 장 낸 적 없다. (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찾아와 검찰의 솔직한 입장을 묻고 증거관계에 대한 대화를 통해 사실을 정리해 나갔더라면 노 전 대통령이 죽음으로 내몰리진 않았을 것"이라며 "노무현의 주검 위에 거짓의 제단을 만들어 대통령이 됐다"는 주장이 담겼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2011년 6월 출간한 회고록 '문재인의 운명'에서 노 전 대통령이 대검에 출두했을 당시 이 중수부장의 태도를 두고 "대단히 건방졌다. 말투는 공손했지만, 태도엔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묻어있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 변호사는 1958년 경기 용인 출신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5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2003년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SK글로벌의 1조 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SK 최태원 회장을 구속 기소해 '재계 저승사자'로 불렸다. 2006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 시절에는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을 수사했고, 노무현 정부 출범 첫 해인 2003년에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참여했다.

이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 때 검사장급으로 승진했는데, 이후 자신을 승진시킨 대통령이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사실을 알고 "호랑이 등에 올라탄 심정"이었다고 회고했다.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역임하고, 노 전 대통령 비리 수사를 맡았다. 같은 해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이 변호사는 중수부장직을 내려놓고, 법무법인 '바른'행을 택했다. 당시 바른은 고 박연차 전 회장 변호를 맡고 있었기에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2017년 돌연 법무법인 바른을 퇴사하고 미국으로 출국했다. 같은 시기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TF팀에서 일명 '논두렁 시계 사건' 재조사에 착수하며 도피성 출국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무법인 바른 퇴사는 경영진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고 도피설을 일축한 바 있다.

회고록 출간 소식이 알려지자 내용을 두고 "믿을 수 없다"는 정치권의 반응이 나왔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비서관을 지낸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거짓으로 가득찬 수사 상황을 책에 언급하며, 논두렁 시계(시계 수수) 시즌2를 제작하고 있다. 말문이 막힌다"고 적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변호사의 책 출간을 놓고 "검사정권의 뒷배를 믿고 날뛰는 행동이라 본다. 노무현 대통령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평했다.

저자의 생각은 어떨까. 이 변호사에게 정치권 인사들의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냥 수사 기록에 있는 내용이다. 보고 들은 걸 있는 그대로 적었으니 믿고 안 믿고는 자유다.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는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책 출간에 대한 관심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고 질문도 많이 온다. 짧은 멘트 요청은 어쩔 수 없지만 특정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수 기자 h2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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