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5개 네트워크 구축한 BYD코리아…"법인판매로 韓 시장 공략법 통할까?"

왼쪽부터 이민욱 지엔비모빌리티 대표, 박봉관 비전모빌리티 대표, 박상무 에스에스모터스 대표, 딩하이미아오 BYD코리아 대표, 류쉐량 BYD 아시아태평양 자동차 영업사업부 총경리, 조인철 BYD코리아 승용부문 대표, 권혁민 DT네트웍스 부회장, 손원현 삼천리이브이 대표, 마린영 하모니오토모빌 수석 대표가 BYD코리아 승용차 딜러십 공동 체결식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BYD코리아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가 국내 15개 전시장을 전국 주요 거점에 마련하고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최근 홍콩을 비롯한 중국계 자본의 국내 시장 진출과 함께 국내 자동차 산업을 향한 중국의 '빅웨이브'가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BYD코리아는 DT네트웍스, 산천리이브이, 비전모빌리티, 지엔비모빌리티, 에스에스모터스, 하모니오토모빌 등 총 6개 딜러사를 선정하고, 내년 1월 중순부터 전국 9개 권역에 15개의 딜러 네트워크를 구축한다고 17일 밝혔다.

권역별 네트워크 분포를 살펴보면 △서울 4곳(강서, 서초, 양천, 용산) △경기도에 4곳(고양, 성남, 수원, 안양) △인천 연수구 △강원 원주 △대전 동구 △대구 수성구 △부산 수영구 △광주 서구 △제주시에 각각 1곳씩 전시장과 서비스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모든 네트워크 거점은 전시, 판매, 서비스가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BYD코리아의 전국 15개 판매 네트워크 위치와 운영사. 사진=BYD코리아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도이치오토모빌 그룹의 자회사인 DT 네트웍스가 BYD코리아의 최대 규모 딜러사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DT 네트웍스는 15개 딜러망 중 5개를 확보하며, 서울 서초, 경기 수원,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부산 수영구에 전시장·서비스센터를 오픈할 계획이다. 또 중국 최대 자동차 판매사인 하모니오토모빌은 제주 네트워크를 맡아 국내 전기차 본고장 공략에 나선다.

롯데·SK렌터카 먹은 홍콩자본 '어피니티'…BYD 韓 공략 통로 전망

롯데렌터카 서울역 지점 전경. 사진=롯데탈

최근 홍콩계 말레이시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가 SK렌터카에 이어 롯데렌탈까지 인수하면서, BYD가 법인판매 시장을 통한 전기차 판매 확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BYD가 전기차를 제조해서 한국으로 수출하고, 중국 최대 자동차 유통기업인 하모니오토모빌이 국내로 들여오고, 어피니티가 렌터카 회사들을 통해 BYD 전기차를 보급할 것이란 전망이다.

어피니티는 지난 8월 SK렌터카를 약 82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또 최근엔 롯데그룹과 론데렌탈 지분 56.2%를 1조6000억원에 인수하는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바인딩 MOU)'를 체결했다. 어피니티가 롯데렌탈 인수를 완료하게 되면 국내 렌터카 업계 1·2위를 모두 보유하게 된다. 롯데렌탈과 SK렌터카는 3년 간 별도로 운영되고, 향후 합치게 될 전망이다.

3사의 협력은 단순한 제조-유통-금융의 결합을 넘어 전기차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 같은 협력 구도는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유럽에서는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Ayvens(구 ALD Automotive/LeasePlan)가 BYD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유럽 시장에서 BYD 전기차의 리스·렌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BYD는 유럽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Ayvens는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확보하는 '윈-윈' 효과를 거두고 있다.

왼쪽부터 팀 알버트센 Ayvens 최고경영자(CEO), 스텔라 리 BYD 유럽법인 전무가 지난 7월 중국 선전에 위치한 BYD 본사에서 전기차 유통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사진=BYD

이와 같은 시너지는 국내에서도 가능하다. BYD는 하모니오토모빌을 통한 직접 판매와 함께 SK렌터카, 롯데렌터카를 통한 간접 판매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 또 렌터카를 통해 소비자들이 BYD 차량을 직접 경험할 기회가 늘어나, 중국 전기차에 대한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법인 시장에 대한 공략은 더욱 용이해질 전망이다. 어피니티의 렌터카 사업을 통해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장기 렌터카·리스 사업 확대가 가능해진다. 또 어피니티의 금융 노하우를 활용해 BYD 차량 구매자를 위한 맞춤형 금융 상품 개발도 이뤄질 수 있다. 아울러 렌터카 사업자의 충전 인프라를 활용해 BYD 차량 사용자의 충전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BYD-하모니-어피니티의 협력은 유럽에서처럼 국내에서도 유사한 시너지가 예상된다"며 "BYD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하모니오토모빌의 유통 네트워크, 어피니티가 보유한 SK렌터카와 롯데렌터카의 고객 기반이 결합되면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형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대차·기아·테슬라 '빅3'에 도전…"배터리 업계 파장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BYD '씰',  테슬라 '모델3',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사진=각사

BYD의 본격적인 한국 진출은 국내 전기차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13만9067대로,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했다. 국내 전기차 시장 1위는 3만4384대를 판매한 기아로, 24.7%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또 테슬라가 2만8498대(점유율 약 20.5%), 현대차2만8463대(점유율 약 20.4%)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3사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몇 년째 굳건한 '빅3'를 차지하고 있지만, BYD가 공격적인 가격 정책과 다양한 모델 라인업을 앞세워 시장에 진입할 경우, 2025년까지 국내 전기차 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연간 1만5000대 가량의 판매량을 의미하며, 주로 테슬라와 현대차, 기아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BYD의 진출은 국내 배터리 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BYD는 전기차 제조뿐만 아니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LFP 배터리는 니켈, 코발트, 망간을 사용하는 NCM 배터리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안전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BYD가 자사 전기차에 탑재된 LFP 배터리의 성능을 입증할 경우, 국내 완성차 업체들과의 배터리 공급 계약 체결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에 대응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도 LFP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르노와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삼성SDI와 SK온도 각각 2026년과 2027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국산 전기차보다 뛰어난 가격·상품 경쟁력 확보 관건

왼쪽부터 BYD '아토3', 기아 'EV3',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사진=각사

다만 BYD가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 개선 △국내 브랜드 대비 가격·상품 경쟁력 확보 △충전 인프라와 AS 네트워크 구축 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여럿 있다. 특히 가격 경쟁력은 BYD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요소로 꼽힌다.

BYD의 주력 모델인 아토3는 국내에서 현대 '코나 일렉트릭', 기아 'EV3'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토3의 중국 내 가격은 한화로 약 3000만원대지만, 국내에선 3500만~4000만원대로 책정될 전망이다. 이는 코나 일렉트릭과 EV3의 실제 판매 가격인 3000만원 초중반대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 아토3가 LFP 배터리를 장착해 보조금 혜택도 크지 않아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BYD의 중형 세단 씰(SEAL)은 현대차 '아이오닉6', 테슬라 '모델3'와 경쟁할 전망이다. 씰의 중국 내 가격은 모델에 따라 한화로 약 4500만~6000만원선이다. 아이오닉6의 국내가격이 약 5000만원대, 모델3가 5190만원이다. 씰이 국내에서 가격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다른 해외판매 가격보다 15% 이상 저렴하게 가져와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물류비용, 마케팅 비용 등을 고려하면 중국 내 가격보다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BYD가 가격적인 측면에서 강점을 갖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울 것"이라며 "때문에 소매 판매보다는 법인 판매에 먼저 집중하고, 소비자들에겐 자율주행 기술을 앞세운 고급 모델 또는 저렴한 모델을 각각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3pro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