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남아있는 위기, 연말이 고비다 f.한상희 위원

#1 상저하고 평균회귀

저는 내년 전망을 세 부분으로 나눠서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내년 종가는 올해 종가보다는 높을 것 같습니다. 다우존스지수는 고점 대비 빠진 게 6% 정도밖에 안 돼서 다우존스 지수도 그럴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나스닥과 S&P500은 올해 종가보다는 내년 종가가 더 높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한 번 정도는 전 저점을 테스트할 것 같습니다. 올해 말이든 내년 초든 한 번 저점을 시험해볼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상저하고’형 시장이 찾아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세 번째로, 올해 안 좋았던 부류를 사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나스닥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 주들처럼 올해 수익률이 꼴찌 근처에 있던 것들이 내년에는 더 나을 것으로 봅니다. 이런 의미에서 ‘평균회귀’라는 단어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를 종합해서 ‘상저하고 평균회귀’ 여덟 글자로 내년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상저하고 의견은 시장의 컨센서스에 가깝습니다.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긴 하지만, 상저하고라는 의견이 컨센서스에 가깝습니다. 평균회귀는 그렇지 않습니다. 내년 장을 좋게 보는 분들도 좋을 것으로 보는 종목들은 각자 다릅니다.

올해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업종은 에너지로 수익률이 69%였습니다. 올해 꼴찌 업종은 커뮤니케이션으로 수익률은 -42%였습니다. 지난 20년간 수익률 차이가 이렇게 컸던 적이 없습니다. 보통 수익률의 차이는 40~50%에서 왔다 갔다 합니다. 어떤 분들은 에너지에 투자가 없었고, 유가가 구조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었고, 마진이 좋았기 때문에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구조적인 요인보다는 그냥 경기가 좋았다고 봅니다. 2022년 경기가 안 좋았던 것 같지만, 여의도에 계신 분들이 느끼는 것보다는 일반 기업들은 돈을 많이 번 상태입니다. 특히나 올해 코스피에서는 한전이 많이 터진 걸 빼면 나머지는 어닝 서프라이즈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작년엔 경기가 정말 좋았고, 올해는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경기가 나쁘지 않았다고 봅니다.

전년도 1등과 11위의 수익률 차이가 크면 그다음 해에는 수익률이 뒤집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2019년에는 정보기술 업종과 에너지 업종의 수익률 격차가 40%p였는데, 2020년이 되며 80%p로 늘어났습니다. 2021년에는 에너지의 수익률이 48%로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수익률 격차가 늘어나고 나면, 뒤집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만약 내년 상반기에 에너지가 빠져주면, 정보기술, 경비소비재, 커뮤니케이션주들을 사는 게 낫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알파벳이나 메타를 사는 게 지금은 제일 낫지 않나 싶습니다.


#2 내년엔 어느 종목을 사야 할까?

오늘 세일즈포스(Salesforce Inc.)가 실적발표를 했고, 그저께는 인튜잇(Intuit Inc.)이라는 기업이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둘 다 소프트웨어 회사입니다. 매출액은 예상 수준이었지만, 이익이 예상보다 잘 나왔습니다. 불요불급한 비용을 줄이고 있다는 소리를 CEO들이 공히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비용을 줄여서 이익을 늘리는 건 성장이 아니라며 인정해주지 않았습니다. 우리 네이버, 카카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은 비용을 줄여서 돈을 버는 것에 대해서도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습니다.

위 차트의 빨간 선은 생산성 향상률이고, 검은 선은 미국의 실업률입니다. 생산성은 보통 매출액 증가율을 인건비 증가율로 나눈 것으로 설명합니다. 최근 3분기 동안 미국의 생산성 향상률이 계속 마이너스였습니다. 매출액이 늘어나는 것보다 인건비가 더 많이 늘어나는 겁니다. 우리나라 네이버나 카카오의 경우도 올해 인건비 증가율이 30~40% 정도 됩니다. 이 상태에서 제가 만약 CEO라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일 겁니다. 매출액을 열심히 늘려서 생산성을 늘리거나, 안타깝지만 사람을 줄이는 겁니다.

이것은 블룸버그와 팩트셋(Factset)의 분기별 GDP성장률 추정치입니다. 모두 내년 상반기에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매크로가 항상 맞지는 않습니다. 작년 이맘때는 모두가 올해 금리 인상을 한 두 번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사실 경기침체가 안 올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러나 제가 CEO라면 경기침체가 오는 걸 기준으로 시나리오를 짤 겁니다. 그러면 매출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사람을 빨리 줄여야겠다고 생각할 확률이 높습니다.

주식은 실업률 고점에서 빠지는 게 아니라, 저점에서 빠집니다. 실업률은 워낙 후행적인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2001년 IT 버블 때는 50%씩 빠지기도 했습니다. 실업률이 정말 나쁘게 나오고, 사람들이 나쁜 걸 나쁘게 받아들이는 순간이 내년 상반기에 오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이미 비용을 줄이고 있던 기업들이 생각보다 실적이 덜 빠질 것이고, 올해 실적이 좋다고 느꼈던 부류가 실적이 훨씬 덜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하나 들면, 금융 업종의 2022년 ROE의 추정치가 11.4% 정도 됩니다. 15년 평균이 9.2%고, 10년 평균이 10.3%, 5년 평균이 11.2%입니다. 올해 ROE가 역사상 굉장히 높은 편이었다는 겁니다. 내년에 경기가 진짜 좋으면 이것보다 좋아지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경기가 나쁘다는 콜을 하면서 금융 같은 사이클 산업의 ROE가 더 좋아진다고 말하는 건 이상한 겁니다. 예상보다 실적이 덜 나올 수 있는 겁니다. 정보기술 업종은 2022년의 영업이익률은 29.8%입니다. 지난 10년 평균은 32.5%입니다. 예상보다 덜 나온 겁니다. 이건 오히려 비용을 줄여서 평균으로 가는 방향으로 이익률이 바뀔 수 있습니다. 내년에는 매출은 잘 안 늘어나는데, 비용은 더 줄이거나 줄일 여유가 있어 보이는 회사를 사는 게 더 좋아 보입니다.


#3 2023년은 어떤 장세일까?

제가 2004년 처음 입사했을 때 제일 처음 봤던 책이 우라가미 구니오의 ‘주식시장 흐름 읽는 법’입니다. 이 책에는 금융장세와 같은 여러 가지 장세들이 나와 있습니다. 이 장세들이 사실 잘 맞지 않는데, 이번 2020~2022년 사이클에는 기가 막히게 잘 맞습니다.

2020년엔 많은 분이 금리가 인하되는 과정에서 주가가 올랐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때 주가는 금리가 인하되고 나서 올랐습니다. 그리고 실적은 그 해에 무려 20% 이상 하락했습니다. 이게 전형적인 금융장세입니다. 이때 정보기술, 경기소비재, 커뮤니케이션 같은 금리가 낮고 경기가 나빠도 버틸 수 있는 주식들이 올랐습니다.

2021년은 전형적인 실적장세였습니다. 2021년에는 실적이 무려 1년 동안 50% 증가했습니다. 주가는 그런데 27%만 오릅니다. 2021년엔 금리 인상을 기대했던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기준금리가 오른다는 생각을 아무도 안 했습니다. 그런데 시장금리를 보면 자연스럽게 거의 60bp 이상 올랐습니다. 채권에 있는 사람들은 진짜로 경기가 좋다고 느꼈던 겁니다. 지금처럼 기준금리가 올린 게 아니라 경기가 끌어올린 겁니다. 이때는 에너지, 부동산, 금융과 같은 경기민감주가 올랐습니다. 경기에 가장 방어적인 업종들이 좋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역금융장세입니다. 제가 지난 4월까지 정말 많이 틀렸습니다. 이때까지는 실적장세의 연장처럼 보였습니다. 주가도 많이 하락하지 않고 금리도 많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실적장세 중간에 오는 자연스러운 중간 반락이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런데 3월 FOMC에서 금리를 175bp 올리기로 하고, 9월에는 425bp가 되고 연말에는 더 많이 올라갈 예정입니다. 전형적인 역금융장세가 나타난 겁니다.

그다음에 오는 역실적장세의 특징은 금리가 살살 빠지기 시작하고 실적은 많이 하락하지만, 주가는 덜 빠진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사이클이 맞다면, 역실적장세를 거친다면, 그 이후엔 금융장세가 다시 올 겁니다. 그게 평균회귀에 대한 탑-다운식 관점입니다.

사람들이 금리인상을 멈추면 금융장세가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금리인상을 멈춘다고 해서 금융장세가 바로 왔던 경우는 자주 없습니다. 예를 들어 2018년 말과 2019년 초에는 금리 인상이 멈추자마자 반등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리먼 브러더스 사태 때는 2008년에 금리 인하를 시작했는데, 주식 바닥은 2009년 2월이었습니다. 코로나 때도 금리 인하가 시작된 것은 코로나가 창궐하며 시작됐는데, 주가 바닥은 3월 23일에 나왔습니다. 이번 금리 인상이 내년 초에 멈추겠지만, 금리 인상이 멈추는 게 바로 금융장세로 넘어간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는 내년 주식은 차트처럼 보고 있고, 내년 종가는 올해보다는 좋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삼프로TV 손은호 기자 (korgitgit@3pro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