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현의 풀카운트] '72억의 굴욕' 안치홍, 1할타자 꼬리표 떼낼까?

- 타율 0.172 수모 딛고 키움에서 새출발… 1·3루 수비까지 자청한 안치홍의 절실함이 꼴찌 팀을 깨운다
- 대만 캠프 맹타 휘두르며 '야수 MVP' 훈장… "내가 못해서 쫓겨난 것" 변명 없이 방망이 고쳐 잡은 베테랑
- 보호선수 제외 굴욕이 깨운 생존 본능… 체중 감량에 멀티 내야수 변신까지, 그의 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야구에는 묘한 장면이 있다.
한때 리그를 대표하던 선수가 어느 날 갑자기 잊혀진 이름이 되는 순간이다.
지난 시즌 한화 안치홍이 그랬다.

타율 0.172. OPS 0.475
누가 봐도 충격적인 숫자다. 한 시즌 부진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손목 부상이 있었다지만 결과는 냉정했다.
결국 그는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고, 2차 드래프트에서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게 됐다.

야구판에서는 이런 말을 한다.
“끝났구나.”
하지만 선수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대만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체중을 줄였고, 움직임이 가벼워졌다. 무엇보다 눈에 띈 건 포지션이었다.
원래 자리인 2루가 아니다. 1루와 3루까지 연습을 시작했다. 베테랑에게 포지션 변경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런데도 그는 묵묵히 글러브를 끼고 훈련을 반복했다.

그리고 결과가 따라왔다.
캠프 연습경기에서 홈런 포함 3안타.
이후 시범경기에서도 꾸준히 타구 질이 좋아졌다는 평가다.
단순히 안타 숫자보다 타격 내용이 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몸이 가벼워지면서 스윙이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키움이 그를 데려온 이유는 분명하다.
리그 정상급 야수로 도약한 송성문의 공백 때문이다.
키움의 간판 내야수 송성문은 지난 겨울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성공했고 팀 공격의 중심이자 덕아웃 리더가 사라지고 말았다.
유망한 젊은 선수들이 많지만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카드가 안치홍이다.

물론 키움도 모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전성기 시절처럼 리그 최고 2루수가 되라는 요구는 아니다.
다만 중심 타선에서 경험을 보태고, 내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며 팀을 안정시키는 역할이면 충분하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안치홍에게 이번 시즌은 단순한 재기가 아니다.야구 인생의 마지막 기회에 가깝다.

프로 선수로서 30대 후반.
여기서 다시 올라서면 ‘부활’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몰락’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그래서일까?
캠프에서 후배들과 똑같이 야간 훈련에 참여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3루 수비 연습도 누구보다 열심이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다.

야구는 참 이상한 스포츠다.
한 시즌이면 스타가 무너지고, 또 한 시즌이면 다시 살아난다.
지금의 안치홍이 정확히 그 경계선 위에 서 있다. 그리고 그의 이번 무대는 사직도, 대전도 아닌 고척이다.
# 2026 시범경기 첫 타석 2루타 영상!
다시 묻는다.
정말 끝난 선수일까.
적어도 지금의 안치홍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아직 아니다.”
글/구성: 민상현 전문기자, 김PD
#안치홍의 프로통산 주요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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