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육군이 오랫동안 추진해온 자주포 개발 프로그램이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이제는 해외에서 검증된 자주포를 직접 구매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2025년 9월 29일, 미 육군은 차기 자주포 조달을 위한 제안 의뢰서를 공식 발행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경쟁에 한국의 한화디펜스가 개발한 K9 자주포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독일의 라인메탈, 영국의 BAE 시스템즈, 이스라엘의 엘빗 시스템즈 등 쟁쟁한 글로벌 방산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최강 미 육군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죠.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 개혁으로 한때 보류됐던 이 프로젝트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한국 방산의 미국 진출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독자 개발 포기, 구매로 방향 전환
미 육군은 원래 차세대 자주포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려 했습니다. ERCA(Extended Range Cannon Artillery)라는 이름의 야심찬 프로그램이었죠.
기존 M109A7 자주포의 차체에 58구경 155mm 곡사포를 장착한 새로운 포탑을 결합하고, 사정거리 연장탄을 사용해 70km 이상의 사정거리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2025년도 예산안에서 미 육군은 충격적인 발표를 했습니다. "ERCA 프로그램을 중단한다"는 것이었죠.
조달 및 병참 담당 미 육군 차관보도 솔직하게 인정했습니다. "ERCA의 시도는 양산으로 이행할 수 있을 정도의 성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수년간의 개발과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실전 배치 가능한 수준의 자주포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어서 중요한 말을 덧붙였습니다. "전술 화력의 철저한 연구 결과, 사정거리를 확장한 플랫폼의 필요성이 재확인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개발은 실패했지만 장거리 자주포의 필요성 자체는 더욱 명확해졌다는 의미였죠.
그래서 미 육군은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개발이 완료된 플랫폼이나 탄약에 관한 정보 제공 의뢰서를 곧 발행할 것"이라고 밝힌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르쳐준 교훈
이런 결정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미 육군 현대화를 담당하는 레이니 대장은 2023년에 이미 방향성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포병 전략을 우크라이나의 교훈과 미 태평양 육군의 요구 양쪽 모두에 대응시킬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말이죠.
그의 말 중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많은 적을 파괴하고 있는 것은 재래식 포병입니다."

첨단 미사일이나 드론이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 전장에서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여전히 전통적인 포병이라는 것이죠.
우크라이나 전선에서는 매일같이 수천 발의 포탄이 발사되고 있고, 이것이 전쟁의 향방을 결정짓고 있습니다.
레이니 대장은 또한 NATO 회원국들을 주목했습니다. "NATO 회원국 중에는 우리의 관심을 끌기 위한 장비가 있습니다"라고 말했죠.
이는 곧 유럽이나 다른 동맹국들이 이미 개발하고 실전 배치한 우수한 자주포들을 활용하겠다는 의미였습니다.
부시 차관보도 이를 명확히 했습니다.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외에서 입수 가능한 것을 사용해 화력 투사의 범위와 양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이행합니다."
2025년 경쟁 개시, 그러나 트럼프 정권이 보류
Breaking Defense는 2025년 2월에 구체적인 일정을 보도했습니다.
"미 육군은 전 세계의 기존 자주포를 평가할 예정이며, 따라서 신규 개발을 포기했습니다.
조달할 자주포를 선정하기 위한 공개 경쟁을 2025년에 개시합니다." 라고 보도했으며 계획은 상당히 구체적입니다.
미 육군은 여름까지 경쟁에 참가할 기업들을 선정하고, 2026년에 평가 테스트를 실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미 육군이 제시한 요구사항도 명확했습니다.
"미래의 포병 전력은 장거리 정밀 사격에 대응해야 합니다. 대량 사격에 요구되는 능력은 화력 지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속도로 장전, 이동, 전개, 재장전, 재사격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흥미롭게도 "도입예정인 자주포는 전력 구성의 재검토에 따라 복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라는 언급도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여러 종류의 자주포를 동시에 도입할 가능성도 열어둔 것이죠.
하지만 이 모든 계획은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으로 갑자기 멈춰섰습니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지시한 육군 개혁의 일환으로 자주포 조달 계획도 재평가 대상이 된 것입니다.
실제로 필요한 전력인지, 예산은 적절한지, 더 나은 대안은 없는지 전면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지금까지 이 계획은 보류 상태로 묶여 있었습니다.
9월 29일,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 프로젝트
그런데 2025년 9월 29일,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미 육군이 자주포 조달에 관한 제안 의뢰서를 정식으로 발행한 것입니다.
보류됐던 프로젝트가 다시 살아난 것이죠.
제안 의뢰서에는 "포괄적인 분석 결과 미 육군에게 155mm 자주포가 중요하다고 확인됐습니다"라고 명확한 설명이 담겨 있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 개혁 테스트를 통과한 것입니다.
미 육군은 구체적으로 육군 개혁 테스트에 참여한 여단에 자주포 6문을 제공하는 것을 상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평가용이 아니라 실제 부대 운용을 통한 검증을 의미하는 것이죠.
제안 의뢰서에서 미 육군이 특히 강조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첫째, "제안하는 자주포의 생산을 미국 내로 이전하는 방법"입니다.
둘째, "이를 맡을 미국 내의 제조 거점이나 공급자의 특정"이죠.
셋째와 넷째는 "자주포 1문의 납입에 필요한 기간"과 "자주포 6문의 납입에 필요한 기간"에 관한 설명을 요구했습니다.
이는 미 육군이 단순히 완제품 수입이 아니라, 미국 내 생산 체계 구축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라인메탈, BAE, 한화... 치열해지는 경쟁
이번 경쟁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은 이미 윤곽이 드러났습니다.
독일의 라인메탈(Rheinmetall), 영국의 BAE 시스템즈(BAE Systems), 한국의 한화디펜스(Hanwha), 미국의 제너럴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 이스라엘의 엘빗 시스템즈(Elbit Systems) 등이 유력한 후보입니다.
라인메탈은 독일군이 사용하는 PzH 2000 자주포로 유명합니다. 이 자주포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뛰어난 성능을 입증했죠.

BAE 시스템즈는 영국의 AS90과 미 육군의 현재 주력인 M109A7의 제작사입니다.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는 이미 전 세계 10개국 이상에 수출되어 실전 배치된 베스트셀러입니다. 폴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에스토니아, 호주 등이 K9을 운용하고 있죠.
하지만 Breaking Defense는 흥미로운 지적을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잠재적인 기업들은 엄격한 미 육군의 요구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 관계자는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공급하기 위한 자주포를 미리 제조해 보관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주문받은 만큼의 자주포를 제조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납기입니다. "자주포의 포신이나 부품 조달에는 긴 리드타임이 예상되기 때문에 생산에는 2년 이상이 걸립니다"라고 관계자들은 지적합니다.
제안 의뢰서가 "테스트용으로 최대 6문의 자주포를 몇 개월 이내에 건네달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미 육군의 의도는 명확해 보입니다.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평가를 시작하고 싶다는 것이죠.
미국 내 생산, 현실적인 과제
제안 의뢰서에서 가장 까다로운 요구사항은 바로 미국 내 생산 이전 방안입니다.
라인메탈, BAE 시스템즈, 한화, 엘빗 시스템즈 중 여러 기업이 현재 미국 내에서 자주포를 제조하고 있지 않습니다.
경쟁 입찰도 아직 정식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10월 10일까지 자주포 생산 이전 방법과 미국 내 제조 거점 및 공급자의 특정을 설명하라"는 요구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이죠.

한 업계 관계자는 "자주포 제조사들도 애매한 정보 제공에 끝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나 물량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 내 공장 설립이나 현지 파트너 선정 같은 세부사항을 확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는 미 육군이 얼마나 진지하게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미국 내 생산 요구는 단순히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적 이유만이 아닙니다.
유사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기술 이전을 통한 미국 방산 기반 강화, 그리고 정치적 부담 감소 등 여러 목적이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고려하면, 미국 내 생산 능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기업이든 이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단순히 우수한 자주포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미국 내에서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생산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 현지 공급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그리고 미국 방산업체들과 어떤 협력 관계를 맺을 것인지까지 종합적인 제안이 필요한 것이죠.
보류됐던 미 육군의 차기 자주포 조달 프로젝트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제안 의뢰서는 분명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K9 자주포를 앞세운 한국 방산의 미국 진출, 그리고 세계 최강 미 육군의 선택을 둘러싼 글로벌 방산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과연 누가 최종 승자가 될까요? 앞으로 몇 개월간의 경쟁이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