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전자'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셧다운' 사태, 언론 보도 어땠나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미디어오늘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삼성전자가 5만전자가 되었다. 지난 7월 삼성전자 주가는 8만8000원까지 올라가면서 9만전자(삼성전자 주가가 한주에 9만 원이 넘는 것을 일컫는 별칭) 꿈에 부풀었다. 그런데 불과 3개월 만에 9만전자는커녕 5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주가는 떨어지는데 언론을 보면 과도하게 희망적인 기사가 눈에 띈다. 매일경제 기사를 보면 엔비디아의 '영혼의 파트너'가 삼성전자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에 AI 반도체 생산을 맡길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하나 기사를 읽어보면 “필요하다면 다른 업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정도의 원칙을 말했을 뿐이다.
이보다 더 희망적인 기사는 <삼성전자 3분기 실적 어닝쇼크 아닌 이유>라는 한국경제TV 기사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3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반면, 기사는 매출액이 지난 분기보다 증가했고 인텔보다는 실적이 좋다고 자위한다. 그러나 3분기 실적 발표 당일과 다음날 모두 주가가 떨어져 5만전자가 되었다.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장은 저조한 실적에 대해 사과까지 했다. 삼성전자 CEO가 실적에 대해 공식 입장문을 통해 사과에 나선 것은 초유의 일이다.
해당 기사는 삼성전자의 부진은 반도체 지원법이 통과가 안 되었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이미 정부는 2023년 1월부터 기존 6% 세액공제를 15%로 무려 150% 확대했다. 특히, 이 기사는 삼성전자 위기론이 있지만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될 조짐”이 있다는 희망을 보인다. 결국 이 기사는 삼성전자의 희망이 아니라 이재용 회장의 희망을 말하는 기사다. 왜 언론들은 삼성전자에 대해, 아니 이재용 회장에 대해 지나친 장밋빛 기사를 쓸까?
물론 부정적인 기사도 많다. 가장 의미 있는 기사는 파운드리 생산라인이 셧다운되었다는 조선일보의 단독기사다.
이 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위탁생산) 생산라인 공정 일부를 아예 꺼버리는 '셧다운'을 했다고 한다. 반도체 공장은 진공 등 생산 환경을 유지해야 하기에 한 번 셧다운하면 정상화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미 가동 중인 생산라인조차 셧다운할 정도로 주문이 끊겼다고 한다.
작년 정부의 세액공제 확대 등으로 삼성전자는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인 54조 원의 설비투자를 했다고 한다. 막대한 투자를 통해 건설한 생산라인을 셧다운할 정도니 물론 추가 설비 투자도 중단했다. 기사는 “TSMC를 따라잡기 위해 제조 시설을 먼저 지은 뒤 주문을 받는 '셀 퍼스트' 전략이 과잉 투자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즉, 삼성전자는 지원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과잉투자가 문제라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중요한 단독기사는 다른 언론이 받아쓰거나 후속기사 등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왜 삼성전자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 증설한 라인조차 셧다운할까? 물론 주문이 없기 때문이다. 애플, 엔비디아 등 반도체 설계업체는 대부분의 반도체를 위탁생산한다. 외부에서 설계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업체를 파운드리라고 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세계 최정상이지만 파운드리에서는 2위다. 파운드리 업계의 독보적 1위는 대만의 TSMC다. 1위 업체와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점유율은 10% 남짓에 머문다.
그럼, 왜 반도체 설계업체는 삼성전자에 주문을 하지 않을까? 수율(정상 작동 비율)이 TSMC에 못 미치는 등 기술적 이유도 있지만 삼성전자의 지배구조도 중요하다. 대만 TSMC가 강조하는 영업 전략은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이다.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 TSMC는 반도체 설계를 직접 하지 않는다. 그냥 설계도만 주면 반도체를 찍어낼 뿐이다. TSMC에 제작을 맡기는 반도체 설계 업체는 자신의 설계 기술이 유출될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반면 삼성전자는 설계와 제작(파운드리)을 동시에 하는 업체다. 그래서 파운드리 부분을 분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설사 파운드리를 분사한다고 하더라도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삼성의 모든 계열사는 이재용 회장으로 연결되어 있다. 삼성 그룹 계열사가 독립 경영을 한다고 믿는 시장 참여자는 없다. 어차피 분사한다 하더라도 각각의 계열사는 해당 법인의 이익을 위한 경영이 아니라 전체 계열사를 지배하는 회장의 이익을 위해 경영을 한다는 사실을 안다. 분사만으로 TSMC처럼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줄 수는 없어 보인다. 실제로 최근 이재용 회장은 파운드리 분사설을 일축했다고 한다.
인텔은 최근 파운드리 부분을 분사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전하는 뉴스 제목은 <삼성 제치겠다 도발하다 적자 7조 원…>이다. 무언가 삼성전자의 경쟁에서 패한 것 같은 뉘앙스로 기사를 쓴다. 과연 인텔의 파운드리 분사가 삼성전자의 경쟁에서 패한 결과일까? 그리고 인텔의 파운드리 분사가 삼성전자에게 반가운 소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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