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원칙?" 학폭 피해 학생 전학 간 학교 공개하겠다는 교육청
부산 모 교육청, 결과 통보 시 소속 명확히 해야…'거부'
항의 계속되자 "재량껏 이전 학교 정보 기재했다"
피해 학부모·인근 교육청 등 "대처 이해할 수 없다" 비판
부산에서 학교폭력 피해를 입고 전학 간 학생의 학교와 반 등 개인정보가 가해 학생 측에 전달될 뻔한 일이 발생했다. 교육당국은 학교폭력 조치 결과를 통보할 때 당사자의 소속을 명확히 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지만, 2차 피해를 야기하는 교육당국의 원칙과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산에 사는 A씨는 몇 달 전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이후 '학교폭력위원회'까지 개최되는 등 결국 학폭 사실은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학교폭력 조사 등 절차가 진행됐지만, 학폭위 결과가 나오는 데까지는 몇 개월이 걸릴지 모른다는 말에 A씨는 결국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결심했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가해 학생들과 분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학 절차를 마치고 집까지 옮긴 A씨는 관할 교육지원청에 아이가 옮긴 학교 등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불가능'이었다.
B교육지원청은 "조치결정통보서를 비롯한 모든 행정처분에는 양 당사자의 소속이 명확하게 표시되는 게 원칙"이라며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A씨는 가해 학생들이 찾아오거나 소문이 퍼지는 등 2차 피해를 우려하며 항의했다. B교육청은 여전히 '원칙'을 내세우며 공개 방침을 고수하다 "학교명은 민감 정보가 아니다. 대신 소속 반은 표기하지 않겠다"는 황당한 제안까지 했다.
피해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A씨는 재차 문제를 제기했다. "어쩔 수 없는 원칙"이라는 말만 반복하던 B교육지원청은 결국 뒤늦게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교육지원청은 이달 피해 학생의 소속 학교를 전학 전 학교로 표기한 조치결정통보서를 작성했다.
교육당국은 학폭 처분 이후 피해 회복이나 다른 행정 절차 등에 필요하기 때문에 현 소속 학교를 표기해야 한다며 여전히 '원칙'을 강조했다.
B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추후 피해보상이나 접근 금지 요청 등을 할 때도 당사자를 서로 특정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조치결정통보서에는 원칙적으로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이름과 소속을 모두 표기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은 학부모의 요청이 있어 교육청 '재량'에 따라 피해 학생의 이전 학교를 기재해 전달했다. 스토킹이나 성폭력 등 심각한 사안이 아닌 경우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쪽 당사자가 징계 등 행정처분을 받기 때문에 각자의 소속은 정확히 들어가는 게 맞다. 행정처분은 양 당사자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소속 학교의 경우 민감 정보도 아니고 기본적인 식별 정보"라고 강조했다.
이런 설명에도 2차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행정적인 원칙이 '피해자 보호'보다 앞설 수 있냐는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재량을 발휘해 2차 피해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상황에서 끝까지 원칙만 고수한 교육지원청의 행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학부모 A씨는 "재량껏 처리할 수 있는 일이었음에도 처음에는 왜 원칙을 고수했는지, 이후 왜 대처가 달라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 조치결정통보서를 받는 날까지 아무런 설명도 없어 가해 학생에게 자녀의 학교명이 그대로 전달되는 줄 알았다"며 "만약 교육청 측에 강력하게 항의하지 않았다면 자녀의 학교 정보가 그대로 가해 학생에게 전달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는 타 교육청에서도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 조치가 미비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모 교육청 소속 장학사 C씨는 "학폭위 결과가 통보될 때 피해 학생 측에서 학교 등 개인정보를 보호해달라고 요청하면 재량으로 해주는 건 당연하다"며 "조치 이행도 학교 간 서로 협조를 구하면 되는 문제라 피해 학생의 전학 간 학교나 상급학교 등 현재 소속 학교를 가해 학생에게 의무적으로 통보할 필요는 없다. 해당 사례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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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김혜민 기자 mi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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