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F&F, 테일러메이드 인수로 승부수

F&F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3789억원, 영업이익 840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각각 3.2%, 8.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사진 제공=F&F

국내 소비 침체와 브랜드 성장 한계에 직면한 F&F가 글로벌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 인수를 통해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중국과 동남아에 편중된 해외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라이선스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자체 브랜드 기반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세 번째 골프웨어 사업에 도전하는 F&F가 이번 인수를 통해 브랜드 체질을 전환하고 글로벌 확장의 전환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F&F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3789억원, 영업이익 84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각각 3%, 8% 감소한 실적을 냈다. 중국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회복세가 있었지만, 국내 의류 소비 침체와 이상기후 영향 등으로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제로 중국 매출은 전년 대비 10.5% 증가한 1707억원을 기록했지만 국내에서는 부진이 뚜렷했다. MLB와 MLB키즈 매출은 각각 8%, 6% 감소했고, 디스커버리는 약 20%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해외 시장에서도 지역 편중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기준 해외 매출(9696억원)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8.4% 달하며 홍콩(7.7%), 미국(2.9%), 영국(0.8%) 등 기타 지역 매출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2022년 인수한 이탈리아 테니스 브랜드 ‘세르지오 타키니’가 유럽과 북미에서 일정 성과를 내고 있지만 회사 기여도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회사의 성장 정체가 구조화되는 가운데 업계의 이목은 F&F의 테일러메이드 인수 여부에 쏠리고 있다. 테일러메이드는 타이틀리스트, 캘러웨이와 함께 세계 3대 골프용품 브랜드로 꼽히고 특히 북미 등 선진국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다. 이번 인수가 F&F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번 인수 추진은 레노마골프, 엘르골프 등에서의 실패 이후 F&F의 세 번째 골프 브랜드 도전이기도 하다.

F&F는 2021년 테일러메이드 인수를 위한 사모투자합자회사(PEF)에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다. 당시 중순위 메자닌 펀드에 1957억원(지분율 41.5%), 후순위 에쿼티 펀드에 3580억원(지분율 57.8%)를 출자했다. 향후 경영권 인수 가능성에 대비해 우선매수권(ROFR)과 매각 사전동의권도 함께 확보해 둔 상태였다.

그러나 최근 대주주인 사모펀드 센트로이드PE가 F&F의 동의 없이 제3자 매각을 추진하면서 양측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F&F는 "이번 투자는 인수를 전제로 한 전략적 투자였다”며 골드만삭스를 인수 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인수 검토에 착수했다. F&F가 추천한 테일러메이드홀딩스 이사들도 최근 일괄 사임했다. 인수 과정에서의 이해충돌이나 불필요한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F&F에게 테일러메이드 인수는 자체 브랜드 확보와 글로벌 사업 확대라는 두 측면에서 모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F&F는 MLB, 디스커버리 등 글로벌 브랜드를 앞세워 외형 성장을 이어왔지만 모두 라이선스 기반으로 운영돼 왔다. F&F가 독점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계약 종료 시 운영권이 반환되거나 주체가 변경될 수 있다. 장기적인 브랜드 자산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테일러메이드 인수를 통해 F&F는 중국 중심의 편중된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북미 중심의 매출 포트폴리오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패션 기획과 유통 역량이 더해지면 글로벌 골프 토탈 브랜드로의 확장 가능성도 제기된다.

물론 테일러메이드의 국내 의류 판권은 현재 한성에프아이가 10년 장기 계약으로 보유하고 있어 인수 이후에도 F&F가 국내에서 직접 관련 사업을 전개하는 데에는 제약이 따른다. 그러나 F&F가 글로벌 시장 확대에 방점을 두고 있는 만큼 오히려 기회 요인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회사 측은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갖춘 테일러메이드와 F&F의 디지털·패션 운영 역량이 결합하면 해외 시장에서 높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이라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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