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왕실 저택 풍문여고 터, 서울공예박물관으로 탈바꿈…현장답사 가보니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may@mk.co.kr) 2024. 9. 2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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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날씨가 완연했던 25일 오후 3시.

송하엽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교수와 10여명 남짓의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에 모였다.

이날 서울공예박물관의 송 교수 외에도 가회동성당은 우대성 우연히프로젝트 소장이, 삼청공원 숲속도서관은 이소진 건축사사무소소리옹 소장이 답사 현장 설명을 맡아 시민들과 소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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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예박물관. [이하린 기자]
가을 날씨가 완연했던 25일 오후 3시. 송하엽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교수와 10여명 남짓의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에 모였다.

서울공예박물관은 지난해 ‘대한민국 국토대전 국토부장관상’, ‘대한민국 공공건축 대상’ 등을 수상한 우수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이 건물의 설계자인 송하엽 교수는 40여분 동안 건물을 돌며 공간 구조와 디자인, 역사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현장 답사를 사전에 신청해서 온 시민들은 송 교수의 안내에 따라 박물관 구석구석을 탐방했다.

서울공예박물관을 설계한 송하엽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교수가 시민들에게 건축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하린 기자]
서울공예박물관은 옛 풍문여자고등학교 부지에 세워졌다. 이 부지는 1881년 고종이 안국방의 소안동에 지은 별궁인 안동별궁이 있던 곳이다.

조선의 가장 화려한 별궁으로, 1882년에는 당시 세자였던 조선의 마지막 왕 순종과 세자빈의 가례가 열리기도 했다.

1910년 한일합병 이후에는 궁녀들의 거처로 사용됐다. 이 터는 세종의 8번째 아들 영응대군의 별궁을 비롯해 역대 왕실의 저택이 있던 자리이기도 하다.

2016년까지만 해도 학교였던 이 곳은 2017부터 기획·설계 단계를 거쳐 2020년 12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공 건축물로 새롭게 태어났다.

건물 외벽과 실내 계단, 목조 구조물 등은 풍문여고 건물의 기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으며, 건물 사방에서 보이는 400살이 넘은 커다란 은행나무는 시대의 흐름을 짐작케 한다.

서울공예박물관. [이하린 기자]
박물관은 총 6개동, 지상 3~5층으로 구성됐다. 상설전시실, 지역공예실 등 각종 전시실을 비롯해 어린이 박물관, 공예별당, 카페·교육실, 전망대 등이 모두 공공에 개방돼 있다.

이날 건물을 둘러보는 동안에도 전시를 감상하거나 가볍게 산책을 하러 나온 시민들을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또한 건축물은 6개동이 하나로 어우러질뿐만 아니라 주변의 공공문화시설, 인사동길부터 시작하는 인근 보행길 등 길목 하나하나와도 연속성을 지니도록 설계됐다.

송 교수는 “학교 건물의 원형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담장을 허물고 보행공간과 연계해 21세기 새로운 예술 공공 공간으로 만들었다”면서 “시민들이 질 높은 전시를 보러 모이고 도심에서 보기 드문 공터 공간을 자유롭게 지나다니는 것을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송하엽 교수의 설명을 듣고 있는 시민들. [이하린 기자]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이번 건축물 답사는 국가공공건축지원센터와 국토교통부가 주축이 돼 기획했다.

센터는 지난 7월 ‘청년층 대상 우수 건축물 답사’ 시범사업에 이어 이날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답사도 진행해 공공 건축물의 우수성을 더 대중적으로 알리고자 했다.

특히 건축물의 기획·설계자를 직접 초빙해 일반 시민의 이해도를 향상시켰다. 이날 서울공예박물관의 송 교수 외에도 가회동성당은 우대성 우연히프로젝트 소장이, 삼청공원 숲속도서관은 이소진 건축사사무소소리옹 소장이 답사 현장 설명을 맡아 시민들과 소통했다.

고효진 건축도시공간연구원 팀장은 “공공 건축물은 민간 건축물과 달리 경제 논리보다는 시민 편의를 위해 공간을 구성한다”면서 “시민들이 그동안 자세히 알지 못했던 공공 건축을 직접 경험하고, 그와 관련한 숨은 이야기를 함께 공부하는 시간이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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