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주식 전문성 부족"... 검찰 '유죄 전주'와 김 여사를 다르게 본 이유
기준은 ①시세조종 인식 ②직·간접 관여
방조범은 주포와 직접 연락, 작전 돕기도
김건희엔 "권오수 믿고 투자한 단순 전주"
검찰은 17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된 김건희 여사를 '혐의 없음' 처분하면서 주가조작의 공범은 물론, 방조범으로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김 여사가 시세조종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안다는 증거나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조 혐의로 유죄 판단을 받은 다른 '전주'(錢主·주가조작 자금원)와 비교해, 김 여사는 △주포(총괄기획자)와의 직접 소통 물증이 없고 △주식거래에 대한 지식도 부족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법률적으로 방조는 범행 준비나 범행 사실을 알면서도 범행을 가능·촉진·용이하도록 한 것이다. 주가조작 방조죄의 경우 ①일당의 행위가 조작이라는 걸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면서 ②조작을 용이하게 하는 직·간접 행위(계좌 관리 위탁이나 직접 주문 등)가 있다는 게 입증돼야 한다.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은 "핵심 쟁점은 시세조종을 인식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검찰은 '주가조작에 대한 김 여사의 인식'을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고, 이에 대한 일당의 진술이 방조 혐의를 입증할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2심에서 방조 혐의 유죄를 받은 전주 손모씨는 일당이 시세조종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한 상태에서 주포를 돕거나, 주포의 뜻에 따라 매매를 한 증거가 여럿 드러났다. 김 여사는 이런 증거나 진술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주포-김건희 연락 증거 확보 못해
검찰은 우선 '2차 주포'와의 소통 여부를 따졌다. 손씨의 경우 방조 혐의 유죄 근거가 된 '스모킹건'은 '2차 주포' 김모씨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다. 김씨는 2012년 7월 손씨에게 "종가에 조금만 쏴주세요" "형님이 도이치 쫌만 잡아주세요" "형님 한 만 주 잡을 수 있어요?" 등 메시지를 보냈다. 손씨는 김씨에게 "내가 도이치 상(한가) 찍었다"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김씨가 주가조작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추정하기에 충분한 대화 내용이다. 손씨는 김씨와 연락 전후로 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직접 매매 주문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김 여사는 주가조작 일당과 소통한 흔적은 있지만, 일당의 주가조작을 알고 있었다고 추론할 만한 내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여사 계좌가 주가조작 세력의 뜻에 맞춰 움직였지만, 검찰은 조사 끝에 ①작전세력이 김 여사에게 처음 도이치 주식을 권유했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주식 매도를 요청했고 ②이를 권 전 회장이 김 여사 측에 "지금 팔라"고 권유해 ③김 여사가 이를 실행했다는 '추정'만 가능하다고 봤다. 검찰은 이런 정황이 시세조종의 일환이라는 걸, 김 여사가 알고 있진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일당들이 김 여사와 손씨를 평가한 진술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손씨에 대해선 "내가 권오수 의뢰를 받고 도이치 주가를 관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 손씨도 있다"(주포 김씨)는 진술이 나왔지만, 김 여사에 대해서는 일당 모두 "김 여사에게 시세조종 사실을 알린 적이 없고, 김 여사 역시 (시세조종을) 몰랐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여사가 '꾼'이 아니었다는 점도 고려
직접 물증이나 진술뿐 아니라, 간접·정황 증거도 부족하다고 검찰은 봤다. 검찰은 '미필적 인식'에 대해 "주범의 범죄에 대한 구체적 내용 인식이 없더라도, 미필적 인식이나 예견만으로도 방조가 성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예로 들었다. 수사팀 관계자는 "미필적 인식은 막연한 기대, 예견만으로 성립할 수 없다"며 "'정확하게 듣지 않았지만 이런 거 아니야?'라는 인식을 하려면 '지식과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주가조작 일당 모두 김 여사에 대해 '주식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고 평가하는 등 김 여사는 투자 지식이 부족한 '일반 투자자'라는 것이다.
일당이 '꾼'이라고 본 손씨와 달리, 김 여사는 권 전 회장을 믿은 상태로 주식을 매매하고 계좌를 맡긴 '단순 계좌주'라는 것이 최종 판단이다. 이에 대해선 검찰이 지나치게 김 여사 사정을 봐준 결론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증거나 진술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주식시장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일반 투자자가 수십억 원을 투자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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