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의 안현민 선수 인터뷰를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덕분에 파워 리프팅 3대(데드 리프트, 스콰트, 벤치 프레스)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어색함을 깨면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파워 리프팅에 잠깐 관심이 있었던 제 입장에서 봤을 때 640kg은 엄청난 수치거든요. 제가 열심히 할 때, 최고로 들었던 수치가 1RM(1회 최대치)으로 데드 130kg, 스콰트 110kg, 벤치 90kg으로 합계 330kg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어색함도 깰 겸 이야기했죠.
"저는 330kg 드는데요."
안현민 선수의 피식하는 웃음과 함께 대화가 시작됐습니다.
먼저 지난 토요일(5월 17일) 더블헤더 1차전에서 때려낸 쐐기 3점 홈런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홈런이라는 결과는 결과였는데요. 사실 지난 경기부터 제 타이밍과 투수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았던 타석이 10타석가량 연속으로 있었습니다. (5월 14일 원태인 상대 홈런 이후 10타석 무안타)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고, 원하는 공에 스윙을 했는데 인플레이 타구가 나오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받아가고 있었거든요. 어제 점수차가 크게 나고 있는 상태에서 마지막 타석에 들어가려는데 감독님이
'최대한 점수 뽑을 수 있을 때 많이 뽑아놔야 한다.'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볼카운트가 투볼이 됐고 제가 노릴 수 있는 공은 직구 하나였으니까
'어떻게 되든 일단은 강하게 돌리자.'라는 마음으로 돌렸는데 그게 잘 맞는 바람에 넘어갔습니다."
현재 안현민 선수는 2025시즌 18경기에 출전해 7개의 홈런을 때려내고 있습니다. 홈런 수보다 중요한 것은 타구스피드와 홈런의 비거리입니다. 7개의 홈런의 평균 비거리가 134m, 타구의 평균 속도도 시속 145km로 리그 최고 수준 또 홈런 타구의 경우 시속 170km에 이릅니다. 이런 비거리에 비결이 있을까요?
"올해는 사실 스윙을 좀 줄였습니다. 지난해에는 멀리 치려고 손가락도 노브에 걸고, 배트도 길게 잡았거든요. 올해는 인플레이 타구를 늘리고, 배럴 타구를 늘리려고 배트도 짧게 잡고, 스윙도 짧게 나오려고 하거든요. 목표 지점까지 극단적으로 짧게 배트를 내려고 하면 저는 레벨 스윙이 나오더라고요.
그런 스윙으로 저는 공을 센터로 보내려고 합니다. 계속 센터로 치려고 하고 강한 타구도 센터로 치려고 하니까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면 일단 130m가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비거리가 잘 나오는 것 아닐까요?"
19경기에서 때려낸 24개의 안타 중에 홈런이 7개, 장타가 13개일 정도로 장타의 비중도 크고, 순장타율(장타율-타율)이 0.406일 넘을 정도로 장타력이 돋보이는 안현민 선수지만 최근 유행인 발사 각도보다는 다른 쪽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저는 발사 각도를 높이기보다 저는 의식적으로 깔아서 치려고 합니다. 라인 드라이브를 치려고 하는 거죠. 경기 때에도 라인 드라이브를 치면 수비들도 반응이 어렵고요. 공 조금 아래쪽에 맞으면 넘어가는 거고요."
사실 안현민 선수는 2025년의 시작이 좋지 않았습니다.
"2차 캠프를 가지 못했습니다. 호주 1차 캠프에서 발사 각도를 만드는 스윙을 하려고 했는데요. 이게 잘 안 맞았습니다.
감독님께서 '2군 기장 캠프에서 니 거를 찾아라. 좋아지면 올리겠다.'라고 하셨고요. 기장 캠프에 가서 퓨쳐스 감독님과 코칭스태프들과 함께 동작을 바꿨습니다.
사실 그때는 실망스러웠습니다. 제가 이것밖에 안되나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그게 오히려 잘된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때 만약에 그 스타일을 계속 고수해서 운 좋게 1군에 남았다면 지금 2군에 있지 않을까요?"
안현민 선수는 슬러거의 장타력을 보여주면서도 정교함을 겸비한 타자입니다. 변화구에 대한 대처도 매우 훌륭합니다. 특히 5월 18일 경기에서는 경기 후반 두 타석 연속해서 변화구를 공략해 안타를 때려냈습니다. 변화구 공략에 대한 비결은 뭐였을까요?
"당연히 투수 유형에 따라 변화구에 대한 생각을 하고요. 제가 유리한 카운트, 투볼이나 3-1에는 빠른 공을 대비합니다. 이 카운트에서는 속으면 어쩔 수 없는 거고요. 그러다가 투 스트라이크가 되면 직구를 대응할 수 있는 가장 늦은 포인트에 대해서 가정을 해두고요. 가장 공을 끌어 들여놓고 칠 수 있는 포인트요. 그 포인트를 가정하고 빠른 공이 오면 그대로 센터 쪽으로 친다는 마음가짐으로 치고요. 변화구가 왔을 때는 그 상황에 따라 대처를 합니다. 그럴 때는 타구가 왼쪽으로 주로 가죠.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서 포인트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은 외야수로 뛰고 있는 안현민 선수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포수를 봤을 만큼 야구를 하면서 포수 포지션을 오래 해온 선수입니다. 그렇다면 이 포수라는 포지션에 대한 미련은 없을까요?
"미련은 다 있을 거예요. 포지션을 바꾼 사람들은 다 예전 포지션의 애착도 있을 거고요. 그런데 외야 컨버전의 결과가 좋으니까 포수 포지션에 대한 미련은 있는데, 그때 포수를 계속할걸 하는 미련은 없네요. 지금은 외야로 잘 바꿨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외야 수비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보다는 수비에 있어서 발전을 느끼고 있습니다. 확실히 좌익수보다는 우익수가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심리적으로도 그렇고요. 수비의 결과도 마찬가지고요. 공 따라가는 것과 포구도 작년보다 좋아졌습니다.
우타자의 슬라이스성 타구 - 오른쪽으로 밀려서 휘어가는 타구 - 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을 해두면 대처가 되더라고요.
더그 아웃에서 제 위치를 잡아주면 우타자가 쳤을 때 우중간 쪽에서 슬라이스가 어디쯤에서 저한테까지 올 거라는 생각을 하고 라인 쪽은 얼마나 휠 것인 지에 대해서 미리 생각을 해두면 따라갈 때 좀 편해집니다. 일단 타구에 대한 이미지를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하더라고요."
사실 지난해에도 느낌은 좋았다고 합니다.
"사실 작년에도 제가 투수와 싸움이 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1군 투수들의 공이 좋고 안 좋고의 문제가 아니었고요. 그래서 몇 가지만 더 보완하면 충분히 투수들과의 싸움이 더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기장 캠프에서 타격폼을 만들고 나서 맞이한 올해 퓨쳐스 성적이 좋았습니다. 메커니즘이나 타격폼의 확립에 있어서도 자신감이 높은 상태였고요.
김택연 선수에게 홈런을 치기 전날, 두산 선발 콜 어빈의 공을 쳤는데 안타는 하나였지만 다른 타구들도 괜찮았거든요.
그래서 그때 '올해 괜찮겠는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5월 1일 두산의 김택연을 상대로 때려냈던 홈런은 안현민이라는 선수를 야구팬들에게 크게 각인시켰지만 본인에게는 자신감을 얻는 데 있어서 그보다 더 중요했던 시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김택연 선수에게 때려낸 그 홈런이 제게 큰 의미를 부여했던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자신감이야 조금 올라갔겠죠.
오히려 퓨쳐스에서 자신감이 더 최고였어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2차 캠프 가지 못한 상태에서 타격폼 수정 이후에 퓨쳐스 경기에 나갔는데 투수들의 공이 140중후반인데도 공이 그렇게 빨라 보이지 않는 거예요. 작년에는 '와! 빠르다!'라고 느꼈던 게 느려 보였던 거죠."
바꾼 타격폼은 타이밍을 잡는데도 큰 영향을 줬습니다.
"타이밍을 잡는 것이 좀 여유로워졌습니다. 예전에는 급하게 준비를 하면서 공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느낌이었는데 올해는 폼을 바꾸면서 여유롭게 타이밍을 잡으려고 하니까 공을 보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투수들의 공 스피드가 느리게 느껴졌어요."
마지막으로 안현민 선수는 2025년의 구단 프로필 사진에 대해서 꼭 오해를 풀고 싶다고 했습니다.
"제가 목이 두껍기는 한데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거든요. 사진이 너무 과장되게 나와서 목 두께에 대해서 사람들이 계속 물어봅니다. 사진은 꼭 브록 레스너처럼 나왔는데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걸 꼭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보셔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나요?"
리그에 대형 타자 재목이 등장했습니다. 방송 인터뷰에서 안현민 선수는 올 시즌 목표에 대해서 '기록보다 나를 테스트해보고 싶다'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김도영 선수가 '제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 싶다.'라고 했던 지난해 인터뷰가 떠올랐습니다.
2025시즌이 끝나는 시점에서 과연 안현민의 테스트는 어떤 결과로 마무리가 될까요?
<SBS스포츠 정우영 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