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경제협력] 구광모의 LG, '생산·공급망' 파트너로 中 재정의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한중 경제사절단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번 방중은 가시적인 결과를 내기보다 중국을 대하는 LG의 전략 방향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경쟁자로만 두면 해법이 좁아지고 파트너로 삼기에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중국을 활용해 원가·공급망 구조를 다시 짜는 동시에 중국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과제다.

'매출' 아닌 '구조 재편'에 방점

표면적으로만 보면 이번 사절단에서 구 회장이 당장 가져올 가시적 성과는 없다. 가전과 디스플레이는 중국 로컬 브랜드가 보급형 시장을 장악한 뒤 프리미엄 영역으로 무대를 넓히며 경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와 석유화학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무게중심이 중국으로 넘어갔다.

이에 2000년대 초반 10%에 육박했던 중국 매출 비중은 최근 2~3%대로 낮아졌다. 2011년 4조원을 넘었던 중국 매출은 2023년 2조5418억원까지 줄었다. 2024년 연간 실적부터는 중국 시장 매출을 별도로 집계해 공시하지 않고 있다.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구 회장의 중국행에서기대할 수 있는 성과는 현지 매출 확대가 아니라 '운영방식 전환'과 관련된 사안이다. 이익을 낼 수 있는 프리미엄 시장을 선별하고 중국 제조 생태계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원가·제품 포트폴리오를 새로 마련하는 것이다. 중국을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생태계 조성의 파트너로 삼는 방식이다.

이 변화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날 부분은 합작개발생산(JDM)이다. 현재 LG전자는 중국 중견 가전 업체들과 손잡고 유럽의 중저가 시장 공략을 시도하고 있다. 현지기업인 스카이워스와는 세탁기, 오쿠마와는 냉장고를 공동개발하고 이들 기업의 제조역량을 살려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기존 제조방식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의 차이는 중국 파트너사와 제품 기획과 설계를 함께한다는 점이다. LG가 설계와 품질 기준을 맡는 것은 같지만 제조방식과 부품 생태계에서는 파트너사를 활용해 원가를 낮춘다. 프리미엄만으로는 시장을 방어하기 어려워 찾은 방안이다. 중국을 경쟁자로 봐서는 답이 없다는 문제의식이 실제 실행 모델로 연결된 셈이다.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LG디스플레이가 보여준 '중국 리밸런싱'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LCD공장 매각은 중국 사업 재조정의 방향성을 보여준 사례다. LG디스플레이는 TCL 계열의 CSOT에 광저우 대형 LCD공장 지분을 팔고 사업구조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이로써 중국 우위의 분야(LCD)에서 빠지고 경쟁력이 강한 영역(OLED)으로 자원을 재배치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빠른 결단을 내린 결과 LG디스플레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후반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LG그룹 입장에서 보면 중국은 단순한 판매처가 아니라 부품, 소재 조달 등이 얽힌 거대한 공급망이다. 배터리 소재를 비롯해 전장부품, 디스플레이 소재 등 희토류가 필요한 사업이 모두 연관된다.

구 회장 체제에서 LG는 중국을 경쟁 상대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파트너로 보고 있다. 중국 때문에 변한 시장 구도에서 잃는 것을 최소화하고 얻는 것을 늘리는 전략이 구광모 체제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김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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