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 본능 + 야수의 공격성 + 머신읽는 초감각… ‘F1’ 삼켰다

정세영 기자 2026. 5. 2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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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 안토넬리, 4연승 ‘돌풍’… 압도적 드라이버 3가지 비결
전직 레이서 아버지 영향 받아
7세때 카트 시작하며 두각보여
13세때 주니어 프로그램 합류
2024년 포뮬러2 우승 F1 직행
두려움 없는 레이스 최대 강점
차에 대한 문제점 빠르게 캐치
경기 하면 할수록 안정된 주행
메르세데스의 키미 안토넬리가 지난 25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질 빌뇌브 서킷에서 열린 2026 포뮬러원(F1) 캐나다 그랑프리 우승 뒤 시상대에서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AFP연합뉴스

벌써 4연승이다. 지난 25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질 빌뇌브 서킷. 2026 포뮬러원(F1) 5차 대회 캐나다 그랑프리의 마지막 바퀴가 끝나자 메르세데스 팀 정비구역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이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드라이버는 메르세데스 소속의 키미 안토넬리(20)였다. 안토넬리는 68바퀴를 1시간 28분 15초 758에 주파했다.

지난해 F1 무대에 데뷔한 안토넬리는 이번 시즌 첫 대회 호주 그랑프리에서 2위에 올랐고, 2차 대회 중국 그랑프리에서 생애 첫 우승을 따냈다. 이후 3차 대회 일본, 4차 대회 마이애미, 5차 대회 캐나다 그랑프리까지 내리 정상에 올랐다. 오는 8월 스무 살이 되는 안토넬리는 자신의 F1 첫 4승을 모두 연속 우승으로 장식한 역대 첫 드라이버다. 안토넬리는 올 시즌 드라이버 랭킹에서도 131점으로 선두를 질주 중이다. 안토넬리의 질주는 단순한 ‘신예 돌풍’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안토넬리를 압도적인 드라이버로 만든 3가지 특징이 있다.

◇남다른 DNA= 안토넬리를 이야기할 때 아버지인 마르코 안토넬리를 빼놓을 수 없다. 마르코 안토넬리는 전직 레이싱 드라이버이자 모터스포츠팀을 운영해 온 인물이다. 안토넬리는 7세 때 아버지 팀에서 카트를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서킷과 차고, 카트가 있는 공간에서 자랐다. 안토넬리에겐 레이스가 일상이었던 셈이다. 남다른 DNA는 메르세데스의 눈에도 들어왔다. 안토넬리는 13세였던 2019년 메르세데스 주니어 프로그램에 합류했고, 이후 장기 프로젝트로 관리됐다. 재능은 곧 결과로 이어졌다. 안토넬리는 국제자동차연맹(FIA) 카팅 유럽선수권 등을 휩쓸며 유럽 카트 무대에서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냈다.

포뮬러카 무대에서도 성장 속도는 빨랐다. 안토넬리는 2022년 독일 ADAC F4와 이탈리아 F4 타이틀을 모두 차지했고, 2023년에는 포뮬러 리저널(지역별 국제 대회) 유럽·중동 챔피언에 올랐다. 2024년에는 F3를 거치지 않고 포뮬러2로 ‘월반’했고, 포뮬러2 최연소 복수 우승자가 됐다. 그리고 지난해 ‘살아 있는 전설’ 루이스 해밀턴이 페라리로 떠나자, 메르세데스는 그 빈자리를 안토넬리에게 맡겼다. 안토넬리는 2025년 호주 그랑프리에서 F1 데뷔전을 치렀고, 역대 세 번째로 어린 나이에 F1 그랑프리 무대에 오른 선수가 됐다.

키미 안토넬리가 어릴 적 레이싱 드라이버인 아버지 마르코와 함께 찍은 사진. 마르코 안토넬리 SNS

◇두려움 없는 공격성= 안토넬리의 레이스에는 뚜렷한 특징이 있다. 바로 공격성이다. 앞에 차가 있으면 거리를 좁히고, 틈이 보이면 바로 파고든다.

캐나다 그랑프리에서도 그랬다. 상대는 팀 동료 조지 러셀. 러셀이 앞에서 달렸지만, 안토넬리는 초반부터 거칠게 붙었다.

가장 눈에 띈 장면은 헤어핀(머리핀처럼 급하게 꺾이는 코너) 구간이었다. 헤어핀은 속도를 크게 줄였다가 다시 가속해야 하는 구간이다. 추월을 걸기 쉽지 않고, 조금만 무리하면 차가 트랙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 안토넬리는 이곳에서 러셀을 과감하게 파고들어 앞질렀다. 하지만 코너를 돌며 트랙 밖으로 벗어났다. F1에서는 트랙 밖으로 나가 얻은 순위 이득을 인정하지 않는다. 결국 안토넬리는 다시 러셀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지만, 이 장면만으로도 안토넬리가 승부를 피하지 않는 드라이버라는 점은 충분히 드러났다.

◇머신을 읽는 눈= 안토넬리는 단순히 빠른 드라이버가 아니다. F1은 드라이버 혼자 달리는 종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차를 계속 고쳐가며 싸우는 경기다. 차가 코너에서 왜 밀리는지, 출발 때 왜 반응이 늦는지, 브레이크를 밟을 때 어디가 불안한지를 드라이버가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엔지니어가 차의 설정을 바꿀 수 있다.

안토넬리는 올 시즌 초반 출발에서 몇 차례 불안한 장면을 보였다. 4차 대회 마이애미 그랑프리를 앞두고는 팀과 함께 원인을 찾았다. 당시 안토넬리는 클러치 패들(출발 때 손으로 조작하는 장치)과 손 위치를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출발이 나빴다”고 넘긴 것이 아니라, 손끝에서 느낀 문제를 구체적인 수정 방향으로 바꾼 것이다. 메르세데스 트랙사이드 엔지니어링 디렉터 앤드루 쇼블린은 “안토넬리가 차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안토넬리가 더 무서운 점은 지금이 완성형의 끝이 아니라는 데 있다. 안토넬리는 레이스를 거듭할수록 더 안정되고 있다. 지금 F1은 안토넬리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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