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장난감 한 장에 245억원… 포켓몬 카드, 거대 ‘대체자산’ 격상
포켓몬 카드 가격지수 20년 새 60배 폭등
주요 기관 감정 물량 연간 2680만장 넘어
단순한 어린이 취미로 여겨지던 트레이딩 카드 시장이 희소성과 감정 등급, 지식재산권(IP) 서사까지 결합한 대체자산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
트레이딩 카드는 포켓몬, 유희왕 같은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 유명 야구·농구 스타 등 선수 정보가 담긴 카드다. 본래 놀이와 수집 용도로 만들어졌지만, 일부 희귀 카드는 발행량과 감정 등급에 따라 고가에 거래된다. 최근에는 준(準) 대체자산처럼 취급받는 추세다.

23일(현지시각) 미국 데이터 분석 웹사이트 카드래더에 따르면 포켓몬 카드 가격지수는 2006년 이후 60배 이상 폭등했고, 올해 들어서만 50% 이상 올랐다. 또 다른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유희왕 지수 역시 올 초 신작 출시에 맞춰 1월 중순 이후 3개월여 만에 60% 이상 급등했다.
카드래더는 시중에 풀린 모든 포켓몬 카드를 매일 거래된 마지막 체결가에 맞춰 평가액을 갱신한다. 지수 산출 방식은 주식시장 S&P500과 유사하다. 초기 평가액을 기준점 1000으로 놓고, 주가 지수처럼 이후 모든 매매 데이터를 실시간 반영해 시장 흐름을 보여준다.
지난 2월 16일 유명 유튜버 로건 폴이 가지고 있던 희귀 포켓몬 카드 ‘피카추 일러스트레이터’는 미국 경매 플랫폼 골딘에서 역대 최고가인 1649만 2000달러(약 245억 원)에 낙찰됐다. 공개 경매 기준 역대 트레이딩 카드 최고가다. 와인과 위스키 경매 최고가 기록은 각 81만 2500달러(약 12억 2700만 원), 272만 4908달러(약 40억 3000만 원)이다. 단순 비교하면 이 포켓몬 카드 한 장은 와인 최고 경매가 대비 약 20배, 위스키 최고 경매가보다 약 6배 비싸다. 트레이딩 카드가 취미를 넘어 일부 초희귀 품목에 한해 수집자산으로 취급받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한때 놀이문화였던 카드는 이를 기억하는 세대의 추억과 투자 심리가 결합하면서 고가 수집자산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트레이딩 카드 전문 감정업체 PSA의 라이언 호지 사장은 미국 매체 ‘패스트 컴퍼니’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30~40대가 돼 가처분소득이 생기면, 유년기로 돌아가려는 심리가 생긴다”며 “1990년대 후반에 자란 세대가 지금 포켓몬으로 그 순간을 맞고 있다”고 했다.
1996년 일본에서 첫 포켓몬 게임이 출시된 뒤 광풍을 겪은 어린 소비자들은 이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 됐다. 이들은 2010년대 중반 포켓몬 비디오게임 흥행과 2016년 ‘포켓몬 고’ 열풍도 체험한 세대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트레이딩 카드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분기점이 됐다. 재택 격리와 경기부양 지원금이 맞물리자 어릴 적 카드를 다시 꺼낸 성인 수집가가 폭증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서카나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사이 비(非)스포츠 트레이딩 카드 소비 지출은 350% 급증했다. 2021년 포켓몬 25주년에 맞춘 한정판 출시, 유튜버 로건 폴의 고가 카드 개봉 라이브 방송은 트레이딩 카드 시장 흥행에 불을 붙였다.
이전까지 어린이 놀이로 치부되던 시장에 자금이 돌기 시작하자, 다른 대체자산 시장처럼 카드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기 위한 제도화와 거래 플랫폼화 작업이 차근차근 진행됐다. 개인 간 장터 수준이던 카드 거래가 주식과 유사한 구조로 진화한 배경이다. 카드 감정업체 PSA는 카드를 보관 상태 별로 1점에서 10점까지 등급을 매긴다. PSA 등급표는 이 업계에서 곧 품질보증서로 통한다. 같은 카드라도 PSA에서 10점과 9점을 받은 카드는 가격이 수배 벌어진다.
여기에 카드래더, 이베이, 골딘 같은 플랫폼은 역사적인 낙찰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축적하고 있다. 2025년 주요 감정기관이 처리한 카드 물량은 2680만 장으로 2024년보다 32% 늘었다. 특히 포켓몬과 유희왕 등 비스포츠 트레이딩 카드는 1680만 장으로 감정 수요가 95%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카드 가치가 희소성과 보존 상태, 지식재산권 서사 삼박자로 결정된다고 풀이했다. 역대 최고가 245억 원에 팔린 피카추 일러스트레이터 카드는 1998년 한 일본 만화잡지 주최 콘테스트 수상자를 상대로 단 39장만 지급한 경품 카드였다. 일반 판매용이 아니었다는 희소성에 원작 화가인 니시다 아츠코가 직접 그린 그림이라는 서사, 39장 가운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최고 보존 등급 PSA 10을 받은 조건들이 모두 맞아 떨어졌다.
다만 모든 카드가 황금알을 낳는 자산이 되진 않는다. 증시에서 우량주에 투자가 집중되듯, 이 시장에서도 최상위 극소수 카드에만 자본과 수요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더욱이 제조사들이 부쩍 치솟은 인기에 발맞춰 대량 생산을 강화하면서 희소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5년 한 해 동안 PSA 최고 등급 포켓몬 카드는 일년 만에 약 600만 장이 늘었다.
카드는 주식 배당이나 부동산 임대료처럼 고정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는 비생산 자산이라는 한계도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트레이딩 카드가 투자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를 일부 제공할 수 있지만, 빠르게 현금화하기 어렵고 유행 변동성이 커 소규모 고위험 위성 자산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차오 방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트레이딩 카드는 전통 금융자산보다 미술품에 가깝다”며 “현금흐름이 아니라 희소성과 문화적 매력, 유기적 수요에서 가치가 나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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