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올해도 쉼표? 위메프, 재도약과 낙오 사이
하송 대표 선임 이후 '플랫폼' 강화 정책
여러분은 온라인 쇼핑을 자주 하시나요? 네, 자주 하실 겁니다. 지금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사더라도 온라인에서 검색부터 한 번 해 보고 사는 세상입니다. 아예 온라인으로 물건을 찾고 결제한 뒤 매장에 방문해 물건만 찾아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온라인쇼핑 규모도 나날이 커져갑니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역대 최대인 187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올해엔 상반기에만 99조7190억원을 기록, 200조원 돌파가 유력합니다. 대략 국민 1명이 연간 400여 만원을 온라인 쇼핑에 쓰는 셈입니다.
그럼 온라인 쇼핑은 대체로 어디서 할까요. 오늘 주문하고 내일 받을 수 있는 로켓배송을 앞세운 쿠팡. 없는 게 없는 네이버. 전통의 강호 G마켓과 11번가 등이 대표적이겠죠. 최근에는 신세계, 롯데 등 오프라인 채널 강자들이 선보인 SSG닷컴이나 롯데온도 만만찮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할 때면 늘 들리던 이름이 들리지 않네요. 10년 전만 해도 쿠팡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을 이끌어갈 재목으로 꼽혔던 위메프 말입니다. 주변에서도 어느덧 "위메프에서 뭐 샀어?" 하는 얘기가 들리지 않게 된 지 오래입니다. 위메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위메프의 부진은 그저 '느낌'이 아닙니다. 위메프의 지난 7월 월간 사용자 수(MAU, 안드로이드+앱스토어)는 693만명으로 1위 쿠팡(2256만명)의 30%에 불과했습니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20년 3월 위메프의 MAU는 1145만명이었습니다. 방문자 수가 잘 나가던 시절의 절반으로 줄어든 겁니다.
실적도 부진했습니다. 2019년 4653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위메프는 이듬해인 2020년 3853억원으로 800억원이 줄었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2448억원으로 2년 전 대비 반토막이 났습니다. 이 기간 영업손실은 758억원, 542억원, 339억원으로 매년 200억원가량을 줄이는 등 손실폭을 줄인 게 그나마 위안이죠.
사실 2019년만 해도 위메프가 이렇게 될 줄 아무도 몰랐습니다. 위메프는 2019년 거래액 6조원을 돌파하고 넥슨으로부터 3700억원의 대규모 투자도 유치했습니다. 완전자본잠식에 들어갔던 위메프에 단비같은 현금이 들어오면서 시장이 거는 기대도 높았습니다. 위메프 역시 이듬해 MD 1000명 신규 채용 계획을 밝히며 '반등의 시간'을 선언했죠.
하지만 위메프가 계획표를 다시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나타납니다. 바로 코로나19였죠. 갑작스런 팬데믹에 위메프는 MD 채용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이 'MD 1000명 양성 계획'은 지금까지도 시행되지 못했습니다. 사실상 전면 백지화된 셈입니다. 월 990원의 업계 최저금액 유료회원 서비스였던 '특가클럽'도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야심차게 배달 시장 공략에 나섰던 위메프오도 지금은 근근이 서비스를 이어가는 수준으로 내려왔습니다.
내환도 있었습니다. 회사를 8년간 이끌어 왔던 박은상 대표가 2020년 건강상의 문제로 휴직하면서 6개월 넘게 대표직이 공석이었습니다. 지난해 2월 들어서야 하송 대표가 선임되며 CEO 공백을 메웠습니다. 30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받고도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던 데는 이런 결정권자의 부재 문제도 있었다는 평가입니다.
그 사이 3000억원 넘는 투자금은 고운 모래처럼 손 틈으로 흘러내렸습니다. 2018년말 1903억원이었던 위메프의 현금성자산은 2019년 4615억원으로 2700억원이나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다음해인 2020년엔 다시 1927억원으로 돌아옵니다. 지난해엔 763억원으로 1000억원 넘게 줄었습니다. 위메프의 다음 스텝을 결정할 것으로 보였던 자금이 모두 코로나19 방어에 소진된 겁니다.
위메프와 비슷한 길을 걷던 티몬은 최근 새 주인을 찾았습니다. G마켓 신화의 주인공 구영배 대표의 큐텐입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위메프도 매각을 하는 것이 아니냔 이야기도 흘러나옵니다. 하지만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였던 티몬과 창업자가 최대주주인 위메프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는 위메프의 매각에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히려 '오른팔'로 불리는 하송 대표를 위메프의 새 수장으로 보냈죠. 위메프를 살려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하송호' 위메프의 다음 카드는 '플랫폼 강화'입니다. 지난해 12월 선보인 '메타쇼핑' 서비스로 제품을 큐레이션해주고, 곧 론칭할 'D2C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 콘텐츠를 위메프에서 모아 볼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파트너 확보를 위해 지난해 4월엔 모든 카테고리 수수료를 2.9%로 통일하는 새 요율제도 내놨습니다.
이게 잘 되면 파트너사들이 늘어난 만큼 많은 상품이 위메프에 올라올 테죠. 위메프 MD들은 상품 풀이 넓어진 만큼 풍성한 큐레이션을 제공하고, 소비자는 상품들을 비교한 뒤 각 브랜드를 방문해 구매할 수 있겠죠. 위메프가 바라는 선순환 구조입니다.
하지만 만만치는 않을 겁니다. 이미 소비자들은 색안경을 끼고 위메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다른 플랫폼과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로는 이미 떠난 손님의 발걸음을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무조건 '싸다'를 외칠 것도, '많다'를 떠들 것도 아닙니다.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서비스로 "우리 위메프가 달라졌어요"를 외쳐야 합니다. 위메프의 미래는 '낙오'일까요 '재도약'일까요. 당장은 위메프가 말하는 '휴먼과 테크의 시너지'를 기대해 볼 따름입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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