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장실 청소부의 일상, 세계 걸작이 됐다

▲ 영화 <퍼펙트 데이즈> ⓒ (주)티캐스트

[영화 알려줌] <퍼펙트 데이즈> (Perfect Days, 2023)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는 도쿄의 공공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야쿠쇼 코지)는 '지금 순간'을 최선을 다해 만끽하며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정성스럽게 식물들을 돌보고, 문을 열면 도쿄의 하늘을 올려다본 후, 자판기에서 캔 커피를 뽑아 마시며 시작되는 것이 그의 '루틴'이다.

이어 '히라야마'는 카세트테이프로 좋아하는 올드 팝을 들으며 출근한 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스스로 장비까지 마련하며 청결한 공공화장실을 위해 꼼꼼하고 세심하게 최선을 다한다.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그는 마음속 잔잔하게 파동을 전달하는 사건과 만남을 마주한다.

<퍼펙트 데이즈>는 2023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야쿠쇼 코지가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며, 올해는 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일본 대표로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영화는 독일의 전후 세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감독이자 1960년대, 1970년대의 '뉴저먼 시네마'를 주도한 거장 빔 벤더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파리, 텍사스>(1984년), <베를린 천사의 시>(1987년), <멀고도 가까운>(1993년) 등으로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베를린, 베니스를 석권하는 그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1999년), <피나>(2011년),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2014년) 등 음악, 무용, 사진에 걸친 다양한 분야의 다큐멘터리로 아카데미 장편다큐멘터리상 후보에 3회 지명되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퍼펙트 데이즈>는 도쿄 시부야 구의 17개 공공화장실을 16명의 건축가, 디자이너가 리노베이션함으로써 성별과 연령,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만들어 진정으로 공공을 위한 시설물을 실현하고자 기획된 '더 도쿄 토일렛'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안도 타다오, 반 시게루, 구마 겐고 등 세계적인 건축가와 최정상 디자이너들이 참여한 가운데, 2023년 3월에 완료된 '더 도쿄 토일렛' 프로젝트의 기획자들은 이 프로젝트를 기념하고자 빔 벤더스에게 단편 영화 제작을 의뢰했다.

빔 벤더스는 지금의 도쿄를 찍고 싶다는 마음으로, 화장실이 등장하지만, 화장실 이야기가 아닌 장편 극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제안한다.

시나리오를 쓰는 데 3주, 영화를 촬영하는 데 17일의 시간밖에 소요되지 않았지만, 그 결과는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다.

"모든 것은 너무 빨리 일어났지만, 빠른 것은 아름답다. 빠른 것은 선물이다. 빠르면 창의력이 발휘된다. 이 영화가 그 결과다"라는 빔 밴더스 감독의 말처럼 전 세계 평단과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퍼펙트 데이즈>는 주인공 '히라야마'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일상과 적재적소에 들려오는 익숙한 올드 팝으로 관객들에게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

주인공이 사는 작고 오래된 집과 고된 일과를 마치고 매일 들르는 동네 목욕탕, 퇴근 후 들러 가볍게 한잔하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오래된 술집 등은 '히라야마'가 보내는 매일 똑같지만, 작은 행복으로 가득한 순간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주말에는 평일과 다르게 해가 뜬 후에 잠에서 깨어 코인 세탁소에서 밀린 빨래를 하고, 찍어 뒀던 소중한 필름 사진들을 현상하러 매주 가는 사진관에 들르고, 헌책방에 가서 틈날 때마다 읽을 책을 고르고, 낯익은 동네 사람들과 친절한 주인이 있는 선술집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상은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작은 변주를 이룬다.

올드 팝을 이야기하자면, 우리 귀에 익숙한 루 리드의 'Perfect Day'부터 영화 <접속>(1997년)의 주제가로도 유명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 밴 모리슨의 경쾌한 'Brown Eyed Girl', 오티스 레딩의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 애니멀스의 'The House of the Rising Sun'을 비롯해 롤링 스톤스, 패티 스미스, 킹크스 등의 명곡이 등장한다.

특히 영화의 엔딩에서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을 장식한 니나 시몬의 'Feeling Good'까지, 주인공의 소박한 일상을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팝 음악들은 깊이 있는 음악 팬으로도 유명한 빔 벤더스 감독이 직접 선곡했다고.

서서히 뜨는 해를 맞이하며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들으며 출근하는 반복되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장면들,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 싱그러운 녹음 아래 벤치에서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인 '코모레비'를 만끽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한편, 이 작품으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야쿠쇼 코지는 40년 넘게 연극부터 영화와 드라마까지 종횡무진하며 연기 내공을 쌓은 일본의 국민 배우다.

빔 벤더스 감독은 "야쿠쇼 코지는 평소 경외하던 배우로, ‘배우’의 정의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영화감독이 바랄 수 있는 최고의 배우다. 그는 '히라야마' 그 자체이며 <퍼펙트 데이즈>의 심장이고 영혼"이라고 전했다.

야쿠쇼 코지도 "빔 벤더스 감독과 함께하는 현장에서 영화 만들기의 즐거움을 배웠다. 자유롭고, 창의적이고, 즉흥적이면서도 유머가 배어 있었다. 한 영화의 깊이가 어디까지 다다를 수 있는지 보여준 경험이었다"라는 출연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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