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에 지친 모험가여, 힐링 대항해를 떠나자"
- 대항해시대 오리진 공식 론칭 PV
"추억 없이 항해를 떠나봅니다"
코에이의 대표적인 게임이라면 역시 '대항해시대'와 '삼국지'를 가장 먼저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저 또한 삼국지는 새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즐겁게 플레이하고 있는데요. 대항해시대를 플레이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근대 세계사의 대항해시대보다 고우영 작가의 만화 '삼국지'가 더 익숙해서였습니다. 아무래도 친숙한 배경에는 자연스레 흥미를 느끼게 되니까요.
대항해시대. 너도 나도 금의환향의 꿈을 안고 배 한 척 위에 올라 바다로 떠나던 시대였죠. 등용문을 오른 잉어들이 드물게 용이 되었지만, 대다수는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던 시기. 영화나 소설에서도 자주 다루는 단골 소재기도 합니다. 바다, 사나이, 배에는 모름지기 낭만이 함께 하기 마련이니까요.
알고는 있었지만 별 관심은 없던 대항해시대의 외전 격 작품, 라인게임즈의 신작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플레이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지인이 강력하게 추천했거든요. 요즘 무수하게 쏟아져 나오는 양산형 MMORPG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특색 있고 재미있다, 원작 재현율이 엄청나다고 난리였습니다.
평소에도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겨 플레이하기 때문에 꽤 솔깃하더라고요. 원작이 시뮬레이션 게임인 만큼 모바일 MMORPG로 나왔어도 어느 정도 시뮬레이션 요소가 존재할 것 같았습니다. 물론 대항해시대 시리즈를 플레이해 본 적 없는 만큼 원작 팬들처럼 추억에 잠길 수는 없겠지만, 밑져야 본전인 셈 치고 접속했습니다.
■ 항해를 통해 이루어지는 교역, 전투, 탐험


게임을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조안 페레로와 카탈리나 에란초, 알 베자스, 옷토 스피노라, 에르네스트 로페스 총 5명의 제독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합니다. 각각의 제독 별로 소속 국가, 캐릭터 스토리, 주요 강점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활동 위주로 플레이할 것인지 생각하고 그에 맞는 제독을 골라야 해요. 저는 게임에서나마 부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에 교역 위주의 플레이에 적합하다는 알 베자스를 골랐습니다.
이 게임은 크게 '교역', '전투', '탐험' 세 가지 활동으로 이뤄져 있는데요. '교역'은 말 그대로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이익을 남기는 행위입니다. 도시마다 판매하는 품목이 다르고 시세도 시시각각 변동하기 때문에 최대한 저렴한 물건 위주로 구매해서 비싸게 팔리는 도시에 판매하는 것이 중요해요. 특정 물품의 공급이 폭등해 가격이 폭락하는 '과잉'이나 수요가 폭등해 가격이 급상승하는 '유행' 등 도시의 특수 상태에 따라 시세가 급변하기도 합니다.
'전투'는 주로 떠돌아다니는 해적선을 사냥하는 방식입니다. 기본적으로 해전은 턴제 SRPG 형식입니다. 전투 방식은 대포로 공격하는 '포격', 배로 돌진하는 '충각', 선상에서 이루어지는 '백병전', 선장 간의 '결투' 4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결투'를 통해 적 선장을 제압하여 대승을 거두면 추가적인 보상을 획득할 수 있어요.
'탐험'은 특정 지역을 조사하여 새로운 자연물, 유물, 동식물 등을 발견하는 행위입니다. 육지 탐험, 해양 탐험으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기본적인 탐색뿐만 아니라 특정 조건, 예를 들면 퀘스트 수주나 해당 국적이나 직업을 가진 해양사 보유 등의 조건을 가진 발견물도 있기 때문에 찾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각 제독들의 메인 시나리오인 연대기를 따라 진행하면서 조합 의뢰를 통해 추가적인 이득을 챙깁니다. 교역, 전투, 탐험 세 가지 활동 중 뭘 하든 상관없습니다만, 아무래도 연대기 위주로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독의 특화 분야 위주로 플레이하게 되더라고요.
■ 원작의 맛은 살리되 불편하지 않도록


플레이하는 내내 대항해시대 원작 재현과 고증에 충실하려는 개발사의 노력이 느껴졌습니다. 어딘지 친숙하게 느껴지는 아트워크와 배경 음악 등이 그러했는데요. 배경 음악이 너무 좋아서 찾아봤더니 역대 대항해시대 시리즈에 삽입됐던 기존 곡들, 특히 대항해시대 2 칸노 요코의 곡들이 포함됐더라고요.
게임 내의 모든 표현은 3D지만 인물과 도시 내 그래픽만큼은 2D로 구현된 것도 원작 고증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라이브 2D가 적용된 일러스트가 하나도 어색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에 감탄했어요.
편의성 또한 발군이었습니다. 원작 시리즈를 플레이해 본 적이 없었는데도 튜토리얼이 워낙 세세하고 친절해서 게임에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어요. 자동 항해 시 목표 항구에 자동으로 진입하는 기능이 특히 편리했습니다. 도시 내의 이동도 지도에서 목표 시설을 터치하는 것으로 충분해서, 조작하느라 헤맬 필요가 없어서 좋았어요. 자동 전투 기능도 선박 건조용 재료 파밍을 위한 반복 전투에 유용했습니다.
높은 자유도 역시 장점이었습니다. MMORPG인 만큼 협력이 필요한 레이드 콘텐츠도 추후 출시되겠지만, 솔로 플레이를 선호하는 저 같은 유저들도 만족을 줄 만합니다. 파티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서 깡패 같은 대형 조합의 집단 린치에 시달릴 일도 없었고, 하고 싶은 활동을 느긋하게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고증을 반영해 금값보다 비싼 후추를 잔뜩 실어 팔아 치울 때가 가장 즐겁고 행복했어요.
한편 도시 투자를 기반으로 한 협력과 경쟁도 재미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도시 투자액의 합산액이 가장 높은 국가에 주어지는 동맹항의 혜택이 매우 강력한 만큼, 소속 국가 간의 단합이 중요시됩니다.
밤늦게 채팅창을 보고 있으면 "어디 도시의 어느 항구를 뺏어오자"라는 투자 독려의 채팅이 올라오곤 했습니다. 저는 솔로 플레이 위주로 게임을 즐기긴 했지만, 항해 중 심심할 때마다 채팅창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전체적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경쟁 요소가 적고, 고난도의 컨트롤을 요구하지 않아서 캐주얼한 게임, 느긋한 플레이를 선호하시는 여성 유저분들도 많이 플레이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 날치도 아니고 배가 하늘을 날다니


아마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오래 보게 될 화면은 항해 동안 보여주는 시네마틱 영상일 텐데요. 언리얼 엔진4 기반의 생동감 넘치는 바다 표현은 좋았지만 물이 워낙 투명해서 그런지 선박이 공중에 떠서 이동하는 듯 보이는 그래픽은 디테일이 아쉬웠습니다.
긴 항해 구간을 빠르게 진행하거나 스킵할 수 없어서 불편했지만, 원작의 낭만을 살리기 위한 기다림의 미학이라 생각하면 납득할 수 있었어요. 다만 항해 시네마틱 영상은 좀 더 다양한 버전으로 보여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처음에야 예쁘다 감탄하며 보겠지만 반복해서 같은 영상을 시청하다 보면 지루할 수밖에 없거든요.
사실 기존 대항해시대 시리즈를 플레이하셨던 유저 분들의 경우 "탐험 시스템이 전작에 비해 아쉽다", "해상 전투를 기대했는데 컨트롤이 필요 없는 턴제에다 자동 전투 반복이라 재미가 없었다"는 아쉬운 평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저는 대항해시대 오리진으로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해서 그런지, 교역을 통해 돈을 번다는 원초적인 재미에 충실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어요.
■ 꿈과 낭만이 가득한 그야말로 '대항해시대'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추억 속 원작 고유의 감성을 고스란히 계승한 게임입니다. 성장과 효율, 경쟁에 집중하는 다른 MMORPG와 달리 느긋한 템포로 각 제독의 연대기, 교역과 모험을 즐길 수 있어요.
과금 요소도 편의성 기능에 집중되어 있는 편이고, 게임 내의 밸런스와 플레이 경험에 불쾌함을 주지 않도록 세심하게 설계한 노력이 보였습니다. 모바일 MMORPG의 과금 모델 핵심인 확률형 아이템 뽑기도 없어요. 두카트 외의 추가적인 도시 투자나 유저 간의 거래 수단으로 현금 결제로 획득하는 재화인 레드 젬이 요구되긴 하지만 대개 인게임 재화로도 충분히 수급 가능하거든요.
게임 진행 자체는 마치 솔로잉 위주의 콘솔 패키지 게임처럼 진행됩니다만, RPG답게 같은 세계를 탐험하는 다른 플레이어의 존재를 체감할 수 있었어요. 직접 들르거나 근처를 지날 때 항해사가 언급하지 않는다면 모를 도시의 '과잉'과 '유행'을 알려주는 사람, 채팅으로 도시 투자를 독려하는 사람, 어떤 선박이 효율적인지 초보에게 친절하게 알려주는 사람… 사람들과 함께 서로 도와가며 게임을 즐겼던 예전 온라인 RPG의 향수가 느껴지더라고요.
항해의 낭만도, RPG의 낭만도 같이 챙긴 꿈과 노스탤지어 가득한 대항해시대 오리진이었습니다. 일확천금, 청운의 꿈을 안고 이번 주말엔 대양을 주름잡는 거상이 되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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