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망해서 놀란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컬리? 오늘의집?
티메프도 망하고 크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알렛츠도 망했고 그렇습니다.
그러다보니 지금 게시판에 컬리나 오늘의집 이런 곳들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하시는 분들도 계시구요. 근데 사실 티메프가 망한 건 재무상태가 근본적인 문제는 아닙니다. 재무상태는 그 결과인거고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는거죠. 그래서 재무상태가 안좋은 곳들은 곧 다 망할거다 라고 하시는 것은 어느 정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유명무실해졌지만 티몬/위메프/쿠팡은 흔히 '소셜커머스'라는 업종이었습니다. 딥에코가 2019년도에 출시되었는데 당시에도 이미 소셜커머스라는 것은 유명무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래와 같이 티몬/쿠팡/위메프는 소셜커머스로, 11번가/지마켓/옥션은 오픈마켓으로 분류를 해두었습니다.
소셜커머스라는게 뭐냐, 뭐 지금도 종종 있긴 하지만 '공동구매'의 개념을 온라인으로 가져온거죠. 당시에는 이커머스가 지금처럼 크게 활성화되기 이전이다보니,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뭐 따지고보면 '네고왕' 컨텐츠가 소셜커머스가 추구하는 바와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근데 어찌되었든 소셜커머스는 기존의 오픈마켓이랑 똑같아졌습니다. 그러면 할 수 있는 게 가격경쟁밖에 없는거고, 가격경쟁으로 가면 결국 제 살 깎아먹다가 터지는거죠. 가격경쟁 치킨게임에서 이긴다고 큰 리턴이 돌아오냐? 그것도 아닙니다. 가격경쟁은 제일 쉬운 방법이라서 독과점시장이 안되고 곧바로 또 다른 업체 들어오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티몬이 했던 유의미한 마지막 발악은 슈퍼마트라고 생각해보지만, 이미 그 부분도 쿠팡에 밀려서 조진 지 오래거든요. 결국 남은 건 상품권 풀어제끼는 거밖에 없는데, 이것도 위에서 말씀드렸지만 대단히 어려운 기술 아닙니다. 그게 돈이 되면 얼마든지 경쟁자들이 들어옵니다. 안되니까 특수한 목적이 있는 경쟁사들이나 잠깐 목적 달성을 위해서 했었구요(11번가가 매각 시도 이전에 매출 부풀린다든지)
쿠팡의 경우에는 저는 솔직히 실패할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의외로 성공했네요. 제가 실패할거라고 생각한 이유는 이미 미국에서 아마존으로 검증된 모델이기는 한데, 미국의 경우에는 땅덩어리가 워낙에 넓다보니 배송의 이슈가 크지만 우리나라는 어지간한 택배도 익일 배송이 가능한만큼 배송에 대한 니즈가 그렇게 크지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제가 뽐뻐라서 최저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점도 있구요
근데 아이 키워보니까 배송 생각보다 디게 중요한 이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결혼해보니까..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최저가 따지고 살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ㅎㅎ(그래도 만원 이상은 카정포, 만원 이하는 톡마포 써달라는 것 정도는 와이프가 따라해줍니다. 이 정도만 해도 너무 감지덕지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카정포 1달에 250만원 넘게 쓸 때도 있지만 그런 거는 그냥 크게 신경안쓰기로.. 저것만 해줘도 어디냐 하고)
아무튼 그래도 쿠팡은 그러한 특장점이라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적자로 허덕였지만 어느 정도 계획된 적자였기는 하고, 아무튼 저는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지만 흑자전환을 했습니다. 그래도 뭐 그렇게까지 놀랄만한 일은 아니긴 합니다.
컬리나 오늘의집을 살펴보죠. 컬리도 확실히 특장점이 있습니다, 그게 돈이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그걸 제가 잘 알았으면 재포가 아니라 증포가 메인이었겠죠?). 일단 컬리가 내세우는 가장 큰 특징은 큐레이션입니다.
'우리 비싸게 팔지만, 싸구려 안팝니다. 우리한테서 사면 품질 걱정은 안해도 됩니다'
솔직히 컬리 좀 비싸고, 저희집은 가끔 쿠폰 뿌릴 때나 쓰지만(그것도 뽐뻐인 제가 쓰는 게 아니라 와이프가..) 확실히 컬리에서만 파는 밀키트들 먹어보면 가격은 비싸긴 해도 어디 어줍잖은 곳 외식하는 것보다 밀키트가 훨씬 맛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베테랑 칼국수 있는데요, 뭐 현지가서 먹는거하고 크게 맛 차이가 없습니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210247975i
이런 식으로 컬리에서는 냉동 밀키트가 대세라고 생각해서 상품개발에 큰 공을 들이고 있구요. 그런 면에서 따지고보면 컬리의 경쟁자는 이마트같은곳뿐만 아니라 쿠팡이츠/배민이기도 할겁니다(아마 컬리 자주 쓰는 분들이 쿠팡이츠나 배민도 많이 쓰기도 할거구요)
오늘의집 같은 경우에도 오프라인 혹은 온라인도 자사몰 위주로 돌아가던 인테리어 시장을 흔들어놨습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당연히 인테리어 공사를 해도 오늘의집 같은데서 할 생각은 없습니다만(인테리어 싸고 괜찮게 하실거면 오픈마켓 같은데서 리바트 부엌/이누스바스 같은거 핫딜 뜰 때 하시고, 배는 방산시장에서 영진벽지같은 업체 골라서 하는 방식으로 하면 되거든요), 위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다들 뽐뻐정신이 충만하지가 않거든요.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컬리나 오늘의집이 망할 수도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회사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하고, 그걸 어떻게 100% 예측하겠습니까(제가 그걸 할 수 있으면 재포가 아니라 증포에서 놀든가, 아니 애초에 영원한 경제적 자유를 얻었겠죠)
하지만 저는 티몬이나 위메프는 터지기 직전부터도 이미 망할거라고 99.9% 확신은 했었습니다. 애초에 정상화를 해도 모자랄 상황에서,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 하나만을 바라보고 더더욱 버블만 키워서 돌려막기 하고 있었으니까요. 설령 큐익스프레스가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다했던들, 티메프 버려질 카드였을 게 뻔해보였습니다.
왜냐면 큐익스프레스가 행복회로 최고로 돌려서 상장해도 1조원 규모인데, 상장사에서 아무리 유상증자 전환사채 등으로 돈을 땡긴다한들 티몬 위메프를 살릴 정도의 규모는 안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큐익스프레스 상장이 성공한다해도 티몬 위메프는 무조건 파산시켰을거고, 왜 이상한것만 컬렉팅하냐 싶은 인터파크커머스/AK몰을 중심으로 되살렸을 가능성도 있기는 합니다. 그 2개 회사정도면 그래도 큐익스프레스 상장시킨 돈으로 충분히 살려볼 만 하거든요.
그리고 뭐 일련의 사태들을 지켜보셔서 아시겠지만, 머지포인트는 포인트로 돈 땡기는 것도 모자라서(물론 낙전수입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낙전수입은 5년 지나야 발생하거든요) 돈을 더 돌려주는 구독제를 연단위로 열심히 풀어제꼈구요
보고의 경우에도 사실 상 남을 수가 없는 수준으로 포인트로 페이백해줬구요(그래서 눈치빠른 분들은 애초에 포인트 바로바로 다 터셨죠)
티메프의 경우에도 기존의 상품권 돌려막기를 넘어서 티몬캐시 풀어제끼고 상품권 선결제 풀어제끼고 그랬습니다.
이미 전조 증상을 충분히 다 보여줬다는거죠. 다만 티몬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여행상품(여행상품 특성 상 구매 시점과 실제 상품을 사용하는 시점 사이에 텀이 길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구요, 이 부분은 잘 해결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진심으로 잘 해결이 되기를 바라구요.
반면에 이번에 터진 알렛츠같은 곳은 뭐 입점업체들은 피를 봤을텐데 소비자들은 어지간해서 피볼 일은 없었을겁니다. 저도 종종 사용하긴 했지만 여기도 오래가진 못하겠구나 생각했었는데요(검색에서 잘 나오지도 않는 편인데 가격은 저렴하고 파는 품목자체가 많지도 않고), 그래도 티몬처럼 구매 시점과 상품을 인도받는 시점에 큰 텀이 있는 품목은 별로 없었을겁니다. 그나마 전자/가전제품 위주로 있다보니까 설치형 가전제품은 좀 있을 수도 있겠네요, 이것도 다 잘 해결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뭐 컬리는 크게 걱정하실 것도 없을거고, 오늘의집의 경우에는 인테리어도 구매 시점과 실제 공사 시점 사이에 텀이 좀 있다보니 걱정되실 수도 있겠습니다, 정 걱정되신다면 할부를 활용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근데 사실 인테리어는 오늘의집이 터질 확률보다 업체가 깽판칠 확률이 훨씬 더 높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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