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이야 SUV야?”…11년 만에 대변신한 ‘더 뉴 2027 마이티’를 타다

과장을 조금 많이 보태자면, 푹신하고 편안한 놀이기구를 탄 것 같았다. 조수석에 오르자마자 에어 시트가 탑승자의 체형과 무게에 맞춰 위아래로 부드럽게 움직였다. 거친 노면의 충격을 시트가 먼저 흡수해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을 원천적으로 덜어주는 느낌이 확연했다. 지난 7일 인천 상상플랫폼 앞마당에서 마주한 현대자동차의 준중형 트럭 ‘더 뉴 2027 마이티’의 첫인상이다.
소음 잡고 하이테크 입히다…SUV 같은 안락함
시승을 신청할 때까지만 해도 ‘난생 처음 화물차를 운전해보는 날이 오다니…’ 두려움 반, 설렘 반 가슴이 뛰었다. 물론 다행히(?) 내게 차 키가 주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형운전면허가 없는 탓에 일반 2종 보통면허 소지자인 게 못내 한이 되는 날이었다.
대신 손동욱 현대차 마이티 개발팀 연구원이 운전석에 앉아 차를 몰았다. 조수석에 동승하는 방식으로 11년 만에 부분변경으로 돌아온 마이티의 변화를 체험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통상 화물차 하면 떠올리던 시끄럽고 덜컹거리는 이질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앞마당 시험 도로로 나서자 가장 먼저 체감된 것은 놀라운 정숙성이었다. 투박한 디젤 엔진의 굉음도, 차체를 때리는 바람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실내로 이런 소음들이 거의 유입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손 연구원은 운전석 전면에 새롭게 적용된 윈드실드 글라스와 다이렉트 글레이징 공법이 획기적인 소음 저감의 핵심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모델은 고무 테두리에 전면 유리를 끼워 넣어 결합하는 방식이었다”고 전제한 뒤 “이번 신형 마이티는 고급 승용차처럼 유리와 차체를 직접 접합하는 방식을 채택해 풍절음과 노이즈를 확실하게 잡았고 비가 샐 틈 없는 수밀성과 녹을 방지하는 방청 성능까지 크게 개선했다”고 말했다.
실제 그의 설명처럼 가속 페달을 깊게 밟고 속도를 높이는 구간에서도 실내는 고요함을 유지했다. 동승자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데 전혀 지장이 없는 수준이었다. 하루 종일 소음과 진동에 시달리고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화물차 운전자들에게 이 같은 정숙성은 단순한 편의사양을 넘어 일터의 질을 바꿔놓을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였다.
실내 공간의 구성 역시 기존 트럭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이었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와이드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넓은 대시보드를 장식하고 있었다. 최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하이테크 감성이 부럽지 않았다. 투박한 아날로그 계기판과 플라스틱 버튼 일색이던 과거의 상용차 인테리어와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현대차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ccNC’가 탑재돼 터치 조작이 스마트폰처럼 매끄러웠다. 복잡한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의 시인성도 주목할만 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컨트롤 패널인 센터페시아를 가로지르는 서클 타입 에어벤트는 실내에 세련된 조형미를 더했다. 각종 운전자 보조 스위치는 운전자의 손이 가장 닿기 쉬운 위치인 ‘리치존’을 중심으로 촘촘하고 직관적으로 배치됐다. 장시간 운행이 잦은 운전자들의 작업 환경과 동선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배려한 것이었다.

“안전은 양보 없다”…보행자·자전거까지 지키는 능동형 기술
이번 신형 마이티의 진화가 가장 돋보이는 지점은 ‘안전’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항상 화물차 사고는 가장 공포의 대상으로 그려진다. 현대차는 상용차 대형 사고를 막기 위해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 황병일 현대차 국내상품운영1팀장은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기능을 한층 강화했다”며 “기존에는 전방 차량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차 앞을 지나는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까지 인식해 경보를 제공하고 필요시 제동까지 개입해 충돌을 경감한다”고 설명했다. 주차 및 후진 시의 안전성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100만 화소의 고화질 와이드뷰 후방 카메라가 적용됐고, 차량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후방 탑뷰’ 등 신규 기능이 제공돼 사각지대를 최소화했다. 황 팀장은 “선명한 후방 시야 확보를 통해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를 보호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주행 중에도 제동 안정성이 느껴졌다. 마이티에는 차량의 하중과 상태에 맞춰 정교한 제동력 배분이 가능한 전자식 브레이크 제어 시스템(EBS)이 탑재됐다. 짐을 싣지 않은 상태에서도 브레이크 페달이 가볍고 예리하게 반응해 급제동 시 차체가 밀리는 불안감을 지워냈다.
외관 디자인은 현대차 상용차 라인업의 통일된 ‘패밀리 룩’이 한층 선명해졌다.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에 가로로 뻗은 3개의 크롬 라인과 ‘V’자 형상의 큐브 메쉬 패턴이 어우러져 프리미엄 트럭의 웅장한 인상을 완성했다. 후면부에는 순차 점등 방향지시등이 포함된 LED 리어 콤비램프를 적용해 야간 주행 시 다른 차량의 시인성을 높이고 고급감을 더했다. 차량 유지 보수 측면에서도 혁신을 이뤘다. 리어액슬 오일 교체 주기를 기존 4만㎞에서 무려 24만㎞로 대폭 늘려 실제 차주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정비 비용과 시간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냈다.


파비스·엑시언트 아우르는 ‘상용 라인업’ 완성

마이티와 함께 나온 ‘더 뉴 2027 파비스’와 ‘2027 엑시언트’도 각자의 차급에서 상품성을 뽐냈다. 7년 만에 변화를 맞이한 중형 트럭 파비스는 고하중 작업에 특화된 트림인 ‘프레스티지 맥스’를 신규로 운영해 뼈대 역할을 하는 프레임 강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건설 현장 등에서 최대 8500㎏에 달하는 무거운 화물을 견뎌야 하는 현장 고객들의 목소리를 충실히 반영했다고 한다. 여기에 기존 6단에서 9단으로 다단화된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더욱 촘촘해진 변속비로 연비 효율과 주행 성능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현대차의 플래그십 대형 트럭인 엑시언트는 ‘안전 기술의 결정체’다운 면모를 자랑했다. 2027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모델에는 정차 후 재출발 기능을 지원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해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등 최고 수준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 대거 탑재됐다. 장거리 고속도로 주행이 일상인 대형 트럭 운전자들이 졸음이나 부주의로 겪을 수 있는 대형 사고의 위험을 사전에 차단해 줄 기술이다.
현장에서 경험한 이들 상용차 3종은 더 이상 거칠고 척박한 노동 현장의 단순한 도구가 아니었다. 승용차에 버금가는 디지털 편의 사양과 안락함에 가혹한 환경을 버텨내는 내구성까지 두루 갖춘 ‘스마트 모빌리티’로 거듭났다. 11년의 오랜 담금질을 거친 이 신차들이 물류 현장의 풍경을 어떻게 바꿀 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인천 |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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