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황, 삼겹살 회동 뒤엔 로봇 전쟁…스타트업과 간담회도

고예인 기자 2026. 6. 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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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LG·현대차·네이버 총출동
HBM 넘어 피지컬 AI·로봇 생태계 협력 본격화
젠슨황 엔비디아 CEO(왼쪽부터),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회장, 이해진 네이버의장/ChatGPT이미지

|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AI 황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다시 한국을 찾았다. 지난해 방한이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 점검에 무게를 뒀다면 이번에는 로봇과 자율주행 그리고 피지컬 AI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며 한국 기업들과의 동맹 확대에 나선 모습이다.

5일부터 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방한 기간 황 CEO는 주요 그룹 총수들과의 회동부터 AI 스타트업 간담회, 대학 연구진과의 만남, 야구장 시구, 방송 프로그램 출연까지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한다. 재계는 이번 방한을 단순한 친선 방문이 아닌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엔비디아와 한국 기업을 연결한 키워드가 HBM이었다면 올해는 피지컬 AI와 로봇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엔비디아가 한국을 단순한 반도체 공급망이 아닌 미래 AI 산업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바라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HBM 동맹 넘어 로봇 동맹으로

황 CEO는 방한 첫날인 5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 국내 주요 기업인들과 이른바 '삼겹살 회동'을 갖는다.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이뤄진 '치맥 회동' 이후 다시 마련되는 자리다. 당시 HBM 공급망과 AI 데이터센터 협력이 핵심 의제였다면 이번에는 자율주행과 로봇, 피지컬 AI 분야까지 논의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방한의 가장 큰 특징은 엔비디아의 관심이 반도체를 넘어 로보틱스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엔비디아는 최근 컴퓨텍스 2026에서 로봇 개발 플랫폼 '아이작(Isaac)'과 자율주행 플랫폼 '드라이브(DRIVE)'를 앞세워 피지컬 AI 시장 확대 전략을 공개했다. 생성형 AI가 인간의 두뇌 역할을 담당했다면 피지컬 AI는 AI가 현실 공간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직접 움직이는 기술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방한이 HBM 중심의 AI 반도체 협력에서 로봇과 자율주행 중심의 AI 생태계 협력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상징적 장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방한이 AI 반도체 공급망 점검이었다면 올해는 로봇과 자율주행 중심의 AI 생태계 구축이 핵심"이라며 "엔비디아가 한국을 단순 공급망이 아닌 전략적 파트너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 미소짓는 LG·현대차·두산  

업계에서는 이번 방한의 최대 수혜 후보로 LG그룹을 꼽는다. 황 CEO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방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LG전자는 서비스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과 센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LG AI연구원 역시 자체 AI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피지컬 AI 구현에는 카메라와 센서 그리고 AI 모델이 필수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추진하는 로봇 생태계 확대 과정에서 LG 계열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를 계열사로 두고 있으며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엔비디아 AI 플랫폼과 현대차의 제조 역량이 결합할 경우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상당한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산그룹도 관심을 받고 있다. 황 CEO는 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두산베어스 홈경기 시구자로 나선다. 엔비디아 창립연도인 1993년을 의미하는 93번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른다. 시타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맡는다.

최근 두산로보틱스가 협동로봇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황 CEO의 장녀인 매디슨 황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 이사가 지난 4월 두산로보틱스를 방문한 사실도 알려지면서 양사 협력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스타트업·대학까지 찾는 젠슨 황

눈길을 끄는 대목은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과 대학까지 직접 찾는다는 점이다. 황 CEO는 서울 신라호텔에서 국내 AI 및 로봇 스타트업 대표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업스테이지와 노타, 베슬AI 등 주요 스타트업들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 수장이 국내 로봇 스타트업들과 공식적으로 교류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서울대 AI연구원과 로보틱스 연구소 방문도 추진되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연구기관과 미래 인재까지 직접 만나며 한국 AI 생태계 전반을 점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게임업계와 플랫폼 업계도 황 CEO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황 CEO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만나 게임과 AI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의 회동도 추진되고 있다.

또 네이버 제2사옥 1784 방문 가능성도 거론된다. 네이버가 보유한 디지털 트윈과 로봇 기술, 클라우드 인프라가 엔비디아 AI 기술과 결합할 경우 아시아 AI 시장 공략이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엔비디아와 한국 기업 간 협력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HBM이 엔비디아와 한국을 연결했다면 올해는 로봇과 피지컬 AI가 새로운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젠슨 황의 방한이 구체적인 사업 협력으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다만 AI 반도체를 넘어 로봇과 자율주행, 피지컬 AI로 확장되는 엔비디아의 미래 전략 속에서 한국이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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