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줄지어 있고 숲이 펼쳐진 곳. ‘오키나와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얀바루(山原)를 찾았다. 2021년 7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얀바루는 오키나와 본섬 최북단에 자리한다. ‘얀바루 쿠이나’ 등 희귀 생물들이 살고 있는 얀바루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잘 보존된 아열대 대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얀바루 숲의 입구 쿠니가미 삼림 공원(国頭村森林公園)을 시작으로 열대 카르스트 지형의 절경을 감상하며 트래킹 할 수 있는 다이세키린잔(大石林山), 산호가 만들어내는 에메랄드빛 망망대해의 절경을 즐길 수 있는 절벽 헤도곶(辺戸岬)까지. 산이면 산, 바다면 바다. 발 닿는 곳마다 풍경 맛집이 이어진다.

숨은 묘미 하나. 얀바루 숲을 거닐다 보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 주인공 송태섭의 고향으로 알려진 ‘헨토나(辺土名)’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뷰포인트가 나온다. 코우리 대교, 츄라우미 수족관 등 워낙 오키나와 북부에 유명 여행지들이 몰려있지만, 슬램덩크 팬들에게 성지로 알려지면서 더욱 많은 이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얀바루 숲 가이드를 제공하는 다양한 관광 업체가 있지만, 직원이 직접 투어에 나서는 리조트가 있다. ​올해로 45주년​을 맞이한 일본 사람들의 ‘국민 가족 휴양지’, 오쿠마 프라이빗 비치 앤 리조트(Okuma Private Beach & Resort)다. 얀바루에 입지한 오키나와 본섬 최북단 리조트로 오키나와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호텔이다.

얀바루 숲 탐험 외에도 별자리 보기, 요트 크루징을 비롯한 마린 스포츠 등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액티비티들이 마련돼 있다. 리조트 이용객들만 이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해변에서 감상하는 선셋 명소로도 입소문이 나있다.

오쿠마 리조트는 북부 호텔들이 모여 있는 지역에서 벗어나 있고 전 객실 코티지 혹은 빌라 타입이라 프라이빗한 휴가를 원하는 이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핑크빛 부겐베리아 꽃으로 뒤덮인 통로 중간 중간 설치된 분수가 동화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그래서인지 수많은 셀럽들의 비밀 휴가지로도, 캠핑 등 잡지 촬영지로도 핫하다. 리조트 관계자는 “투숙객 정보는 철저히 비밀로 지키는 게 철칙이어서 이름을 밝히긴 어렵지만, 한국 톱스타도 얼마 전 이용했다”고 귀띔했다.

오픈한 지는 오래됐지만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오진 않았던지라 해외 이용객보다는 일본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다. 그래서 투어 등을 전화로 예약하면 영어 응대 가능한 직원이 없을 수 있다. 메일로 예약하는 걸 추천한다.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그랜드 코티지’ 객실에 머물렀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 외관에 약간 우려됐지만, 내부는 깔끔하고 럭셔리했다. 우드 인테리어에 테라스를 갖춘 객실로, 테라스에 펼쳐진 빌라들과 초록 풍경의 조화가 숲 속 별장에 와 있는 분위기를 북돋아줬다. 이밖에도 복층으로 된 ‘그랜드 코티지 메조네트’, 미군 숙소로 쓰던 곳을 개조한 ‘팜 코티지’ 등 다양한 콘셉트의 객실이 있어 가족 단위 고객에게 인기다. 객실 타입에 따라 리모델링을 하지 않은 방도 있으니 예약 전 확인을 하는 게 좋겠다.

레스토랑도 다양하다. 가든뷰, 해변뷰 등 취향 따라 고르면 된다. 가장 널리 이용되면서 조식부터 석식까지 올데이 뷔페를 선보이는 가든뷰 ‘서프 사이드 카페(Surf Side Café)’에선 50여 가지 메뉴를 선보인다. 하루 이상 머무는 고객이 많아 2~3가지 버전으로 준비한다. 조식엔 참치, 스팸 등 원하는 재료를 조합해 즉석해서 만들어주는 ‘포크 타마고 오니기리’가, 석식엔 로스트 비프가 시그니처 메뉴다. 저녁에는 올 한해 동안 3000엔(약 3만원)을 추가하면 90분 동안 45종의 주류를 무한으로 즐길 수 있는 오픈 45주년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클럽라운지 이용 고객이라면 통창으로 펼쳐진 오션뷰가 돋보이는 ‘비치 카페 오아시스(Beach Café Oasis)’에선 매일 바뀌는 재료로 만든 오믈렛을 곁들인 아침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날이 좋다면 코앞에 펼쳐진 해변을 감상하며 바닷바람 맞을 수 있는 테라스석을 추천한다.

이밖에도 고야 찬푸루, 돼지 귀 요리, 땅콩 두부 지마미도후 등 9가지 오키나와 요리와 오키나와식 솥밥과 국으로 구성된 류큐 정식을 즐길 수 있는 일식 레스토랑 ‘이쥬(いじゅ)’도 있다. ‘시오카제 노 라운지(CLUB SHIOKAZE)’ 이용 가능 객실을 예약했다면 오전 10시 30분부터 저녁 9시까지 음료, 오리온 생맥주, 와인, 핑커푸드 등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리조트 바로 앞에는 약 1㎞에 걸친 천연 백사장의 해변이 펼쳐진다. 산호가 갈려 새하얀 빛을 내는 모래가 인상적이다. 아이들의 놀이를 위한 모래언덕이 마련돼 있고, 놀이용 장난감도 무료로 대여 가능해 아이 동반 가족에게 인기다. 선셋 시간이 되면 리조트 이용객들이 모두 일몰 감상을 위해 이곳으로 몰린다. 붉은 하늘과 해를 함께 담을 수 있는 ‘종 포토존’에서 인증샷은 필수다.

영어 응대 가능한 직원이 상시 배치되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레스토랑 상세 메뉴 설명, 투어 예약 등이 현장에서 빠르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한국인 직원은 없지만, 한국 대학생들이 주기적으로 2~3주간 이곳에서 인턴으로 일하곤 해 시기가 맞으면 한국 직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객실이 많고 큰 부지에 띄엄띄엄 있어 길을 헤매기 쉽기 때문에 로비에서 지도를 받고 객실 위치를 미리 정확히 파악해두는 걸 추천한다.

리조트에서 차로 5분이면 600년 역사의 오키나와 전통주 ‘아와모리’ 주조장 투어가 가능한 ‘얀바루주조(やんばる酒造)’가 나온다. 아와모리는 증류기에 쌀, 검은누룩(黒麹、쿠로코우지) 등 발효된 재료들을 넣고, 증기로 쌀과 술을 분리한 증류주다. 누룩을 통해 나온 당질은 열을 가하면 날아가기 때문에 단맛이 없는 게 특징이다. 오키나와 내 아와모리 주조장은 총 47곳이 있다. 얀바루주조에선 최소 1년 이상 아와모리를 숙성하고 있다. 얀바루주조 사장은 “도수 20도 제품이 가장 많이 팔리지만, 30도 아와모리가 가장 맛있다”고 추천한다. 현재 주조장 투어와 아와모리 시음 등 견학 프로그램이 임시 중단 중이나 6월부터 예약제로 받을 예정이다. 홈페이지 메일이나 전화 등으로 예약 가능하며 영어 투어일 경우 사전에 요청을 해야 한다. 투어를 하지 않더라도 현장에서 다양한 아와모리 제품을 구매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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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일본)= 강예신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