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성(29)의 유니폼이 바뀌었다. <디애슬레틱> 켄 로젠탈은 "애틀랜타가 웨이버 공시된 김하성을 영입했다"고 전했다.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세 번째 팀이다.
웨이버
메이저리그는 트레이드 마감시한이 지나면 선수 영입이 제한된다. 마감시한이 단일화되면서 선수 영입은 더 까다로워졌다. 그럼 김하성은 어떻게 이 시점에서 팀을 옮길 수 있었을까.
포스트시즌 경쟁 팀은 전망이 어두워지면 로스터 정리를 강행한다. 탬파베이도 이 현실을 피하지 못했다. 그래서 팀 내 연봉이 가장 높은 김하성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았다. 올해 홈구장을 쓰지 못하면서 가뜩이나 적은 수익이 더 줄어든다. 남은 기간 팀 연봉을 줄이기에 착수해야 했다.
에릭 니엔더 사장도 이 사실을 인정했다. 탬파베이는 7월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김하성 트레이드 문의를 받았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을 고려해 응하지 않았었다(the Rays received some calls from clubs interested in Kim but kept him, with the hope of him playing a role in reversing their midseason skid).
하지만 이내 현실을 직시했다. 어제 4연승에도 불구하고 5할 승률에 여전히 1승이 부족하다. 포스트시즌 가능성도 2.7%밖에 되지 않는다. 니엔더는 "만약 우리가 5할 승률에 10승을 더했다면, 김하성을 웨이버 공시하지 않았을 것(If we were 10 games over .500, Ha-Seong Kim's not on waivers)"이라고 설명했다.
웨이버 공시는 선수를 정리하기 앞서 다른 팀에게 영입 의사를 묻는 절차다. 여기서 영입 의사를 밝힌 팀은 선수의 잔여 계약을 떠안고 데려올 수 있다. 이 방식을 클레임(claim)이라고 한다. 여러 팀들이 영입 의사를 내비칠 경우 성적 역순대로 우선권을 가진다.
보통 웨이버 공시는 수면 위로 드러난다. 하지만 김하성은 웨이버 공시와 이적 소식이 동시에 알려졌다. 속전속결로 진행된 건 김하성이 아직 수요가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비록 탬파베이에선 부진했지만, 그동안 보여준 것에 대한 기대치는 분명 남아있다.
결별
헤어짐엔 다 이유가 있다. 좋든 싫든 이유 없는 헤어짐은 없다. 올해 김하성과 탬파베이는 결과적으로 잘못된 만남이었다. 서로의 'Win Win'을 바랐지만, 궁극적으로 'Winner'는 없었다.
출발은 훈훈했다. 탬파베이는 2년 2900만 달러 계약으로 김하성을 대우했다. 올해 연봉 1300만 달러는 팀 내 최고액으로,타석 수에 따른 보너스도 책정했다(최대 200만). 외부 투자에 인색한 탬파베이가 이 정도 계약을 보장한 건 이례적이었다.

탬파베이는 김하성의 복귀 후 활약을 자신했다. 내년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을 안겨줬고, 설령 팀에 잔류해도 내년 시즌 연봉으로 올해보다 많은 1600만 달러를 약속했다. 탬파베이로선 김하성이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나가면 내년 시즌 연봉을 아낄 수 있었다. 또 그게 아니어도 1600만 달러의 가치는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김하성의 복귀 시점이었다. 당초 김하성은 늦어도 5월에는 돌아올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김하성이 받은 어깨 관절와순 수술의 회복 시기가 꽤 걸렸다. 이 와중에 마이너리그 재활 과정에서 햄스트링 부상까지 겹쳐 시간이 더 지체됐다.
김하성은 7월5일이 돼서야 돌아왔다. 복귀 첫 4경기에서는 매서운 타격감을 선보였다. 타율 .333(15타수 5안타)와 홈런, 도루를 모두 추가했다.
하지만 늦은 복귀는 김하성도 조급하게 만들었다. 늦게 합류했다는 자책감 때문인지 무리한 플레이들이 종종 있었다. 이로 인해 부상이 끊이질 않았다. 종아리와 허리를 거듭 다치면서 경기 감각이 올라올 틈이 없었다. 김하성은 8월20일 이후 경기 출장을 하지 못했다.
김하성 2025시즌 성적
24경기 [타율] .214 2홈런 [OPS] .612
[wRC+] 72 [fWAR] 0.1 [bWAR] 0.1
*wRC+ : 조정득점생산력 (평균 100)
*fWAR : <팬그래프> 승리기여도
*bWAR : <레퍼런스> 승리기여도
그 사이 탬파베이는 가을야구와 멀어지고 있었다. 일보 후퇴가 필요했다.
탬파베이는 조만간 구단 매각을 앞두고 있다. 개발자 패트릭 잴룹스키(Patrick Zalupski)를 필두로 한 새 구단주 그룹이 17억 달러에 구단을 인수할 예정이다. 새 구단주 그룹이 신구장 건립을 필수적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선수단에 투자가 어떻게 이뤄질지 미지수였다. 그러면 고액 연봉자들을 정리하면서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이 선행돼야 했다.

김하성이 빠진 동안 최고 유망주 카슨 윌리엄스(22)가 승격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윌리엄스는 탬파베이가 장기적으로 생각하는 유격수다. 올해 마이너에서 3년 연속 20홈런 20도루 시즌을 기록했다. 탬파베이가 김하성을 영입한 목적에는 윌리엄스를 급하게 다루지 않기 위함도 있었다. 애지중지하는 유망주가 메이저리그에 상륙하면서 김하성의 입지는 더 애매해졌다.
가성비 좋은 김하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탬파베이는 궁합이 맞아 보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양측의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난 결말이었다.
선택
애틀랜타는 김하성에게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유격수들이 심각했다. 올랜도 아르시아와 닉 앨런을 믿었지만, 두 선수 모두 발등을 찍었다. 아르시아는 5월말에 방출됐다.
유격수 도합 승리기여도 순위
6.8 - 캔자스시티
6.2 - 필라델피아
5.5 - 텍사스
5.4 - 애리조나
0.9 - 양키스
0.7 - 콜로라도
0.1 - 애틀랜타
올해 애틀랜타는 유격수 승리기여도 최하위 팀이다. 타석에서 조정득점생산력(wRC+)도 최하위였다. 29위 콜로라도가 70인데, 애틀랜타는 49에 불과했다. 압도적인 꼴찌였다.
주전 유격수 앨런은 수비는 일품이다. 수비 실점 방지(DRS)는 4위(+12), 평균 대비 아웃카운트 처리(OAA)는 3위(+16)다. 수비만 보면 리그 최정상급이다.
반면, 공격은 과거 투수 타석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128경기 타율 .222, OPS .534다. 홈런은 하나도 없다. 조정득점생산력 52는 단일 시즌 애틀랜타 역대 6번째로 나쁜 기록이었다. 타석에서 아무런 위압감을 주지 못한 타자였다.
애틀랜타는 앨런보다 나은 유격수를 찾아야 했다. 그런데 사정이 마땅치 않다. 이번 시즌 이후 FA 유격수 최대어는 보 비셋(27)이다. 옵트아웃 권리가 있는 트레버 스토리(32)는 향후 2년 5000만 달러 계약을 포기할지 의문이다.

올해 비셋은 타격에서 반등했다(134경기 타율 .306 16홈런). 그러나 수비가 더 나빠져 유격수로서 수명이 길지 않을 것이다(DRS -12 & OAA -12).
무엇보다 애틀랜타는 FA 시장에 많은 돈을 쓰지 않는다. 이에 트레이드로 그 답을 찾아야 했고, 애틀랜타의 선택은 김하성이었다.
공통점
김하성과 애틀랜타는 각자 실망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봤지만, 끝내 도달하지 못했다. 이제는 유종의 미를 거둠으로써 내년 시즌 도약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양측 모두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애틀랜타도 부상자가 속출했다. 특히 마운드에서 부상자가 돌아가면서 나왔다. 타선에서도 중심타자 오스틴 라일리가 코어 근육 수술로 시즌 아웃됐다. 부상 악령을 떨쳐내지 못하면서 정상적인 전력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올해 자존심을 구긴 애틀랜타는 내년에 바로 우승 도전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핵심 선수들이 초장기 계약으로 묶여있다. 계약 구조상 한동안 연봉이 오르기 때문에 팀 몸집도 점점 불어난다. 팀 연봉 상위권이 우승 경쟁을 하지 않는 건 돈을 허공에 날리는 것과 같다.
일단, 김하성은 애틀랜타의 향후 계획에 포함되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해도 부상에서 돌아오면 앨런하고 차별화된 공격력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김하성 통산 구장별 OPS 순위 (25타석)
1.124 - GABP (신시내티)
1.014 - 트루이스트파크 (애틀랜타)
0.858 - 코메리카파크 (디트로이트)
0.850 - 쿠어스필드 (콜로라도)

김하성은 애틀랜타 홈구장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좋은 기억이 많다. 통산 25타석 이상 들어선 구장 가운데 OPS가 두 번째로 높았다. 또한 지난 3년 연속 홈런을 쏘아 올렸다(2022년 윌 스미스, 2023년 루카스 룻기, 2024년 레이 커). 탬파베이에선 마이너 홈구장에 애를 먹었지만, 트루이스트파크는 김하성이 지금까지 했던 대로 하면 되는 곳이다.
이미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다. 김하성과 애틀랜타 모두 다가올 일을 대비해야 한다. 어차피 야구는 '실패 속에서 성공으로 가는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9월에는 그 전환점을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
이창섭
현 <SPOTV> MLB 해설위원
전 <네이버> MLB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