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한복판 아파트가 100년 된 축구장이라고요?

조회 12,5302025. 2. 3.
[땅집고] EPL팀 아스널의 옛 홈경기장을 재개발한 영국 런던 '하이버리 스퀘어' 외관./영국 부동산 플랫폼 주플라

[땅집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최고의 인기팀 중 하나인 아스널의 옛 홈구장 모습이 팬들 사이에서 화제다. 아스널이 90년 넘게 사용했던 ‘하이버리 스타디움’은 5층, 4개 동 65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변신했다. 지금은 경기는 열리지 않지만, 아파트 구조에서 과거 축구장으로 쓰였을 당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아스널은 1886년 영국 런던 남부 울리치 지역에서 창단한 팀이다. 1913년 런던 북부의 이슬링턴 자치구로 옮긴 후 100년 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주장인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와 ‘북런던 더비’를 치르는 숙명의 라이벌이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축구 천재’ 박주영(은퇴)이 속해있던 팀이다.

현재는 6만명을 수용하는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사용하고 있으나, 팀의 전성기를 보낸 장소는 이전 경기장인 하이버리 스타디움이었다. 아스널은 클럽 역사상 총 48회 우승 기록이 있는데, 2003-2004시즌 무패 우승을 포함한 1부 리그 13회 우승 등은 주요 대회 성적은 하이버리 스타디움에서 달성했다.

3만8000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 하이버리 스타디움은 1913년부터 2006년까지 93년 동안 아스널의 홈구장으로 쓰이다가 폐장했다. 이후 구단은 경기장 부지를 공동 주택으로 재건축하는 사업에 직접 참여했다. 3년의 공사 끝에 2009년 말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아파트로 변신했으나, 기존 경기장 시설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영국의 건축유산의 일종인 등록문화재(Listed building)인 동측과 서측의 관중석은 외형을 유지한 채 내부를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건립했다.

주 출입구가 있던 서측 관중석 외벽에는 ‘아스널 스타디움’이라는 간판이 그대로 남아있다. 단지 내 4개 동은 기존 관중석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했고, 그라운드는 중앙 정원으로 바뀌어 활용 중이다.

[땅집고] EPL팀 아스널의 옛 홈경기장을 재개발한 영국 런던 '하이버리 스퀘어' 단지 내부./영국 부동산 플랫폼 주플라

현재 홈 경기장인 에미레이츠 스타디움까지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어 이 단지에 거주하는 아스널 팬들도 상당히 많다. 영국 매체 ‘더선’에 따르면, 하이버리 스퀘어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이곳이 나의 뿌리이고, 내게 하이버리는 아스널 그 자체”라며 “런던의 조용한 동네로 거주하기도 좋다”고 말했다.

이 단지는 영국식 공동 주택의 한 형식인 ‘플랫(Flat)’으로 ‘하우스(House)’로 불리는 단독주택, 연립주택 등에 비해 선호도가 떨어진다. 그럼에도 대중교통 접근성과 아스널 옛 홈구장으로서 상징성 덕분에 프리미엄이 붙었다.

아스널은 2010년 하이버리 스퀘어를 통해 1억6000만 파운드에 달하는 분양 수익을 올렸다. 당시 환율로 약 2850억원으로, 구단 빚의 50% 이상을 상환할 정도였다.

현재 가격은 런던 평균보다 높다. 영국 부동산 플랫폼 ‘주플라’에 따르면, 방 2개, 화장실 2개 복층 구조의 20평형 1가구 현재 가격은 70만 파운드(약 12억6000만원)다. 지난해 8월 기준 런던 평균 집값은 53만6000파운드(약 9억6100만원)이었다.

글=이승우 땅집고 기자

이 콘텐츠가 마음에 드셨다면?
이런 콘텐츠는 어때요?

최근에 본 콘텐츠와 구독한
채널을 분석하여 관련있는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더 많은 콘텐츠를 보려면?

채널탭에서 더 풍성하고 다양하게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