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기획한 스몰 웨딩 후기 (정보)

이제 부인이 된 전여친 버킷 리스트가 우리만의 개성을 잘 드러내는 결혼식을 하는 거라 

웨딩홀이 아닌 펍을 하나 빌려서 웨딩 파티 형식으로 결혼식 진행함. 

내 전직업 중 하나가 이벤트 기획이라 

그냥 내가 직접 기획하기로 함. 

이것도 결혼 선물이었음. 

1. 비용

한국 남녀 결혼 왜 이리 안하나 봤더니

결혼식 비용이 개비쌈. 시바 ㅋㅋ 

아니, 나도 살면서 한 번 하는 결혼식(이라 믿는)이라서

왠만하면 돈 아끼고 싶진 않았는데. 

이건 결혼식 이름만 들어가면 돈이 일단 1.5배부터 부르고 시작. -_-;;

그냥 행사 기획하면 1000만원이면 끝낼 걸, 

1.5배면 1500만원이 든다는 거임. 

실제 퀄리티 차이도 별로 없는데 돈 부터 더 붙는 게 개 빡쳐서 

최대한 웨딩 프리미엄 없이 업체들 내가 하나하나 다 컨택해서 알아봄. ㅋㅋ

제일 문제가 된 게 식비였는데 

웨딩홀 식비가 최소 5.5만원부터 시작. -_-;; 

내가 졸업한 대학 동문회관에서도 결혼 대관 지원하는데 

거기가 5.5만원. 그 보다 싼 곳은 못봄. ㅋㅋㅋ 

오히려 대관비는 싸고, 식비에서 남겨먹는 구조로 보임. 

그래서 케이터링 업체 샅샅히 뒤져서

결혼프리미엄 없는 일반 기업 행사 케이터링 업체로 컨택. 

스테이크 없애고, 

내가 예전에 요식업계에도 일한 적이 있어서

직접 레시피 짠 것도 추가하고해서 

식비 1인 2.8만원에 계약. 

여기에 케이터링 비용(출장.데코) 추가해서 1인 기준 3.2만원으로 계약함. 

식비를 일반 웨딩홀 절반으로 줄인 대신, 

공간 대관은 줄일 방법이 없었다. ;;

250만원 (보통은 웨딩홀 50~200만원 내외로 계약)으로 공간 계약 하고

꽃장식이 문제였는데, 꽃장식은 그냥 없애버림. 

대신 이벤트 초를 500개 정도 빌려서(50만원) 때웠고

술은 요즘 예쁘고 깔끔하게 잘 나오는 전통주랑 바틀로 먹는 맥주로 대체. 

소주는 안넣음. 웨딩파틴데 소주 들어가면 고주망태들 나올 거 같아서 일부러 뺐음. 

스드메 중 스튜디오는 전여친이 고양이 워낙 좋아해서 셀프 사진관 고양이랑 같이 찍을 수 있는 곳 찾았는데 

30만원 내외로 비용 해결했고, 스튜디오의 포토샵 보정 서비스가 어설퍼서 

인터넷으로 3만원 주고 추가 보정 맡김. 

스튜디오 촬영 때 의상 대여했는데, 이게 좀 비쌈. 사진용 의상이 50만원 정도 꺠임. 

행사 당일 의상은 양가 부모님 의상 각 100만원씩 200만원, 

그리고 우리 의상은 합쳐서 100만원 정도 들었음. 

특히 전여친이 이벤트용 의상을 구입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저렴해서 의상 비용이 나름 합리적으로 나옴. 

메이크업은 돈 씀. 

양가 식구, 신랑신부 합쳐서 100만원 나옴. 

결혼식 당일 사진도 아낄 생각 안하고 돈 씀. 100만원 정도 쓴 듯. 

그 외 결혼식 직접 준비하니까

청첩장, 방명록, 축의금봉투, 입장권(식권) 등등 모든 걸 다 직접 만들어야 함. ㅋㅋ

그냥 다 했음. 

체크리스트만 수 백개 나오더라. 

그리고 당일 현장 운영 인력은 따로 고용해서 

운영 알바 3명에 MC 1명, 그리고 PM 한명 써서

170만원 정도 썼음. 

식비 250만원 (80명) 

주류 30만원

대관비 250만원

결혼식 프로그램비 100만원

운영인력 170

스드메 400

신혼여행 300 (태국치앙마이)

기타 100만원

합계 1600~1700정도로 결혼식 끝냄. 

비용은 생각보다 아낀 것 같진 않은데, 

그래도 여자친구 소원 하나 들어준 거 같아서 좋았음. 

2. 난이도

딱 요 프로그램으로 전문 웨딩이벤트 업체 문의 해봤는데, 

종합견적이 3000만원 나왔음. ;; 

내 입장에서는 3000만원 이벤트 기획 하나 한 건데, 

일반 사람이 하기에는 디게 딱셀 듯. 

그냥 이벤트 업체에 맡기거나 

웨딩홀에서 하는 게 나음. 

특히 내가 PM이었는데, 현장 운용은 신랑이 하면 안되기 때문에 

별도 운영자에게 맡겼는데. 이게 좀 아슬아슬 했음. 

결국 몇 개 가벼운 사고도 터지고 ,

아쉬운 점이 있긴 했지만. 그럭저럭 만족했음. 

또 조심스러웠던 건, 

자꾸 결혼식에 이벤트 비전문가인 양가 부모님이 개입하려 한다는 거임. 

이거 때문에 초반부터 그냥 부모님 아무것도 하지 말고 

심지어 예물예단도 안함. 

상견례 전에 나랑 전여친이 모든 일을 다 끝내 놓고, 

상견례에는 덕담만 나누고 옴, 

처음에는 부모님도 불안해했는데, 

나중에는 그냥 아무것도 안해도 되어서 좋아하셨음. 

그리고 여자친구도 이벤트 기획 경험 없어서, 

한 두 번 정도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발생해서 싸운 적도 있음. 

결혼식 하면서 많이들 싸운다는데, 

나는 그냥 내가 이 분야 경력자니까 전여친이 맡겨줘서 싸움은 별로 없었는데

만약 비전문가 2명이 직접 파티 만든다고 하기 시작하면 

싸움 장난 아닐 듯. 

그러니 그냥 웨딩업체 맡기는 게 훨씬 나음. 

결혼식 준비하다 이혼 할 수 있음. -_-;; 

3. 만족도 

일단 직접 결혼식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아주 높음. 

손님들 한 명 한 명 우리가 만든 이벤트와 음식과 공간 분위기 등에서 

같이 놀다 가는 거라. 끝나고 나서도 기분이 좋고 계속 이야기하게 됨. 

앞서 이야기한 난이도 문제로 프로그램에 약간 문제가 있긴 했지만. 

뭐 어차피 술 마시고 노는게 더 중요한 행사라서 

왠만한 문제는 드러나지도 않음. 

특히 어르신들이 너무 많이 오는 행사라서

젊은 사람들이랑 어른들이랑 어울리기 힘든 문제가 있었는데 

술을 좀 힙한 전통주로 선택하고 나니. 

어른들도 아주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가 됨. 

부모님 만족도도 아주 좋았음. 

4. 신혼여행

신혼여행은 결혼식 신경 쓸게 너무 많아서 

신경을 거의 못썼는데, 

전여친이 힐링의 도시로 가고 싶다고 해서 

태국 치앙마이로 선택. 

원래는 한 500정도 예상했는데, 

치앙마이 물가가 워낙 싸서 300만원 썼는데 

귀족처럼 놀다옴. 

특히 신혼여행은 준비 시간 부족으로 가이드를 썼는데, 

생각보다 태국 사람들 너무 친절하고 

음식 맛있고 볼거리 많고. 

가이드 프로그램으로 고급 여행부터 배낭여행까지 컨셉 밸런스도 잘 잡아서 

진짜 재미있게 놀아옴. 

5. 귀국 후

금요일 밤에 한국 복귀 후 

지금까지 한식 먹으면서 전 여친과 이별을 아쉬워하고 있음. 

근데 축의금이 좀 많이 남아서, 개이득 봄. 

현 부인이랑  결혼 또 할 방법 없냐고 야랄 하면서 여운 즐기고 있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