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스타일 이미준, 함께 일하기 좋은 인재? “주어진 제약조건 속 차선책을 찾아내고 실행

13년째 이커머스 만드는 기획 일을 하고 있는 카카오스타일 프로덕트오너 이미준
대기업과 스타트업 IT 문화 차이? 비교하는 건 무의미…회사 크기 문제가 아닌 IT 조직을 ‘전산실’로 보느냐 ‘프로덕트조직’으로 보느냐의 차이
함께 일하기 좋은 인재? 주어진 제약조건 내에서 차선책을 찾아내고 실행하는 사람!
신입으로서 함께 일하고 싶은 좋은 인재? ‘열정적인데 무리하지 않는 사람’'
카카오스타일 이미준 프로덕트오너 “이커머스 산업이 아닌 시스템적인 면에서는 경계없는 보편화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

카카오스타일 이미준 프로덕트오너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13년째 이커머스를 만들고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는 이미준 프로덕트오너는 롯데그룹 공채 72기로 입사해 온·오프라인 서비스가 공존하는 환경에서 9년간 이커머스를 만들었고, 실패와 성공이 뒤엉킨 현장 속에서 온라인 사업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현재는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인 ‘카카오스타일’에서 프로덕트 오너로 일하고 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문화를 모두 체험한 시니어 기획자가 되어, 막연했던 꿈에 이제는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다.

삶 속에서 보고 듣고 생각한 것들을 모두 전하는 사람이 되고자 그는 서비스 기획자의 생생한 현장 모습과 그 속에서 고민한 것들을 담은 글을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하면서 ‘도그냥’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IT 뉴스 ‘아웃스탠딩’에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다양한 플랫폼에서 이커머스에 관한 글과 강의를 만들어 주니어들의 ‘랜선 사수’를 자처하고 있다.

‘문과생 이커머스 기업에 취업하기’라는 탈잉 클래스를 통해 IT 기업에서 일하는 방법과 노하우를 전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현업 기획자 도그냥이 알려주는 서비스 기획 스쿨’ ‘코딩 몰라도 됩니다’ ‘대한민국 이커머스의 역사’가 있다.

이미준 프로덕트오너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하는 일, 가치, 의미, 이커머스 미래, 비전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다음은 이미준 프로덕트오너 인터뷰 내용이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13년째 이커머스 만드는 기획 일을 하고 있는 이미준입니다. 13년 동안 UX 기획자, 서비스 기획자, 프로덕트 오너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요.

직무명은 회사와 업무의 지향점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고, 근본적으로는 개발자, 디자이너와 같은 메이커들과 같이 온라인 서비스 프로덕트를 만들고 개선하기 위한 범위를 지정하고 방향성과 정책을 수립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카카오스타일에서 프로덕트 오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 직무가 모호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보니 온라인상에서 ‘도그냥’이라는 이름으로 제 직무와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자주 하게 되었고, 그게 강의와 책으로 이어져 저의 습관이 되었습니다. 출간한 책으로는 ‘현업 기획자 도그냥이 알려주는 서비스 기획 스쿨’ ‘코딩 몰라도 됩니다’ ‘대한민국 이커머스의 역사’가 있습니다.

Q. 성균관대학에서 사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고려사이버대학교 융합정보대학원에서 정보학 석사를 취득해 막내 방송 작가, 드라마 작가 어시스턴트, 뮤직비디오 연출, 공연 기획, 무역회사 사무보조, 마케팅 대외활동 등등 여러 다양한 경험들을 하셨는데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일까지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선후 관계가 조금씩 다른데요. 먼저 말씀 주신 다양한 일들은 제가 성균관대학교에서 사학과 경영학을 전공하던 시절에 열심히 도전해 본 일들이었습니다. 요즘 말로는 ‘찍먹’이라고 할까요? 막연하게 ‘기획자’라는 직업이 하고 싶었고, 그래서 다양한 대상을 기획하는 곳들을 기웃거리면서 저에게 가장 맞는 시장을 찾고 싶어 했었어요.

무역회사 사무보조나 마케팅 대외활동은 그 과정에서 수익이나 스펙을 쌓기 위해 했던 일이라면 콘텐츠나 공연을 만들어내는 일들은 일종의 ‘기획자로서의 자질’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결국 취업 준비 시기에 스마트폰이 국내에서도 완전히 자리 잡게 되면서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온라인 서비스를 만드는 기획업무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어필한 끝에 공채 신입이라도 잘 받지 않던 UX 기획팀(실제 업무는 UX보다는 서비스 기획)에서 인턴으로 시작할 수 있었죠.

정보학 석사를 취득하게 된 것은 열심히 회사에 다니고 있으면서 좀 더 탄탄한 직무적 베이스를 갖고 싶다고 생각했고 여러 가지 고심 끝에 선택한 학교였습니다.

온라인 프로덕트를 만드는 일에서 디자인 대학원이나 컴퓨터 사이언스도 고민을 했었지만 제가 하는 일은 다양한 정보의 얼개를 엮어 필요한 만큼의 프로덕트 변화를 정의하는 것이기에 조금 더 학술적이면서 다학제적인 융학정보학을 선택해서 석사를 수료했습니다.

UX 기획자, 서비스 기획자로 불리다가 지금은 프로덕트 오너라는 이름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요. 단일 도메인에 국한된 프로덕트 팀에 속해있다가 지금은 특정 도메인이 아니라 넓게 볼 수 있는 팀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적인 부분을 더 중요하게 보고 여러 개의 프로덕트에 연결된 목표를 정의하는 글로벌 프로덕트매니저를 모토로 일하고 있습니다.

Q. 13년째 이커머스 만드는 일을 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그중에서 프로덕트 오너(PO)로 일을 하고 계신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이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은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다 다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일의 가장 기본적인 층위는 프로덕트를 기획하고 만드는 일이에요. 보통 개발은 개발자가 하고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하는데요. 사실 이렇게 두 사람만 있어도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한정된 시간 내에 정말로 필요한 일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 중요하고, 또 어떤 정책을 세워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만족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정해야 하는 것까지 하려면 효율적으로 일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이 프로덕트 오너입니다. 이름에 오너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어서 뭔가 진두지휘하거나 명령(?) 하거나 하는 느낌일 수 있지만, 메이커(개발자, 디자이너)와 현업자들 사이에서 수평적으로 일하면서 회사에서 나아가는 방향성에 맞게 협업해나가는 일이에요.

서비스 기획자와 프로덕트 오너, 프로덕트매니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이름에서 오는 업무상 큰 스펙트럼의 차이가 있다기보다는, 속한 조직에서 원하는 중요도의 판단이나 의사결정의 수준이 조금씩 다르고 개발, 디자인적인 이해도에 대한 수준의 차이가 조금씩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구체적으로 제가 지금 하는 일은, 다른 질문에서 잠깐 말씀드렸듯이 지금은 글로벌 프로덕트 매니저(Global Product manager)를 모토로 일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프로덕트 매니저의 ‘글로벌’은 해외 서비스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프로덕트에 걸친 일을 의미하죠.

회사에서 명확하게 직무명을 분리해두진 않아서 프로덕트 오너로 호칭은 되어 있지만 특정한 프로덕트 팀에서 벗어나서 비즈니스적 목표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도메인 프로덕트에 필요한 것들을 일관성 있게 연결해서 정의해서 프로덕트 팀과 협업하며 오픈까지 쭈욱 챙겨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Q. 인터뷰하신 내용을 보니까 “살아있는 실무 지식을 가르치기 위해 가능한 한 오래 현업에 머무르는 게 목표”라고 말씀하신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현재 어떤 가치로 일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물론 제 직업이 전문 강사는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2016년부터 직무관련 브런치 블로그를 시작으로 강의 등 다양한 매체에서 많은 주니어와 취준생들을 만나올 수 있었는데요. 바쁘게 살다 보면 자신의 일에 대해서 너무 익숙해져서 습관적으로 하다 보니 오히려 자신의 일의 디테일을 누군가에게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있거든요.

브런치와 같은 블로그나 유튜브, 강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제가 하는 일을 설명하면 내가 선배들에게서 배워온 행동들이나 자연스럽게 터득한 것들 것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해서 이유도 찾고 근거도 찾을 수 있더라고요. 자신의 일을 마치 제3자처럼 새롭게 보는 거죠. 그런 새롭게 보는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의 일에 대해서 더 깊게 고민할 수 있고 스스로 일에 대해서 성숙해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질문에 언급해 주신 이야기는, 저처럼 일부 강의나 책을 내신 분들 중에 간혹 아예 실무를 떠나서 직업 강사로 전업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럴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어요. 만약에 그렇게 한다면 제 지식은 가뜩이나 빠르게 변화하는 IT업계에서 과거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가능하면 현장에서 일하면서 제가 나의 일에 대해서 계속 기록하고 생각을 나누고 싶어요. 물론 정답이 아니라 하나의 레퍼런스로요. 그래서 외부 활동도 잘 하려면 회사 일을 더 열심히 생각하고 주어진 일을 더 진지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루트로 공부도 더 하고 적용도 해보고 그래야 또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제 강의나 글을 보시면 매년 조금씩 시야도 넓어지고 성장하는 것들이 보이실 거예요. 생각이 바뀌거나 더 이해도가 넓어진 것들도 있어요.

그럴 경우에도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는 편이에요. 제 일에 대한 생각 변화도 어쩌면 연차나 경험에 따른 변화의 레퍼런스일 수 있으니까요.

Q. ‘도그냥’이라는 이름으로 브런치 작가 활동 중이신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생각보다 이 닉네임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 편인데요. 아마도 왜 저런 멋도 없고 IT와 상관없는 이름인지 궁금하신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추측하시는 건 개와 고양이를 합친 ‘도그+냥’ 이렇게도 추정하시는데 그것도 정답은 아닙니다.

도그냥은 그저 온라인상에서 오랫동안 쓰인 제 이름 같은 거예요. 14살 중학생 때 얼굴이 강아지상이라서 별명 중에 강아지 견종 관련된 별명이 많았는데 유치한 나이 때라서 아이디를 ‘도그’라고 정했고 당시에 유행이 친구들끼리 귀엽게 부를 때 ‘~냥’ 이런 식으로 이름 뒤에 ‘양’을 변형해서 불렀었어요.

그래서 이후에 네이버 블로그로 휴학 멘토 블로그를 운영할 때도 도그냥이었고, 회사를 다니면서 이제 일에 대한 이야기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한 6년 차쯤일 때도 그저 도그냥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거예요.

매번 말씀드리지만, 요즘 유행하는 ‘퍼스널 브랜딩’이나 ‘N잡러’ 그런 것을 노린 거라면 이것보단 멋있는 필명을 정하지 않았을까요? 특별한 뜻도 포부도 없는 이름이지만 오프라인에서 제 이름이 ‘이미준’이듯이 온라인에서는 ‘도그냥’입니다. 그래서 아이를 낳은 요즘 ‘워킹맘’으로서의 ‘도그냥’도 조금씩 글을 쓰고 있답니다.

Q. 대기업과 스타트업 IT 문화를 모두 다 경험하셨는데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약 10년간 다닌 대기업을 떠나서 스타트업 업계로 온 지가 이제 만 3년, 햇수로 4년째입니다. 저도 제가 떠나오기 전부터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나눠서 비교하는 아티클이나 경험담을 정말 많이 봤었어요. 제가 겪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각오도 더 많이 했죠.

지금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 보면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IT업계로서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 같아요.

대기업에서 나와 창업하신 분들 중에는 대기업 문화를 작은 스타트업에 그대로 이식하신 분들도 계신 것 같고, 일부 스타트업은 이제 규모가 너무 커져서 대기업의 문화와 비슷하게 성장해버린 곳들도 있으니까요.

대기업은 안정적이지만 절차가 많고 답답하고, 스타트업은 자유롭고 속도가 빠르지만 체계가 없다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이제 스타트업의 규모가 커져서 맞지 않다고 봅니다.

마치 게와 킹크랩이 발의 개수도 다른 전혀 다른 종이지만 비슷하게 수렴진화하듯이 말이죠. 반대로 일부 대기업들 중에는 어떻게든 스타트업처럼 변하려고 조직구조를 뜯어놓는 곳도 있고요.

저는 이제 다른 비교 기준을 두면 좋겠어요. 책 ‘코딩 몰라도 됩니다’에서도 썼던 이야기지만, 회사의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IT 조직을 ‘전산실’로 보느냐 ‘프로덕트 조직’으로 보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전산실로 보는 곳이라면 회사 차원의 비즈니스와 전략에서 모두 정해놓은 것을 마치 사내에서 외주처럼 수행을 하는 것만 요구하는 방식이죠.

온라인 서비스는 그저 도구랄까요. 프로덕트 조직은 회사의 비즈니스를 구현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필수적인 서비스 그 자체로 보는 거죠.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 그 자체가 온라인 서비스라고 인정하는 거예요.

그에 따라서 회사의 대화나 성장에 대한 고민, 사용자를 대하는 관점 모두 달라요. IT 조직에서 일하는 방식도 그 사상을 많이 따라가게 되어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게 2015년 이후 급격하게 성장한 IT 스타트업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일 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기능조직, 목적 조직 같은 이야기나 프로젝트 방법론이 폭포수인가 애자일인가, 권한 위임을 통한 의사결정 단계가 얼마나 줄어드는가 이런 부분에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갖지만, 이건 정말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것 같아요.

어떤 사이즈와 규모의 회사에 있더라도 의사결정의 단계가 축소되고 권한 위임이 많이 되면 노동자들에게는 좋다고 느낄 것이고, 지금처럼 불황기에 이익화를 해야 할 때는 스타트업으로 대표되는 에어비앤비와 같은 곳도 중간 단계의 기획자를 모두 줄이고 위에서 탑다운으로 내려오는 프로젝트를 빠르게 수행하는 것에 포커싱을 맞추기도 하니까요.

Q. 조직문화 관점에서의 차이점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조직문화는 규모와 자금 확보의 측면이 크기 때문에 케바케가 아닐까 생각해요.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든 시대적인 변화가 크단 생각이에요.

과거에 ‘새벽별 보기 운동’ 시절에는 대기업이야말로 회식부터 야근까지 과도한 노동의 상징이었다면 지금은 어느 기업보다도 52시간 근무를 준수하잖아요. 제가 신입 때였던 2011년만 해도 아무 이유 없이 팀원들 눈치를 보면서 8시에서 9시 퇴근을 했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대기업들이야말로 더 많은 사람들이 정시 퇴근을 하죠. 회사 차원에서 컴퓨터를 꺼버리기도 하고요.

스타트업의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한때 위워크의 맥주나 보드게임으로 대표되는 즐거운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편견처럼 박혀 있는데요. 최근 스타트업들도 뉴스에서 보셨겠지만 투자 불황기에 IPO도 쉽지 않아서 그런 보여주기식 복지는 많이 줄이고 비용 효율화에 힘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진짜 중요한 조직문화의 차이는 대기업은 전문 경영자가 많고, 스타트업은 오너 경영자가 많은 것에서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서로 양단간의 장단점이 있죠.

전문 경영자 체계는 1년 내 성과가 가시화되어야 연임이 되기 때문에 보여주기식 프로젝트가 연말에 생길 수밖에 없고, 오너 경영자의 경우는 일부 프로젝트는 우직하게 밀어붙이지만, 정말 운영상 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큰 피해를 입기 때문에 오히려 가차 없이 회사 내 인원을 정리할 수 있는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스타트업의 구조조정이 대기업의 희망퇴직보다 갑작스럽고 빠르게 진행되는 것에는 이런 이유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상황적 차이이지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라고 보기만은 어렵죠.

Q. ‘코딩 몰라도 됩니다’ ‘대한민국 이커머스의 역사’ ‘현업 기획자 도그냥이 알려주는 서비스 기획 스쿨’ 등의 책을 집필하셨는데 책을 쓰시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저의 책은 그냥 하나의 레퍼런스들이라고 생각해요. 사학과 출신이라 시대의 기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모든 기록들은 하나의 ‘사료’가 되어 이후에 현재를 추정할 수 있게 해주니까요. 그런데 현대의 제가 하는 일은 역사가 그렇게 길지 않은데도 기록이 잘 남아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당장 서비스 기획자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국내 현장과 맞지 않는 외국 기록물만 보고 현장과 다르게 생각하건 공부하고 와서 입사 후에 당황하는 경우도 많았죠. 글도 강의도 대부분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어떻게 일했고 성장했는가를 담고 싶었어요.

서비스 기획 입문자를 위해서 10년간의 업무에 대한 생각과 3년간 진행했던 강의 내용을 담았던 것이 첫 번째 책이었고, IT 서비스로서 이커머스를 다루는 회사에 입사하고 싶어 하는 비개발자를 위한 책이 ‘코딩 몰라도 됩니다’였어요. 그리고 ‘대한민국 이커머스의 역사’는 정말로 제가 일하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세상에 대해서 시대순으로 엮은 기록물이자,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의 생각이 담긴 사료죠.

지금 당장은 이 직업과 업종의 세계로 오려는 분들에게 현장감 있게 전달하고 싶었고, 나중에 이 책들이 이 시대의 대한민국 이커머스와 서비스 기획자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는 사료가 되면 좋겠어요. 그래서 책과 글은 가급적 꾸준히 계속해서 써나가고 싶습니다.

Q. 13년 동안 현업 실무자로 계시면서 여러 다양한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되셨을 텐데 작가님이 생각하셨을 때 함께 일하기 좋은 인재는 어떤 인재일까요?

주어진 제약조건 내에서 차선책을 잘 찾아내고 실행하는 사람이요. 이상적으로 완벽한 대안이나 상황을 떠올릴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일에는 여러 사람의 의견의 차이나 제약조건들이 있기 마련이에요. 유관부서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거나, 전략과 충돌도 있을 수 있고 우리 회사의 온라인 서비스 시스템의 구조적 제약도 있을 수 있죠.

제가 아는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은 그런 한계를 만났을 때 화를 내고 우기거나 짜증을 내는 것이 아니라 그 한계를 가능한 구체적으로 이해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차선을 찾아서 실행하는 사람이었어요. 애초에 완벽한 기획은 있을 수 없거든요. 진행되면서 만나는 많은 제약조건들에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차선책을 찾아가되 중요한 방향성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고 실행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분들이 정말 존경스러워요.

물론 신입에게 이런 역량을 바라지는 않아요. 이것도 경험이 쌓여야 용기도 생기고 차선책을 찾는 힘도 생기니까요. 신입으로서 함께 일하고 싶은 좋은 인재는 ‘열정적인데 무리하지 않는 사람’인 것 같아요.

만화 ‘미생’에서 나오는 단어인데 제 나름대로 와닿는 게 있더라고요. 열정이 엄청난 성과나 욕심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못하는 것을 만났을 때 인정하지 못하고 무리해서 혼자 끙끙 앓기보다는 본인이 못하는 것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주변인들에게 많이 묻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고 성장하려는 사람은 유연하고 무리가 없어요. 물론 항상 어렵고 힘들겠지만 마음이 단단한 사람들이죠.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고 뒤에서 찾아보려 해도 직무 특성상 회사 밖에서 다 배울 수는 없어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고 동료들과 투명하게 소통하며 함께 해나가려고 것은 성장을 위해 가장 큰 용기인 것 같아요.

Q. 요즘 MZ 세대들과 소통하는 것으로 리더분들이 많은 어려움들을 겪고 계신데 작가님은 어떠십니까? 잘 소통하며 일하고 계십니까?

제가 있는 조직은 모두 영어 이름으로 부르고 협업을 해요. 직책은 있으나 직급이 없다 보니 대략적으로 ‘과장님이니 몇 살이겠구나’ 이런 것들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냥 얼굴 보고 젊어 보이면 나이가 젊은가 보다 해요. 그래서 서로 나이에 대해서 아예 모르고 동등하게 일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협업에 있어서는 MZ 세대와의 소통이랄 게 힘들 게 없습니다. 서로 동일하게 존중하고 무시하지 않고 대하면 되거든요. 제 직무상같이 일하는 주니어 PO가 있다고 해도 경험이 적을뿐이라고 생각하고 좌지우지하며 참견하지 않으면 동등하게 일할 수 있어요.

그리고 뭔가 질문이 있거나 다른 생각이 있다고 하면 서로 충분히 대화해서 서로에게 설득하거나 이해할 기회를 갖는 게 좋은 것 같아요.

Q.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시고 유튜브도 하시고 현업으로 실무도 진행 중이신데 평소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하십니까? 특별한 시간관리 비법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일단 업무시간에는 다른 일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간혹 업무 특성상 오류가 있어서 주말이나 저녁 시간대도 대응을 하거나 밤에 기획을 구체화하거나 해야 할 때도 있어요. 계속 이 일을 해왔기에 이런 부분들은 자연스러워요, 직무 특성상 시간을 오래 쓸수록 고민을 많이 할 수 있어요.

대신에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문서 작업을 아름답게 하는 것보다 내용에 신경 쓰는 편이죠. 전에 EO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가 욕을 먹은 적이 있는데, 밤에 자기 전에 회사 노션이나 Jira를 한번 보고 자요. 그래야 다음날 무슨 일을 할지 정해둘 수 있어서 아침 시간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할 수 있고, 잠자리에 누워서 미리 처리할 방향들을 생각을 해둘 수도 있거든요.

(사진출처: 유튜브 ‘도그냥’ 캡처)

회사에서 대외활동 시간에 대한 규정이 생기면서 저 스스로 일주일간 얼마나 시간을 쓰는지 한번 체크를 해봤는데요. 생각보다 정말 시간 소모를 많이 하지 않더라고요. 브런치 작가나 유튜브 모두 비주기적으로 운영해요. 일주일에 1번 글을 쓸까 말까하죠. 글을 쓴다고 하면 그 소요시간은 1~2시간 정도예요.

유튜브 영상은 더 심해요. 어떤 때는 한 달간 1개도 안 올려요. 찍는데 2시간, 편집에 2시간 정도면 총 4시간 정도예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자막을 최소화하고 퀄리티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이렇게 따지니까 일주일에 다른 일을 하는 시간은 최대 4~5시간 정도더라고요.

주말이나 퇴근 후에 나누면 충분히 가능한 시간이죠. 저는 재미로 운영하는 사람들이고 ‘장기적으로 부지런한 것’을 꿈꾸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글을 쓰자 거나 영상을 찍자거나 압박하지 않아요. 그냥 하고 싶을 때 떠오르는 것이 있을 때 실행해버리고 마는 거예요.

아마 제가 다른 분들보다 시간을 더 낼 수 있는 이유라면 넷플릭스나 드라마를 꾸준히 보는 게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 같아요. 그 4-5시간도 회사 일이 너무 바쁘거나 육아가 힘들어지면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으려고 안 해요. 블로그든 유튜브든 억지로 자주 하는 것보다 일관성 있는 콘텐츠가 쌓이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사진출처: 유튜브 ‘도그냥’ 캡처)

그리고 제가 찍은 강의들은 대부분 온라인 VOD라서 일회성으로 촬영을 합니다. 그래서 광고가 계속해서 돌고 하니 제가 뭔가 계속 다른 일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건 이미 지나간 과거에 쪽져서 사용한 시간들이에요. 그 광고를 보실 때 저는 회사일을 하거나 아기를 보고 있을 거예요.

그 외에 굳이 시간관리라고 한다면, 예전에는 책을 보기 위해서 운동 시간과 샤워시간을 활용했었어요. 보이스 모드로 e-book을 틀어두며 러닝하거나 샤워를 하면서 듣거나 보기 좋았거든요. 지금은 육아 때문에 기존보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편이라 육퇴 후에 침대에 누워서 태블릿으로 책을 조금 보고 자는 편이에요.

저는 정해둔 루틴은 없어요. 루틴이라고 정해두고 못 지키면 자신을 괴롭히는 방식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그저 생각날 때 한 가지 실행을 해보는 것을 중요시하고, 스스로 무엇을 해냈는가를 통해서 자신감을 얻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고등학생 때부터 ‘Done list’를 써요. 매일매일 무엇을 했는지 계획하지 않고 완료한 것들을 쓰고 마무리해요. 그게 가득 쌓이면 굉장히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시간관리를 못하는 것에 항상 자신감이 없는 분들이라면 저처럼 ‘내가 무엇을 실행했는가’에 초점을 두고 자존감을 높이시면서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해보시길 추천드려요.

Q. 콘텍스트를 장악한 플랫폼이 살아남는다고 하셨는데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희 업계에는 Job-to-be-done이라는 이론이 있어요. ‘사용자들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잘 줄 수 있는 서비스를 고용한다’고 한 문장으로 설명하는데요. 의역을 해보면, 사용자들은 어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TASK)가 생겼을 때, 그것을 가장 잘 해결해 줄 수 있는 첫 번째 서비스를 선택한다는 거죠. 비슷비슷한 경쟁자가 아무리 많아도 그 구체적인 문제에 적합한 한 가지만 선택이 돼요. 그런데 그 문제는 컨텍스트에 따라서 다르게 세분화될 수 있어요.

평소에 콜라를 자주 마시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세요. 이 사람을 위한 음료수 판매 서비스는 콜라를 추천하면 팔린다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이 사람이 방금까지 추위에 덜덜 떨고 있었다면 어떨까요? 따듯한 핫초코를 살 수도 있어요. 이게 바로 컨텍스트(Context)의 차이에요.

배달의민족과 쿠팡 이츠, 마켓 컬리는 모두 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 이커머스에요. 앱 별로 선호도 조사를 한다면 등수가 생기겠죠. 하지만 실제 사용할 때 사용자의 컨텍스트에 따라 앱 선택이 달라져요. 지금 당장 배가 고픈 사람은 마켓 컬리를 선택하지 않겠죠. 쿠팡 와우 회원이라서 상시할인이 되는 사람은 쿠팡 이츠를 선택할 거예요.

배달의민족에서 픽업 할인을 받으려는 사람은 배달의민족을 쓸 거고요. 사람의 컨텍스트는 많이 달라요. 동일한 물건을 판다고 해도 사용자의 컨텍스트에 꼭 맞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서 머릿속에 인지시켜둘 수도 있고, 포인트를 지급하거나 할인을 인식시켜서 컨텍스트를 만들어줄 수도 있어요.

이런 컨텍스트를 많이 확보할수록 그 플랫폼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죠. 그리고 플랫폼은 확장이 용이해서 더 많은 사용자와 판매 대상을 확보하려고 해요 결국 목표는 컨텍스트를 많이 확보해서 입도선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향후 이커머스의 미래는 어떻게 발전될 것으로 보십니까?

이커머스 시장에 대해서 요즘 평가들이 안 좋죠. 시장 포화되었다는 이야기도 많고 비용 대비 이익화를 내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자사몰과 종합몰, 오픈마켓 형태와 빠른 배송, 새벽 배송의 싸움, 해외 진출 등 사업적인 면에서는 시대적 관전 포인트들이 있었죠. B2C 유통은 원래부터 10원 싸움이었어요.

실제 현장에서도 10원 마진을 더 내기 위해서 사활을 걸고, 고객들도 10원이라도 할인해서 구매하기 위해서 예민해하거든요. 그래서 제조업이나 클래식한 오프라인 유통에 비해서 흑자를 내기가 쉽지 않아요. 이제 TOP2인 쿠팡과 네이버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이 명확해졌고 오프라인 유통까지 넘어설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죠.

그 외에 중소규모의 이커머스들은 당분간은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문장이 지배하는 내실다지기의 시간이 될 거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프로모션 비용만 투자해서 규모만 키운 경우는 오래 버티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지금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스템을 잘 정비해야 할 시간이에요.

이커머스 산업이 아닌 시스템적인 면에서는 경계 없는 보편화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대한민국 이커머스의 역사’에서도 말했듯이 판매 대상이 있고 결제 서비스가 있으면 이커머스의 시스템적 구조를 따라가게 돼요.

건별 혹은 구독 형태의 프리미엄 기사를 발행하는 언론사나 온라인 교육 업체들은 프로모션 할인으로 경쟁하는 이커머스적인 운영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했죠. 그런 의미에서는 이커머스가 운영되는 구조적인 형태나 비즈니스적인 움직임에 대해서 잘 이해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필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Q. 앞으로의 비전과 계획에 대해 궁금합니다.

정말 좋은 장래희망은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라고 했어요. 저 역시 제 앞으로의 비전과 계획도 형용사로 생각하려고 해요.

‘계속해서 공부해서 성장해나가고 나의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는 현명한’ 그런 직업인이자 IT 하는 워킹맘으로서 ‘아이에게 디지털 시대를 잘 살아나가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는’ 엄마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런 길에 있어서 저에게 오는 기회들을 소중히 여기고 회사 일 열심히 하고, 성장하며 함께 나눌 수 있는 다양한 일들도 지속하려고 해요. 응원해 주세요.(웃음)

Q. 마지막으로 비즈니스와 일터에서 일하는 경영자와 리더들을 위해 격려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제가 창업자나 최상위 리더는 아니기 때문에 감히 짐작하자면, 연차가 오래되고 리더급으로 올라갈수록 많이 외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의사결정의 무게도 무겁고 해내야 하는 일의 복잡함도 높아지고, 그리고 복잡한 일을 재단하고 잘라내서 나눠주기도 해야 하고요.

때로는 다른 회사의 리더급의 사람들과 비슷하게 겪는 고민들을 나누면서 스스로 해내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위로를 해주는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모두 힘내세요.

글/이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