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공산’ 꽉 채운 무주 적상산 숨은 명소[투어테인먼트]

강석봉 기자 2022. 11. 17.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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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품은 적상산 사고
전통 먹거리 체험, 장안마을 삼굿구이
적상산을 한눈에 조망하는 적상산 전망대
진묵도예에서 체험하는 도자 예술
적상산 전망대 가는 길. 사진제공|무주군청


무주는 구천동이다. 대세 여행지는 오히려 무주의 맛을 식상하게 만든다. 이 구절양장의 33경은 무주를 향한 여행객의 진입장벽을 낮췄지만, 끝내 구천동 밖의 풍경은 순삭시켰다.

적상산의 깊어진 가을. 사진제공|무주군청


구천동의 유혹을 뿌리치면 무주의 미혹을 마주할 수 있다. 눈호강 풍광이란 킬링포인트를 내려놓으면 잊혔던 이야기가 다시 샘솟고 발길을 잡는 여운이 힐링포인트로 부활한다. 무주공산을 꽉 채울 비방은 멀리 있지 않다.

적상산 사고


적상산 사고와 적상호. 사진제공|무주군청


말씀은 중요하다. 하나님 말씀이나 부처님 말씀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모님 말씀이나 친구들의 조언이라고 하찮게 버릴 수는 없다.

무주에는 말씀의 기록이 있다. 이곳의 적상산 사고는 조선 왕조의 왕들이 내뱉은 말들을 모아 놓은 곳이다. 왕이라도 쉽게 열어 볼 수 없는, 내뱉은 그것들은 고스란히 역사로 남았다. 대개 사화의 출발이 왕이란 자가 그것을 훔쳐보고, 보복하면서 벌어진 일이니 어찌 보면 판도라의 상자일 수 있다. 하지만 저 기록이 분노 조절 장애자의 분풀이용으로만 쓰인 것은 아니다.

적상산 사고 드론샷. 사진제공|트래블팀


대부분은 치세의 잣대가 됐고 난세의 약방문이 됐다. 그래서 그 보존에 사관은 물론 백성과 승병의 분투가 끊이지 않았다. 소실과 산실의 걱정에 이곳 저곳에 이치 됐고, 망실분은 다시 필사해 역사의 구멍을 메웠다. 그리하여 세계사에 유래를 찾기 힘든 기록유산이 여태껏 우리 삶의 좌표가 됐고 국가 존망의 백년지대계가 됐다.

적상산 사고 내부 전시공간. 사진|강석봉 기자


적상산 사고는 강화 정족산 전등사, 평창 오대산 월정사, 봉화 태백산 각화사 등에 설치됐던 사고와 함께 조선 후기 5대 사고 중 하나다. 원래 묘향산 사고에 있던 실록을 광해군 6년(1614)에 적상산(해발 1034m)으로 옮겨왔다. 인조 19년(1641)에 이르러서는 왕실의 족보인 ‘선원록’을 소장한 선원전을 세워 사고의 온전한 모습도 갖췄다. 아쉽게도 일제 강점기 폐지됐고 실록은 한국전쟁 때 소실됐다.

적상산 사고의 전시물 중 조선왕실의 족보인 선원록. 사진|강석봉 기자


원래 적상산 사고가 있던 곳은 적상호 물 아래였다. 1990년대 무주양수발전소 상부 댐이 들어서면서 사고 터는 수몰됐고 현재 위치에 선원전과 실록전 건물을 복원했다. 지금은 사고라기보다 박물관 역할을 하고 있다.

장안마을 삼굿구이


삼굿구이로 만들어진 음식 개봉 장면. 사진|트래블팀


요즘 가을은 동작이 빠르다. 운치와 멜랑콜리로 마음속을 헤집어 놓고는, 그 화두에 범접할 틈도 주지 않고 그대로 달아난다.

가을 단풍은 현란한 미러볼의 오색창현한 추파가 난파장돼 내려앉은 무대와 같다. 입술 붉은 춘희가 그 입술보다 더 짙은 집시치마 펄럭이며 객석을 압도한다. 춘희에 반한 객석처럼 가을에 취한 여행객의 눈은 과투사된 가을 색감에 눈부셔 백태가 되고, 피부를 간질이는 바람은 여심을 꽁꽁 묶어 운신조차 못 할 정도로 강박한다. 가을은 취한다는 말이 제격이다. 그렇게 화양연화로 유혹하다가 파양으로 방점을 찍는다. 겨울을 준비할 새도 없이 우리를 팔아 넘긴다는 억울함이 없지 않다.

삼굿구이로 만들어진 음식. 사진|강석봉 기자


그나마 올해는 약방문 하나를 얻었다. 가을 끝에 마음 정리할, 여유를 찾게 하는 신줏단지가 무주 장안마을에 있었다.

맛보려면 2시간은 족히 걸리는 삼굿구이 체험이 그중 하나다. 삼베를 삶듯, 감자와 호박, 계란과 돼지고기를 돌 달궈 댓잎 덮고 흙으로 갈무리한 후 물 뿌려 증기로 쪄내는 슬로푸드가 삼굿구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고, 나아가 말 살찌우기가 전매특허인 가을의 자존심을 건드린 먹거리다. 그렇게 가을은 턱 괴고 앉아 언제 올지 모를 밥상을 기다릴밖에. 겨울을 그만큼 멀어져 간다.

삼굿구이를 첫 시작은 돌을 달구는 것으로 시작된다. 사진|강석봉 기자


이곳엔 감 무게도 이기질 못할 앙상한 감나무가 부지기수다. 세월에 뒤처진 어르신이 즐비해 누구도 따려하지 않으니, 여행객에게 몇과 내어주는 것은 일도 아니다. 가만히 보고 있잖이, 저 밥 다 먹으려 달려든 까치는 배 터져 죽을 각오를 해야 할 듯도 싶다. 까치밥이 남았으니, 계절은 그 이후를 예약할 수 없음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어르신들은 가을을 겨울로 밀어내려는 한파의 위세마저 진 빠지게 만드는 느린 걸음으로 시간을 지배하고 있으니, 장안마을에 발목 잡힌 가을은 버둥거려 봤자 제자리다.

■ 적상산 전망대

적상산 전망대. 사진제공|무주군청


적상산은 ‘붉은 치마’를 뜻하는 적상(赤裳)이다. 단풍이란 계절적 비유를 갖다 붙여도 좋지만 원래는 불그스름한 절벽으로 둘러싸인 모양새에서 따왔다.

그 자태를 한눈에 보고자하면 전망대가 필수다. 이 전망대는 발전소의 조압수조를 개조해 만들어 전망대치고는 거대하다. 발전소는 이름도 특이한 무주양수발전소다. 물을 끌어올려 발전한다는 뜻이다. 저수지도 양수기도 필요한 발전소인 셈이다. 이 전망대에 오르면 덕유산 능선을 바라볼 수 있고, 짙은 단풍이 내려앉은 해발 850m의 산 중턱에 있는 발전소의 상부 댐인 적상호의 조망도 가능하다. 360도 전망은 가슴 속을 탁 트이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적상산 전망대 드론샷. 사진제공|트래블팀


이 전망대는 차로 갈 수 있는데, 적상산 허리를 굽이 도는 고갯길은 단풍철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진묵도예


도자기 접시 만들기를 시연 중인 진묵도예의 김상곤 도예가.


체험 여행은 마음 공부에 도움이 된다. 무주 전통공예테마파크에서 도자기 빚기 체험할 수 있다.

이중 전통공예공방은 지난 2012년 무주를 대한민국 전통공예 장인들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설립됐다. 이곳에서 활동 중인 김상곤 도예가는 경기도 이천에서 작품 활동을 하다가 무주에 정착했다. 무주군은 공방의 작가들에게 창작 공간 등을 지원하고 작품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했다.

진묵도예의 전통 가마. 사진|강석봉 기자


김 도예가의 작품들은 생활 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도자기를 주로 만들어 투박하면서도 정감이 넘친다.

김 도예가는 “생활에 쓸 수 있는 실용성을 가미한 도자기는 오래 구울수록 강도가 강해진다”며 “불의 색깔로 온도를 감지하며 그릇에 색을 입히는 전통 가마 공법을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편리한 가스가마를 쓰지 않는다. 도자기를 빠르게 생산해 낼 수 있는 전기가마도 그의 관심사는 아니다. 그저 묵묵히 전통제작법을 고수하고 있다. 전통 가마를 짓고, 그것의 온도를 몸으로 살펴 도기를 구워낸다. 이 역시 느림의 미학이다.

진묵도예 김상곤 도예가.


그는 “기압 등에 따라 도자기를 굽는 환경이 달라진다. 그간의 경험을 살려 불과 그릇과 가마 앞에서 혼연일체가 될 때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 노하우는 책으로 엮어 나왔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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