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한 두 번째 암살 시도가 수사 중인 가운데 용의자가 사건 현장 근처에서 12시간을 기다린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법무부는 16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 용의자로 지목된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를 유죄 선고를 받은 중죄인에게 금지된 총기 소지 및 일련번호를 지운 총기 소지 등 2건의 혐의로 기소했다.

CNN에 따르면 두 혐의는 수사를 진행하는 동안 라우스를 구금하기 위한 것으로, 수사가 진행 이후 추가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기소장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던 비밀경호국(SS) 요원은 전날 오후 1시 31분께 골프장 가장자리를 걷다가 덤불 사이에서 소총으로 보이는 물체를 보고 그 방향을 향해 사격했다.

용의자는 나무에서 나와 닛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달아났고, 오후 2시 14분께 I-95 고속도로에서 체포됐다.
해당 닛산 SUV는 도난 신고가 된 2012년형 포드 트럭의 번호판을 부착하고 있었다.

용의자가 있던 장소에서는 디지털카메라, 2개의 가방, 조준경을 장착하고 장전된 SKS 계열 소총, 음식을 담은 검은 플라스틱 봉지가 발견됐다.

용의자는 당초 AK-47 계열의 소총으로 무장한 것으로 보도됐으나 기소장에는 SKS 계열로 나왔다.
해당 소총의 일련번호는 지워진 상태라 맨눈으로 읽을 수 없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연방수사국(FBI)이 구매 이력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일련번호를 복구하려고 소총을 버지니아주 콴티코에 있는 수사실로 보냈다고 밝혔다.

기소장에 따르면 라우스는 2002년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등록되지 않은 대량살상무기 소지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고, 2010년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도난품 소지 혐의 등으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

수사 당국이 라우스의 휴대전화 기록을 조회한 결과 그가 사건 현장 인근에 15일 오전 1시 59분부터 오후 1시 31분까지 거의 12시간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NYT는 로널드 로 SS 국장 대행이 이날 브리핑에서 용의자가 숨어 있던 골프장 주변을 수색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로 국장 대행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골프 라운딩은 공식 일정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라우스가 어떻게 비공식 일정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골프장 방문을 알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용의자가 오랫동안 주변에 있었는데도 경호국이 왜 일찍 발견하지 못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말에 자주 골프를 치며 그에 따른 위험이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전직 SS 요원으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경호 업무를 했던 베스 셀레스티니는 용의자가 12시간 가까이 풀숲에 있었다는 보도를 보고 "SS의 규율이 작동했다면 용의자는 사건 전에 발견됐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라우스는 이날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연방법원에 출석했다.
검찰은 라우스가 도주할 위험이 있고 지역사회에 위험하다며 다음 심리일까지 구속할 것을 요청했고, 판사는 수락했다.

재판 전 심리와 보석심리는 오는 23일, 재판부가 피고인으로부터 공소사실에 대한 인정 또는 부인 의사를 확인하는 기소인부절차는 오는 30일 각각 진행된다.

소식통을 인용한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운동 일정은 변동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