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다녀도 안 나간다고?” 퇴사 안 하는 회사의 공통점

직장을 선택할 때 연봉도 중요하고, 복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묵직한 질문은 따로 있다. ‘여기, 오래 다닐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많은 기업이 높은 연봉과 화려한 복지로 지원자들을 끌어들이지만, 정작 직원들이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회사라면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이직이 당연한 시대에 20년, 30년씩 다니는 회사가 있다면 그건 분명히 이유가 있다. 이번엔 ‘직원이 오래 다니는 회사 TOP 10’을 통해 그 비밀을 들여다본다.
평균 근속연수, 단순 숫자가 아니다
고용노동부와 국민연금공단, 각 기업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 상장기업의 평균 근속연수는 약 9.6년이다. 하지만 이 수치는 업종, 기업규모, 조직문화에 따라 편차가 크다. 일부 대기업은 평균 근속연수가 20년에 육박하고, 반대로 스타트업이나 IT 플랫폼 기업들은 3~5년에 불과한 경우도 흔하다.
근속연수는 단순히 오래 다닌다는 뜻만은 아니다. 낮은 이직률, 만족도 높은 조직문화, 복지 혜택의 실효성, 연봉 체계의 안정성, 정년 보장 여부 등 ‘다니고 싶은 회사’의 실질적인 지표이기도 하다. 이른바 ‘충성도 높은 회사’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직원이 오래 다니는 기업 TOP 10
2025년 기준, 평균 근속연수가 가장 긴 회사는 KT&G다. 무려 22년을 넘는다. 이어서 포스코홀딩스(21.3년), 한국전력공사(20.6년), KT(20.2년), SK텔레콤(19.7년), 한국가스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현대제철, 금호석유화학, 한국도로공사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연봉과 복지 수준이 안정적이다. 둘째, 정년까지 다니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공기업과 전통 제조업 기업의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이나 성과주의 인사 제도가 상대적으로 약해 ‘버티면 끝까지 간다’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반면 IT기업, 콘텐츠 기업, 유통·패션 업계는 평균 근속연수가 25년에 불과하다. 이직률이 높은 업종 특성과 빠른 사이클, 개인 성장이 중심인 업무 특성상 오래 버티기 어렵다. 잡플래닛 리뷰에서도 “12년 차에 성장하고 바로 나간다”는 평가가 자주 등장한다.
오래 다닌다는 건 ‘좋다는 뜻’일까?
그렇다면 근속연수가 길다는 건 무조건 좋은 회사라는 뜻일까? 반은 맞고 반은 아니다. 오래 다닌다는 건 안정적이고 편안할 가능성이 크지만, 한편으로는 변화가 없고 정체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근속’보다는 ‘성장’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근속연수 긴 회사에 대해 ‘너무 보수적’이라는 인식도 있다.
결국 오래 다니는 회사가 좋은 회사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라는 단서가 필요하다. 정년까지 일하고 싶은 사람에겐 최고의 직장이 될 수 있지만, 다양한 경험과 빠른 커리어 전환을 원하는 이에게는 갑갑한 울타리일 수 있다.
근속연수 뒤에 숨은 진짜 이유들
직원이 오래 다니는 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작용한다. 동료 관계, 팀장 스타일, 유연한 업무 방식, 불필요한 야근이 없는 문화, 가정을 배려하는 분위기, 회식 없는 조직 등 정량화되지 않는 요인들이 직원의 이탈을 막는다. 단순히 연봉이나 복지 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 부분이야말로 ‘진짜 다닐 만한 회사’를 구분하는 기준이다.
예컨대 평균 근속연수 19.5년인 SK텔레콤은 사내 평가 시스템의 투명성, 경력 개발을 위한 교육 투자, 수직적 문화 해소 시도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했다. 공기업의 경우 명확한 보직 순환 시스템과 정년 보장이 장점으로 작용한다.
당신에게 맞는 근속연수는 따로 있다
누군가는 5년을 다니고 나와도 ‘오래 있었다’고 하고, 누군가는 20년을 다녀도 늘 새롭게 느낀다. 중요한 건 숫자보다, 내가 그 안에서 얼마나 의미 있게 머물렀는가다. ‘근속연수 긴 회사’는 분명히 탐나는 조건이지만, 그 회사에서 버티는 시간 속에 자신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병행되어야 한다.
단순히 오래 다니기 위해 입사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 다니고 싶게 만드는 회사. 진짜 좋은 회사는 ‘못 나가게 잡는 곳’이 아니라, ‘굳이 나가지 않게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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