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중국배추와는 선 긋고 싶어요” 포장김치 회사와 대형마트의 속내

연지연 기자 2024. 9. 3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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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국산 배추 가격 폭등 후 정부가 중국산 배추를 일부 김치 제조공장과 외식업체에 풀면서 포장김치 업체에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국내산 배추 수급에 많은 노력을 기해 대형마트로 나가는 포장김치 물량을 늘리면 중국산 배추를 쓴다는 괜한 오해를 받을까 우려합니다.

한 포장김치 업체 관계자는 "판매 물량을 늘리면 중국산 배추를 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까 봐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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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배추 아닌데 김치 판매 늘리면
괜한 오해 받을까 고민인 포장김치 업체
“가을배추 나오면 수급에 큰 문제 없다”
중국 배추 굳이 팔고 싶지 않다는 대형마트
김치만큼은 수입산보단 국내산 선호 두드러져

“‘저희 김치는 국내산 배추만 쓰고 있습니다’보다는 ‘국내산 배추의 수급이 어려워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가 낫지 않나요?”

지난 2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배추 한정구매를 알리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스1

30일 국산 배추 가격 폭등 후 정부가 중국산 배추를 일부 김치 제조공장과 외식업체에 풀면서 포장김치 업체에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국내산 배추 수급에 많은 노력을 기해 대형마트로 나가는 포장김치 물량을 늘리면 중국산 배추를 쓴다는 괜한 오해를 받을까 우려합니다.

한 포장김치 업체 관계자는 “판매 물량을 늘리면 중국산 배추를 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까 봐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그간 국내산 배추, 국내산 고춧가루로 만든다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들인 돈이 얼마인데 중국산 배추와 엮이냐는 뜻입니다.

일부에선 ‘국내산 배추 수급이 여전히 어려워 포장김치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편이 판매 전략상 낫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없다고 하면 더 사고 싶은 게 사람 심리라는 것입니다.

실제 대형마트에서 포장김치마저 구하기 어렵다는 소문이 돌자 포장김치 판매량은 늘었습니다. CJ제일제당 비비고 김치는 지난달 배추김치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2% 증가했고 같은 기간 대상 종가 김치 매출도 14% 늘었습니다.

중국산 배추에 선을 긋는 건 대형마트도 같습니다. 홈플러스는 봄동이나 알배기 같은 대체 품목을 산지에서 확보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그간 배추 물량도 발빠르게 확보해놨기 때문에 굳이 중국산 배추에 눈을 돌리지 않아도 된다는 분위기입니다.

이마트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수입한 중국산 배추를 판매할 계획은 아예 없다고 했습니다. 강원 홍천 등 준고랭지 농가와 사전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수급에 큰 타격이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포장김치 코너에 배추 수급 문제로 인한 김치 상품 소량 입점 안내문이 있다. /연합뉴스

이는 2010년에 중국산 배추를 마트에 들여본 적이 있기 때문에 생긴 현상입니다. 당시 롯데마트·롯데슈퍼·이마트는 약 5만 포기의 중국산 배추를 판매했습니다. 한 포기에 6000원대에 팔리는 국산 배추에 비해 중국산은 가격이 3분의 1 수준이었기 때문에 물량은 금세 소진됐습니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중국산 배추와 국산 배추의 맛과 식감 차이에 더 집중했습니다. 국산 배춧잎은 잘 휘어지고 하늘거리는 데 반해 중국산은 건조하고 뻣뻣해서 파사삭 잘 부러진다는 게 통설입니다. 결구 상태(잎이 속을 채우고 있는 상태)도 다르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당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결구가 나쁘면 소금에 절인 후 잎이 흐물거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배추나 김치를 사서 식탁에 놓는 데 가장 크게 관여하는 건 40~60대 여성인데 이들은 가격에 민감하지만 맛과 품질, 위생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면서 “과거 학습효과에 따라 중국배추 진열에 큰 뜻을 안 두고 있다”고 했습니다.

외식업계에서도 이런 소비자 동향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배추김치 대신에 파 김치, 깍두기 등으로 식탁을 채우려는 곳이 많습니다.

수입물품이 아무리 인기를 얻는 세상이라고 해도 김치만큼은 국내으로 만들어 버무렸다는 사실에 소비자가 호응합니다.

소비자들이 중국 배추를 먹을 바에는 김장을 조금 늦게 하거나 국내산 배추로 만든 포장김치를 사 먹을 것으로 유통·식품회사들이 예상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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