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부사장이 사장보다 연봉 더 받았다…왜?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가 올해 상반기 회사 내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다. 이석희 대표이사(CEO·사장)보다 2배 이상 높은 액수다. 이는 지난해 SK온의 빠른 경영정상화에 대한 기여를 인정한 계산법을 적용한 결과다.
SK온이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김 부사장은 총 11억3200만원을 수령했다. 구체적으로는 급여 3억원, 상여 7억5800만원, 기타근로소득 7400만원이다.
김 부사장의 급여 자체는 3억원으로 다른 경영진에 비해 높지 않았지만 상여에서 차이가 컸다. 같은 직급인 박성욱 글로벌얼라이언스 담당 부사장은 급여 5억원, 상여 2억3700만원, 기타근로소득 6700만원을 받았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8억8300만원, 이 사장은 5억6000만원, 지동섭 사장은 6억원, 진교원 고문은 3억8000만원을 각각 수령했다.
김 부사장은 CFO로서 △판가 개선, 비용 관리 등으로 손익개선 도모 △선제적 자금조달 △순운전자본 규모 축소 및 관리 강화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기여 등의 성과가 인정돼 상여를 많이 받았다. SK온에 합류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순수하게 경영역량만을 인정받아 '연봉킹'에 올랐다.
SK온 관계자는 "이번 상여는 지난 2023년의 성과에 대한 경영성과급"이라며 "성과급은 이사보수 한도 범위에서 기업가치, 투자 유치, 영업이익 등으로 구성된 계량지표와 전략과제 수행 및 경영성과 창출을 위한 리더십 발휘 등으로 구성된 비계량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출신으로 2022년 하반기 SK온에 합류했다. 김 부사장이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2023년은 유의미한 결과를 남긴 시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SK온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5818억원에 그쳤다. 전년 1조727억원 적자의 절반으로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1분기 3447억원이던 영업손실 규모를 △2분기 1315억원 △3분기 861억원 △4분기 186억원으로 빠르게 줄였다.
확장 투자에 필요한 실탄도 두둑하게 마련했다. 앞서 SK온은 상장전지분투자(프리 IPO)를 진행해 22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를 통해 외부 투자자금 1조9850억원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이스트브릿지 컨소시엄으로부터 1조2000억원, MBK컨소시엄으로부터 8억달러(약 1조500억원), 사우디아라비아 SNB캐피털 1억4400만달러(19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각각 유치했다. 김 부사장은 미국 에너지부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프로그램의 정책지원금 확보를 주도하기도 했다.
경영성과와 더불어 김 부사장의 학력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는 미국 브라운대 경영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컬럼비아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김 부사장에게 남은 최대 과제는 SK온 기업공개(IPO)다. SK온은 오는 2026년 말 상장을 목표로 IPO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4년 내 IPO를 계획 중이라면서 시장과 수익성에 따라 이 시기는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 사장은 상반기 급여 5억6000억원을 받는 데 그쳤다. 상여나 기타근로소득은 없었다. 앞서 이 사장은 취임 이후 처음 열린 임원간담회에서 회사 실적이 연간 흑자로 전환될 때까지 연봉의 20%를 자진반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