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기억의 습작

영화 <건축학 개론>(2012)에서 음대생 서연(수지)은 건축학과에 다니는 승민(이제훈)에게 CD 한 장을 내민다. 언젠가 내 집을 짓게 되면 설계를 맡아 달라면서 그룹 전람회의 데뷔앨범(1994)을 계약금으로 건넸다.
“많은 날이 지나고/ 나의 마음 지쳐갈 때/ 내 마음속으로/ 스러져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생각이 나겠지/ 너무 커버린 미래의/ 그 꿈들 속으로/ 잊혀져 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생각날까.”
영화 속에서 흐르던 노래 ‘기억의 습작’은 관객들의 가슴속에 잠자던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들을 소환하면서 영화의 흥행과 함께 역주행했다. 그뿐인가. 이 노래를 만들고 부른 김동률(사진)의 매력적인 중저음과 가슴을 휘감는 멜로디에 중독되어 ‘광팬’이 된 이들이 많았다.
김동률이 이 노래를 만든 건 고2 때였다. 그 당시 그의 유일한 팬이었던 반장 친구가 우연한 기회에 어떤 여성에게 이 노래를 들려줬다. 전화를 잘못 걸어온 여성에게 ‘기억의 습작’을 들려주자 끝까지 다 듣고 나서 “너무 좋다”고 평한 것이다. 김동률은 이를 계기로 “내가 만든 노래가 누군가를 감동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고백했다.
얼마 전 2019년 이후 4년 만에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렸던 김동률의 공연이 막을 내렸다. ‘광클’(광적인 클릭)과 ‘피케팅(피 튀기는 티케팅)을 부르면서 6만석이 순식간에 매진된 공연이었다. 4년 만의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보지 못한 팬들은 “김동률이 월드컵 가수냐?”면서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기억의 습작’은 이미 노래 좀 한다는 선후배 가수들이 수없이 커버하면서 명곡 반열에 올랐다. 그래도 김동률의 음색으로 들어야 가슴이 뛰는 건 무슨 이유일까.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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