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과 아마존의 물류 혁신은 풀필먼트 물류 자동화 기술이 이끌었다. 풀필먼트 센터는 온라인 판매자가 플랫폼 내 판매 물품의 저장·주문을 처리하는 시설로 물류 허브로 자리잡았다. 쿠팡과 아마존 등 전 세계적인 온라인 유통이 급성장하면서 재고 관리부터 피킹·포장·출하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풀필먼트 센터의 효율성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그러나 복잡한 물류 프로세스 상 '비정형 박스'와 '불규칙한 재고'가 여전히 자동화의 걸림돌로 남아 있다.
기존 풀필먼트 자동화 시스템은 정형화된 흐름에 최적화돼 있었다. 컨베이어벨트·ASRS(자동창고)·로봇 피커(물건을 집는 로봇) 등 다양한 자동화 기술이 도입됐지만, 대부분 자동화 기술은 표준 규격과 고정된 레이아웃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은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박스들이 무작위로 쌓이거나 기울어진 채 존재하며 바코드가 가려지거나 라벨이 손상된 경우도 빈번하다. 이로 인해 입·출고, 재정렬, 팔레타이징 등 공정은 여전히 작업자에 의존하고 자동화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병목 요소로 작용한다.

이 병목을 타개하기 위해 최근 주목받는 기술이 '비정형 물류 대응 로봇(RBS, Random Box Stack)'이다. RBS 시스템은 경제적인 3D 카메라와 인공지능(AI) 비전 알고리즘을 결합시켜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박스를 실시간 인식하고 로봇이 이를 자동으로 적재(Palletizing) 또는 하역(Depalletizing)하도록 한다. 이러한 풀필먼트 환경에서는 로봇의 물건 판단, 하중 대응 등의 성능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고 차별점이 된다.
RBS 기술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물류 로봇 기업의 핵심 성장 전략이 되고 있다. 미국 앰비 로보틱스(Ambi Robotics)는 AI 비전 기반의 자동 박스 스태킹 솔루션인 앰비스택(AmbiStack)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다양한 형태의 물류 박스를 로봇이 고밀도 적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앰비 로보틱스는 현재 북미 대형 유통사들과 협업 중이며 다양한 풀필먼트 환경에서 상용화 실적을 확대하고 있다. 또 미국 덱스터리티 AI(Dexterity AI)는 트레일러 로딩에 특화된 RBS 로봇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DexR 시스템은 AI 기반 이중 로봇팔 구조를 통해 박스를 신속히 인식하고 트럭 내부에 자동으로 적재할 수 있으며, 페덱스(FedEx)와의 협력을 통해 현장 적용성과 상용화 능력을 검증받고 있다. 페덱스는 기존 수작업 중심의 후방 물류에 자동화 기술을 적용해 세계 최초로 실증 중이다.


국내에서도 ㈜오일러로보틱스가 RBS 기술을 통해 글로벌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오일러로보틱스는 자체 개발한 RBS 시스템을 통해 0.5초 내 판단, 1.8m 적재, 20kg 하중까지 대응 가능한 로봇 솔루션을 개발했다. 해당 시스템은 팔레타이징과 디팔레타이징을 모두 수행할 수 있어 범용성이 높으며,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연동과 모듈형 설계를 통해 중소형 풀필먼트 센터에도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오일러로보틱스는 최근 미국 TD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북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투자 유치(Seed, 미공개)도 성공하며 기술 고도화와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다.


RBS 기술을 개발 할 때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핵심 기술을 세분화해 분할·계속 출원함으로써 강력한 방어벽을 구축해야 한다. AI 비전 알고리즘, 실시간 판단 로직, 하중 분산 제어, 로봇 암 설계 등 기술 요소별로 상세히 특허를 출원하고 초기 원천 특허 확보 후에는 계속·분할 출원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수직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 특허의 권리범위를 설계할 때는 단순한 장치 기술에 그치지 않고 '구성-동작-효과' 구조를 활용해 비정형 환경 대응력이나 작업 효율 증대와 같은 성능 기반의 효과를 청구항에 반영해야 한다. 예외 상황 인식 및 대체 경로 생성과 같은 AI 처리 흐름 역시 권리화 대상이 될 수 있다.
한편 앰비 로보틱스와 덱스터리티 AI와 같은 경쟁사의 공개 특허를 철저히 분석해 특허침해분석(FTO. Freedom To Operate)을 확보하고 회피 설계를 방지하는 견제형 특허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더불어 외부 전사자원관리(ERP) 및 창고관리시스템(WMS) 등과 연동 가능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해당 모듈 연동 기술에 대한 소프트웨어 기반 특허 및 저작권 등록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 시장 확장성을 고려한 특허 설계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RBS 기술이 향후 항만 하역, 공장 자재 적재, 건설 물류 등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초기부터 플랫폼화 및 다기능화를 상정한 범용 특허를 함께 설계해야 시장 진입이 유리하다.

특허법인 BLT는 2000여개 이상의 혁신 스타트업들이 선택한 파트너로 지식재산권(IP) 확보 및 대응전략수립은 물론 투자유치, 기술특례상장 등 IP를 활용한 비즈니스 지원을 통해 기업의 성장과 성공을 함께 해왔다.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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