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선 도로로 베어낼 서귀포 ‘백년 솔숲’…“숲 지켜야” 문화제 개최
“숲, 없애긴 쉬워도 다시 못 만든다” 반발

100년을 살아온 서귀포 도심 속 솔숲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도시우회도로 건설로 나무 대신 아스팔트가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숲을 후손에게 물려주자"며 사업 계획 변경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녹지공원화를 바라는 사람들(서녹사)'과 '서귀포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민모임(서미모)'은 8일 시민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귀포 100년 솔숲 문화제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오는 10일 오영훈 제주도지사와의 면담을 앞두고 시민들의 뜻을 모으는 자리로 마련됐다.
문화제가 열린 서귀포학생문화원 솔숲은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조성 계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곳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무용가 박연술씨의 공연, 장혜숙 씨의 기타 연주, 김미자 시인·허정옥 서미모 공동대표·이상구 목사·김남숙씨·문경미씨 등이 참여한 나무에게 전하는 시 낭송 등 다양한 무대가 펼쳐졌다.
특히 도시우회도로 사업 구간에 포함된 동홍초등학교 재학생이 개사한 동요 공연이 분위기를 밝게 띄웠다.
허준희 어린이(8)가 "4차선은 위험해 이야이야오"를 부르면, 어른들은 "2차선은 안전해 이야이야오"로 후창하며 뜻을 모았다.
행사 진행을 맡은 오한숙희 씨는 "도시우회도로 사업이 추진된다는 소식에 모두가 했던 첫마디가 '미쳤나 봐'였다"며 "숲은 없애기는 쉬워도 다시 만들 수는 없다. 도심에 인위적으로 나무를 심어도 사람들이 잘 이용하지 않지만, 이곳 솔숲에는 아침부터 주민들이 아이들과 산책을 즐기러 나온다"고 말했다.


허정옥 서미모 공동대표 역시 "이제는 도심 안에 숲을 새로 조성하고자 해도 사실상 불가능한 시대"라며 "100년을 살아낸 소나무 숲을 밀어내고 새로 생기는 4차선 도로가 서귀포의 미래에 어떤 의미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이미 수립된 개발 계획이라도 변경은 가능한 일"이라며 "간절한 마음으로 도로 노선 변경을 제주도에 요청한다"고 전했다.
한편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은 총 3개 구간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 가운데 2구간은 서귀포학생문화원 앞 잔디광장과 서귀포도서관 앞 솔숲을 관통하는 노선이며, 3구간은 현재 2차선인 동홍초등학교 앞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계획이다.
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시민 건강권 침해 ▲동홍초 학생들의 교육환경권 위협 등을 이유로, 잔디광장과 솔숲 녹지를 우회하고 2차선 도로로 축소하는 대안 노선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