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베꼈다고 놀렸지만 판매 폭주"한 현대 럭셔리 세단

이전 세대 그랜저 주행 품질에 대한 아쉬움은 완전히 새로워진 그랜저 6세대 모델이 달래줬습니다. 2016년 등장한 '그랜저 IG'는 기본기를 강조하던 당시 현대차 라인업을 발맞춰 한층 진보한 주행 성능을 내세웠고 YF에서 LF로 넘어오면서 과격한 디자인을 단정하게 다듬었던 소나타와 마찬가지로 한결 진중하고 차분해진 인상으로 거듭났습니다.

외관은 전작인 TG와 HG가 소나타와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아서인지 이번에는 확실하게 차별화된 모습을 선보였는데요. 좌우로 한껏 벌린 범퍼, 낮게 배치한 헤드램프와 그릴로 안정감이 느껴지는 전면부는 용광로에 쏟아지는 쇳물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거대한 캐스케이딩 그릴과 두 개의 프로젝션 램프를 둥글게 감싸는 U자 형태의 LED 주간주행등, 범퍼에 자리 잡은 방향지시등 같은 디테일로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주간주행등은 속칭 '엔젤아이'로 불리는 BMW의 헤드램프를, 헤드램프와 분리된 방향지시등은 과거 1세대 그랜저와 앞서 출시된 제네시스 'EQ900'을 연상케 하면서 고급차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냈죠. 마치 렉서스 'ES'처럼 제네시스 브랜드의 전륜구동 라인업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모양새였어요. 그걸 실행에 옮긴 분들도 있었고요.

측면은 곡선을 더 유려하게 빚어냈고 번쩍이기만 했던 크롬 장식을 반광 재질로 차분하게 마감해 세련미가 돋보였습니다. 다만 마찬가지로 곡선을 사용하며 날렵함이 희석된 후면부는 오히려 전작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미국 '닷지'의 세단 모델이나 닌자 거북이가 떠오른다는 반응도 있었죠. 그래도 LED 램프가 가운데까지 점등되는 방식으로 변경돼 야간에는 인상이 더욱 뚜렷해졌어요.

전반적으로 HG의 젊은 감각은 이으면서도 '그랜저'라는 이름에 기대하는 고급감과 진중함을 갖춰 젊은 층은 물론 전작의 파격적인 디자인에 등을 돌렸던 중장년층 소비자도 다시금 눈독 들일만한 생김새였습니다.

풍채에 집중해 큰 차를 더욱 커 보이도록 디자인했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는데 전체적으로 차가 조금씩 커졌음에도 군살을 쪽 뺀 듯 오히려 크기가 줄어든 느낌이었고, 왜소해졌다기보단 그간 현대차 디자인에서는 찾기 힘들었던 옹골찬 느낌을 전달했어요.

생소한 레이아웃으로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HG와 달리 신형의 실내는 겉모습만큼이나 차분해졌습니다. 외관의 안정적인 느낌을 그대로 반영한 수평 형태의 레이아웃에 기능과 편의성에 집중한 모양새로 화려한 기교나 장식적인 요소는 줄었지만 시선이 머무는 곳과 손이 닿는 곳곳을 차급에 걸맞은 소재로 마감해 고급스러운 느낌은 충분히 전달했죠.

무엇보다 트렌드에 맞춰 플로팅 타입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면서 전체적인 대시보드의 높이가 낮아져 전방 시야가 개선됐고 모니터가 탑승객과 가까워지면서 화면 사이즈는 동일했지만 실질적으로 커진듯한 효과를 낸 점이 좋았습니다. 비석처럼 우뚝 세운 디스플레이 패널의 애매한 생김새로 '고래밥 인테리어'라며 놀림을 받은 것과 드디어 부활한 아날로그 시계가 마치 까먹고 있다가 생각나서 추가한 듯 어색한 위치에 자리 잡은 건 문제였지만요.

전작의 편의 장비는 물론 헤드업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무선 충전 장치,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 같은 최신 폰 커넥티비티 시스템을 제공해 트렌드에 발맞췄고, 단정하게 배열된 버튼으로 이 넘칠 듯한 편의 기능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게 했습니다.

특히 정차 및 재출발까지 지원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자동 긴급제동, 차선이탈 방지 보조 같은 최신 'ADAS'가 더해져 주행 안전 및 편의성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이 특징이었죠.

뒷좌석은 시트 포지션이 낮아지면서 전작보다 쾌적한 헤드룸 공간을 제공했고 전동식 트렁크까지 추가해 여러모로 상위 모델 부럽지 않은 편의성으로 무장했습니다.

그간 차분하게만 달려왔던 전작들과 달리 광고에서부터 시원하게 내달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6세대 모델은 앞서 선보인 소나타와 아반떼 못지않게 주행 품질 면에서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전작에서 사용했던 2.4, 3.0L GDi 가솔린을 주력으로 3.0L LPi, 이후 아슬란을 단종하면서 되찾아온 3.3L 가솔린과 2.2L 디젤에 하이브리드까지 마련하면서 역대 그랜저 중 가장 많은 파워트레인을 선택할 수 있는 모델이었고, 특히 6기통 가솔린과 디젤 모델에는 새로운 8단 자동 변속기를 매칭하면서 매끄러운 가속감과 뛰어난 항속 연비를 제공했죠.

특히 모든 면에서 완성도가 높아진 하이브리드 모델은 더 강력한 모터와 배터리를 탑재해 순수 전기로만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길어지면서 효율이 좋아졌고, 그 사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전체 판매량의 21%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습니다.

직전 모델에서 함께 추가된 디젤 모델도 나름 수요가 꾸준했는데 물론 2015년 불거진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로 디젤 파워트레인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소비자들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수입차에서는 대세였고, 오히려 국산 디젤 사단이 반사 이익을 얻어 수요는 확실히 있었죠. 그랜저 디젤은 K7과 달리 요소수를 사용하는 SCR 모델을 투입하지 않고 2018년 단종했어요.

다만 주행 성능을 개선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승차감에서는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습니다. 지나치게 탄탄하게 세팅된 서스펜션으로 승차감이 단단을 넘어 딱딱하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았고 패밀리카 수요가 많은 그랜저의 성격과 운행 환경을 고려할 때 다소 과한 세팅이라는 지적을 받았죠.

이후 연식 변경 모델에서는 최신 편의장비와 보다 높은 수준의 ADAS를 더해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까지 제공하면서 상품성을 더욱 보강했습니다.

한편 출시 이후 파워트레인에 문제가 생겨 오너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는데요. 5세대와 마찬가지로 현대기아차의 발목을 부여잡고 있는 '쎄타 2 GDi 엔진 결함'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었는데 엔진 부품 중에 하나인 크랭크 샤프트의 결함으로 엔진 내 이물질이 발생해 소음 유발, 엔진 오일 감소, 심한 경우 엔진이 손상되어 주행 중 시동이 꺼지거나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있었죠.

이후 탑재된 후속 엔진인 2.5L CVVD 역시 초기에 엔진 오일이 과도하게 소모되는 결함이 지적되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엔진을 지속적으로 개량하면 문제를 개선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죠.

그랜저 IG는 모든 부분에서 한층 진보한 모델이었습니다. 곳곳의 디테일은 제네시스 G80 못지않게 고급스러웠고 전작에서 지적받았던 주행 품질까지 개선하면서 정말이지 모난 구석 없는 오너드리븐 패밀리카 만들기의 정점에 달한 모습이었어요.

말할 것도 없이 판매량도 훌륭했죠. 국산 경쟁 모델인 SM7과 임팔라는 그 사이 신형으로 거듭난 'K7' 선에서 정리됐고 그랜저는 그야말로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했습니다. 반일 감정이 거세지면서 눈엣가시였던 일본 세단들이 힘을 쓰지 못한 것도 호재로 적응했죠.

본 콘텐츠는 해당 유튜브 채널의 이용 허락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근본 없는 '아슬란'이 빠지고 제네시스가 독립하면서 다시금 현대의 기함으로 자리 잡은 그랜저는 중대형차 판매량 1위에 군림하고 있음에도 상품성 개선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2019년 '이 모델'이 출시되기 직전까지도 압도적인 판매량을 이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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